"워싱턴선언, 휼륭한 대북 억제력 제공"…일각선 亞불안정 가중 우려도
"한국 안심시키는 대가로 동북아 불안정성 커질 것"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미 간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을 창설하기로 합의하고, 강력한 북핵 대응을 골자로 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워싱턴 선언이 핵 억제력 강화라는 실질적인 목표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가 오히려 북한을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를 도발할 수 있고,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바뀔 경우 '말짱 도루묵'으로 남을 수 있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공격 시 즉각적인 정상 간 협의를 약속하고,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해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해 신속한 대응을 취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를 위해 NCG를 창설해 핵과 전략자산에 대한 정보 공유, 공동 작전의 기획 및 실행을 함께하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라 핵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도상 시물레이션 훈련을 발전시키고, 전략 핵잠수함 같은 미국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정기적·지속적으로 이뤄질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미국에 대한 핵 공격, 동맹과 파트너에 대한 핵 공격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이는 북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며 확장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워싱턴 선언을 두고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동북아 지역의 긴장 고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미국의소리(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략 핵잠수함의 정례적 한국 배치는)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모든 군사력을 동원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40년 만의 전략 핵잠수함의 추가 전개 결정은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대한 한국 내 일각의 의구심을 잠재우는 매우 훌륭한 억제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렌스 코브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도 전략 핵잠수함은 북한이 위치를 쉽게 탐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강력한 억제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은 그들이 이쪽(핵잠수함이 전개된 곳)으로 왔을 때 그것이 배치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것(핵잠수함)은 물속에 있기 때문에 그들(북한)은 이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아시아 안보 전문가 잭 쿠퍼도 동북아 지역에서 핵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필요한 조처라고 봤다. 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증가하는 위험을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현명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전문가와 국민들이 억지력 강화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며 "북한과 중국은 핵무력을 확장하고, 러시아는 핵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군축청과 국무부에서 일했던 샤론 스콰소니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이번 조처는 확장억제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다시금 강조한다"며 "한국을 안심시키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만, 그 대가는 동북아의 불안정성을 가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핵잠수함이 추가 전개될 시 이미 대만해협 문제 등으로 긴장감이 고조하는 동북아에서 더 많은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NBC 뉴스는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 워싱턴 선언은 "상징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여전히 한국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 한국 대중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NBC에 따르면 루이스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약속'이 "군사적 가치는 없다"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이번 선언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에는 항상 미국이 (한국 안보를) 포기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당분간 한국인들을 안심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딜레마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FT에 전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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