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자극적 관심을 문제 해결 열쇠로 착각”

강푸른 2023. 4. 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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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나는 신이다’ 관련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는 자극적인 영상이 부른 관심이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고 있다는 착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의 선정성 논란과 올바른 성범죄 보도 방향을 이야기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26일 저녁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한 <‘나는 신이다’는 다르지 않았다 : 재현의 윤리와 저널리즘을 고민하다>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성폭력 피해자의 회복과 사건 해결이 저널리즘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성범죄를 일으키는 구조를 비추지 않고 분노만 부추기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첫 발제를 맡은 류벼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여태까지 정명석(기독교복음선교회 총재)의 가해 행위가 공개되지 않아 피해가 반복됐던 게 아니다”라며, 성범죄 피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연출은 사건을 해결하기보다 피해자 개인에게 관심이 가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류 활동가는 “‘나는 신이다’는 피해자가 그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나 정명석이 수감된 뒤에도 피해가 추가로 일어나며 몇십 년간 반복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며 “결국 악마 같은 가해자에게 당하는 피해자만 남으면서, 우리는 피해자를 이해할 수 없게 되고 사건을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특이한 일’로 여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장은 정 씨의 성폭력을 다룬 ‘나는 신이다’ 1~3회의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하며, 과도하고 불필요한 연출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모니터링에 따르면 회차별로 실제 피해 상황을 담은 음성과 영상은 길게는 43초씩 3~7차례 사용됐고, 대역 배우를 사용한 성범죄 재연 장면은 회차마다 짧게는 10여 초에서 길게는 2~3분씩 5~6번 등장했다.

이 팀장은 “‘나는 신이다’는 청소년 피해자의 피해 사실까지 재연하거나 성폭력에 쓰인 도구를 보여주는 등 적나라한 피해 사실을 드라마처럼 연출했다”며, 이는 ‘나는 신이다’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로서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에 대한 방송심의 규정이나 한국기자협회 등이 마련한 보도 기준 등을 적용받지 않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손희정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이에 대해 “굉장히 치밀하게 시청자의 이탈을 막는 방식으로 성폭력 가해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며, “‘피해자의 증언이 포르노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신이다’는 그 증언을 포르노적으로 매개하는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 포스터.


손 교수는 “구조는 쏙 빼놓고 분노만 남겨놓은 상태가 포르노인데, 사실 그 분노에는 굉장한 관음증과 욕망, 쾌락이 섞여 있다”며 “‘나는 신이다’는 가해의 쾌락을 전시하는 작품”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오랜 반성폭력 운동의 역사 안에서 탄생한 시청자층이 이를 보고도 피해자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면서 긍정적인 변화와 영향력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나는 신이다’의 성공 원인을 선정성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 “‘OTT 저널리즘’ 말하려면 저널리즘 ‘책임’ 다해야”

한편, 패널들은 ‘나는 신이다’의 성공 이후 지상파 방송국 PD들의 OTT 진출이 이어지는 현상을 거론하며,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기업에 사회적 역할을 당부했다.

홍남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OTT 저널리즘’이란 칭호를 부여하기 전 이들이 과연 저널리즘이라는 공적 가치를 수행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교수는 “제작자들은 넷플릭스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매체라고 평가하지만, 과연 성과 폭력을 마음대로 재현하는 게 표현의 자유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며, “피해자를 재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계속 이야기함으로써 넷플릭스가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연구교수도 “‘나는 신이다’가 해낸 역할도 분명 있겠지만, 저널리즘의 이름을 가지려면 다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며 “OTT는 파급력은 크지만 책임질 수 있는 구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나는 신이다’를 비판하면 곧바로 JMS 신도로 취급하는 현상을 경계하며, 올바른 언론 환경을 위한 건전한 비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폭력 보도에 대한 보도 기준이나 지침이 없던 시대에는 정말 (피해) 장면을 보여주는 데 시간을 다 보냈다”며 “뭔가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사 보도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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