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실은 美잠수함 40년 만에 한반도 온다…대북 억제력 '극대화'(종합)
폭격기보다 은밀한 전개 가능… 중국 '압박' 효과도 기대하는 듯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미국 해군의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이 약 40년 만에 한반도에 공식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핵 3축' 가운데 하나인 SSBN이 우리나라에 전개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억제' 의지를 가시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북한의 반발 수위 또한 그만큼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워싱턴 선언'을 채택, 발표했다.
'확장억제'란 미국의 동맹국이 외부세력으로부터 핵공격을 받는 경우 본토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대응한다는 개념으로서 이른바 '핵우산'도 이에 포함된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서 "한국과 한국민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항구적이고 철통같다"며 "미국은 향후 예정된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통해 증명되듯, 한국에 대한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 회견을 통해서도 "(미 핵전력 운용에 관해) 앞으로 더 (한국과) 더 긴밀한 협력·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한반도에 배치하진 않겠지만, 핵잠수함 입항 등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SSBN은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미국의 '핵 3축'을 구성한다. SSBN은 핵탄두를 탑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싣는다는 점에서 어뢰 등 비핵무기를 주무장으로 하는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과 구분된다.
미 해군은 현재 오하이오급 SSBN 14척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SSBN은 사거리 1만2000㎞의 저위력 전술핵탄두 탑재 SLBM '트라이던트-Ⅱ'를 24발씩 실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오하이오급 SSBN 1척은 사실상 하나의 '핵보유국'과 맞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1980년대 초 이 잠수함 취역 이후 공식적으론 우리나라에 전개한 적이 없었다는 게 미 당국자의 설명이다.
미 해군은 오하이오급 SSBN 14척 중 8척은 태평양에, 나머지 6척은 대서양에 배치해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SSBN은 선제타격은 물론 본토가 핵공격을 받은 뒤에도 보복타격을 가할 수 있는 미군의 핵심 전략무기로서 항상 핵무기를 싣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잠수함 특성상 전략폭격기나 항공모함보다도 은밀한 전개가 가능하다.
따라서 미군 SSBN이 우리나라에 전개할 경우 북한 입장에선 최근 한미연합 공중훈련 등을 위해 한반도 상공에 수시로 전개했던 전략폭격기보다 더 '위협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 출신의 데이비드 맥스웰 미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는 26일 보도된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SSBN의 한반도에 전개에 대해 "김정은이 오판할 경우 북한 정권을 끝낼 수 있는 상당한 군사적 능력을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군 당국은 그동안에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거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실제로 벌였을 때 잠수함이 한반도 주변에서 활동 중인 사실을 공개하곤 했다. 미 해군 태평양함대사령부는 북한이 ICBM '화성-15형' 발사 등을 감행한 올 2월엔 로스앤젤레스(LA)급 SSN '스프링필드'가 부산에 입항한 사실을 알렸다.
또 비슷한 시기 북한의 핵사용을 가정한 한미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수행한 한미 대표단은 미 조지아주 킹스베이의 잠수함 기지를 찾아 SSBN '웨스트버지니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토머스 뷰캐넌 미 해군잠수함전단장도 "미국의 핵잠수함 전력은 동맹국에 제공하는 미 확장억제의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 태평양함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태평양 괌 해군기지에 배치된 SSBN '메인' 사진을 공개하며 북한 등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는 "한미가 미 해군의 SSBN 정보를 공유하면서 필요에 따라 한반도 인근 해역에 전개하고, 또 이 같은 사실을 노출하는 등 그 운용에 대해 상당한 협의를 하고 있음을 알림으로써 북한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미 정부가 SSBN의 한반도 전개를 '경쟁국'인 중국을 '견제'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작년부터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재개 등 연이은 도발에도 불구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에 매번 제동을 걸어왔다.
미국 측은 이번 '워싱턴 선언' 내용을 중국 측에 사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렌스 코브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SSBN의 한반도 전개가 "한국을 넘어 인도·태평양 역내 전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더 강화하고 강력한 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대만해협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도 있다"고 해석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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