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소환’중인 김선형, 시리즈 지배할까?

김종수 2023. 4.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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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의 기세가 무섭다. 정규리그 6라운드 9경기에서 전승 행진을 내달리며 본격적으로 연승 엔진에 시동을 건 SK는 6강과 4강 플레이오프를 각각 3연승으로 뚫어낸 것을 비롯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마저 77-69로 잡아내며 16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당초 시리즈 전망은 정규리그 1위팀 KGC의 우세를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다.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SK에 비해 전체적 밸런스와 선수층에서 앞서는 KGC의 안정성에 더 많은 점수가 갔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분위기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아직 1차전밖에 치르지않아 우승여부를 예측하기에는 시기상조지만 힘에서도 SK가 밀리지않는 모습이다.


특히 정규시즌 MVP 김선형(34‧187cm)과 최우수 외국인선수 자밀 워니(29‧199cm)의 'MVP 콤비'는 플레이오프 내내 이어온 상승세가 끊어지지않고 이어지는 모습이다. 1차전에서도 김선형(22득점, 6리바운드, 12어시스트, 2스틸)과 워니(23득점, 10리바운드, 3스틸)의 원투펀치는 펄펄 날았다.


특히 김선형의 크레이지 퍼포먼스는 당초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는 평가다. 올시즌 들어 ‘제2의 전성기가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있을 정도로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있는데 플레이오프들어서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예전에는 엄청난 스피드와 운동신경으로 돌파를 성공시켰다면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템포조절이 더해진 모습이며 동료들의 살려주는 패싱플레이에도 물이 올랐다.


국내리그에서 특급 외국인선수가 끼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외국인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강팀이 추락하기도하고 약팀이 반등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리그 최고의 외인 공격수로 불리는 워니의 활약은 놀랍기는 하지만 예측불허까지는 아니다.


반면 김선형은 30대 중반의 토종선수가 외국인선수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CC와 6강 플레이오프에서 득점과 어시스트로 KBL 최초 3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한 것을 비롯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플레이오프 들어 2번째 20-10을 기록했는데 이는 '농구천재'로 불리던 허재와 동률의 기록이다.


이전까지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득점과 어시스트로 20-10을 2회 기록한 것은 허재밖에 없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김선형의 영향력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록뿐만이 아니다. 전방위로 게임을 지배하고 승리를 가져오는 모습이 흡사 기아 소속으로 뛰었던 마지막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상처입은 맹수처럼 포효하던 허재를 연상케한다.


당시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던 허재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혹평 속에서 플레이오프에 임했다. 직전 시즌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던 분노를 토해내기라도 하듯 놀라운 기량을 뽐내며 매경기 외국인선수급 활약을 보여준다. 비록 당시 최강팀이었던 현대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지만 여기에는 외국인 센터 저스틴 피닉스의 태업이 큰 영향을 끼쳤다.


만약 피닉스가 꾸준히 출장시간을 가져가며 평균 정도의 경기력만 보여줬어도 우승팀은 바뀌었을 것이다는 의견이 많다. 당시 허재의 활약상은 외국인선수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는데 그로인해 준우승에 그쳤음에도 챔피언 결정전 MVP를 수상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지금도 챔피언결정전을 빛낸 선수하면 당시의 허재를 거론하는 이들이 적지않을 정도다.

 


허재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국내선수가 그정도의 존재감을 보인 경우는 없었다. 잘한 선수는 많았지만 허재와 비교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그런가운데 적지않은 시간이 흘러 김선형이 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여전히 당시 허재의 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플레이오프 들어 펼쳐보인 김선형의 활약상도 역대급에 근접중이다. 만약 현재의 경기력을 계속 이어나가 우승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충분히 진지하게 비교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는 평가다.


‘몰빵 농구’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희철 감독은 대놓고 김선형과 워니를 중심으로 화력농구를 펼치고 있는데 두 선수는 거기에 120%부응중이다. 특히 메인 볼 핸들러인 김선형은 SK 농구의 시작점이라는 부분에서 갈수록 존재감이 올라가고 있다. ‘김선형을 묶으면 SK도 함께 묶인다’는 사실을 KGC 역시 잘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막을 수가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듀얼가드인 김선형은 자신의 공격력을 앞세워 상대 수비를 흔들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빈틈을 노려 동료들의 찬스를 봐주는 방식으로 전체 공격을 지휘한다. 기본적으로 드리블 능력이 매우 좋다. KGC가 순간적인 풀 코트 프레스로 기습 압박을 가해도 드리블을 통해 빠져나가 버리는 모습이 여러번 나왔다.


그렇게되자 당황스러운 것은 KGC였다. 풀 코트 프레스는 상대를 특정 구역 안에 묶어버리거나 당황해서 실책을 유발하기 위한 공략법인데, 실패하게되면 뒷공간이 열려버리게 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김선형의 크로스오버는 좌우 보폭을 상당히 크게 가져간다. 때문에 수비수 입장에서는 다른 선수를 상대할 때보다 더 많은 움직임이 요구된다. 물론 그러는 사이 김선형은 이미 마크맨을 지나쳐서 공격을 전개하기 일쑤다.


플레이오프에서 지난 1차전까지의 김선형은 자신이 마음먹은데로 자유롭게 움직임을 가져갔다. 빼어난 볼 핸들링과 탁월한 스피드 그리고 운동능력을 앞세운 화살같은 돌파는 신인시절부터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최근에는 여기에 템포조절까지 더해졌다. 예전의 그가 빈틈을 뚫거나 아예 수비를 찢고 들어갔다면 이제는 상황에 맞게 속이고 흘리기도 한다.


상대의 수비가 돌파에 집중된다 싶으면 외곽에서 3점슛을 던지고, 돌파하다 수비가 몰리면 미드레인지로 허점을 노리거나 조금 멀리에서 반박자 빠르게 플로터를 올려버린다. 최근에는 패싱능력에도 물이 올랐다. 특히 적재적소에서 외곽의 허일영과 골밑 근처의 최부경에게 들어가는 패스는 김선형, 워니의 원투펀치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상대 수비진을 허탈하게 만드는 위력적인 옵션이 되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워니와의 2대2 플레이다. 김선형이 워니의 스크린을 타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상대 입장에서는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둘다 일대일로는 제어가 힘든 선수들인지라 한선수를 신경쓰다보면 나머지 선수에게 당하기 일쑤다. 어찌보면 SK 상당수 공격의 시작점은 김선형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팀들은 이를 알면서도 끊어내질 못하고 있다. 허재까지 소환중인 김선형의 역대급 퍼포먼스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어떤 결말로 마무리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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