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호 KIC 사장 “스페이스X 폭발해도 또 하는게 미국···테크산업 여전히 유망”
경제 ‘살얼음판’···기준금리 인상 따른 붕괴 위험 상존
SVB 사태 이후 상업용 부동산 파장 촉각···
KIC 수익률 0.05~0.1%P 영향 미칠 가능성도
일본·인도 투자 비중 확대 검토 중
“기본적으로 미국의 경제(역량)에 대해 긍정적으로 봅니다. 만약 테크 분야가 이대로 약화된다면 미국 경제 전체의 비전이 없는 것이겠지요.”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기술(IT) 등 테크 분야가 계속해서 미국의 혁신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면서다.
진 사장은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투자 자산군 중 주식 분야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단기적으로는 비록 경제에 충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테크 분야는 성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테크 업계의 성장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시장의 통념에 선을 그은 발언이다.
진 사장은 2000년 대 이후 테크 분야를 발판으로 성장해온 미국의 성공 공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그는 “단순히 내수 소비가 늘어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미국 답지 않은 성장”이라며 “테크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국가적) 성장 동력이 만들어지면서 미국이 성장하는 것”이라며 미국 경제와 테크 분야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진 사장은 최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이 폭발한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스타십이 터졌다고 하지만 미국은 한번 실패한다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 때까지 하는 곳이다. 미국은 예전부터 그랬다”며 “그런 정신이 살아있는 한 미국 경제는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진 사장은 이와 함께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를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산업으로 꼽았다.
세계 경제와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현재 경제는 살얼음이 낀 강 위를 건너가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진 사장은 “무사히 건널 수도 있지만 한 걸음 더 내디뎠다가 빠지는 경우도 있는 것”이라며 “현재 기준금리가 높아져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미국에 도착한 후 월가의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의 회장인 에드 하이먼 등과 만나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하이먼 회장 역시 ‘오랫동안 이 분야에 종사했지만 지금은 굉장히 어려운 국면’이라고 토로하고 있다”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대한 월가의 전망 편차가 3200에서 4800 까지 벌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진 사장은 경제의 불안 요인 중 하나로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 이후 상업용 부동산 등에 미치는 후폭풍을 꼽았다. 그는 “SVB 붕괴 당시 연방준비은행(Fed·연준)과 재무부과 적극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파장을 이 정도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사실 굉장히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던 사안”이라며 “이에 연준도 인플레이션이라는 기본 목표가 있기는 하지만, 25bp(1bp=0.01%포인트)나 50bp 더 올렸을 때 어떤 문제점이 나타날 지 모르기 떄문에 조심스럽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체 투자를 늘려온 KIC는 상업용 부동산 추이에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KIC는 400억 달러 규모의 대체 투자 가운데 한자리 수 비율로 부동산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사장은 “투자한 상업용 부동산 가운데 아직까지 문제가 불거진 부분은 없다”면서도 "금리가 높아진 상태에서 대출 재약정 시점이 되면 여러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00억 달러의 대체 투자에서 한 두건 잘못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전체 수익률에서 미치는 영향은 0.05~0.1% 하락하는 포인트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체 투자 비중은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KIC의 전체 투자 자산군 가운데 인프라 등 대체 투자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진 사장 취임 당시인 2021년 15.3%였지만 지난해는 22.8%로 늘었다. 진 사장은 이를 25% 까지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주식과 채권이 동시 하락해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대체투자 부문은 플러스 성장하는 등 포트폴리오 관리와 수익성 측면에서 대체 투자 확대의 장점이 분명하다는 게 진 사장의 판단이다.
투자하는 지역도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진 사장은 “그동안 환율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아시아 지역, 이머징 마켓 투자 비중이 높지 않았다”며 “이제 아시아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이 인도를 포함해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투자의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일본과 관련 “이미 세게 3~4위권 경제 규모로 자체의 매력을 가진 시장”이라며 “IT산업 발전에 따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등 일본 내 유망한 투자들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진 사장은 미국 동부지역 방문을 마치고 서부 로스엔젤리스(LA)로 이동해 오는 30일부터 열리는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해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한다. 올해 밀컨 콘퍼런스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경제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가 있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국민연금 관계자들도 참석할 계획이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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