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벤처스가 밝힌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성공방정식은?
“수가에 천착하기보다 서비스 실용성 높여야” 지적도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는 세계 최대 의료시장인 미국으로 갈 수 있느냐, 이를 위해 미국의 회사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경쟁력이 있느냐를 우선적으로 보고 있습니다.”(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
26일 카카오벤처스는 서울 강남구 루닛(328130) 본사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를 열고 현재 투자 중인 5곳의 의료 인공지능(AI) 의료기기 스타트업들을 소개했다.
이날 김 상무는 이데일리에 5곳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기업공개(IPO) 밖에 답이 없는 스타트업은 재미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파마 입장에서) 해당 스타트업이 피인수기업이 될 만큼 매력적인지, 미국 의료시장에는 없는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 해당 데이터와 비싼 의료기기를 함께 활용해야 해서 회사 두 곳이 함께 인수합병(M&A) 되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등을 함께 본다”며 “오늘 소개한 5곳은 모두 이런 특징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이날 김 상무는 시드 단계 및 프리 시리즈 단계에 있는 △코넥티브 △프리베노틱스 △알피 △딥메트릭스 △뉴로엑스티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각 회사들이 선보이는 제품의 용도를 보고 각사 대표들이 적절한 용도를 잘 찾아 가치 입증이 쉬운 시장으로 잘 들어가고 있는 게 맞느냐는 관점에서 회사들을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코넥티브는 AI 기반 인공관절로봇 수술 분야에서 서비스와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곳으로, 수술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수술 정확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창업자인 노두현 대표는 “미국에서 연간 시행되는 200만건의 인공관절 수술 중 60%가 로봇수술”이라며 “인구고령화, 스포츠로 인한 손상이 늘어나면서 현재 연간 전 세계 500만건 수준인 인공관절 수술 건수는 10년 뒤 3000만건으로 6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베노틱스는 내시경 영상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암 진단 보조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특히 의사들이 육안으로 진단하기 어려운 위암의 전단계 장상피화생 병변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 상무는 “미국에서 대장내시경과 대장암 건강검진에 대한 가치입증은 잘 돼 있는 반면, 위암에 대한 가치입증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장상피화생을 잘 봐야한다는 가이드라인이 미국 소화기학회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세계에서 위암 예방률이 60%대인 나라라 한국시장에서 가치입증만 할 수 있다면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AI 심전도 분석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알피의 경우 미국에도 없는 실세계 데이터(RWD)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언급됐다. 실제 응급환자에게 벌어졌던 상황에 기반해 심전도 이상 데이터에 색인을 함으로써 데이터의 값어치를 높였다. 김 상무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서 엑셀레이션 프로그램을 한다기에 김중희 알피 대표에게 지원을 권유했었다”며 “결과적으로 탈락했지만 메이요 클리닉에서 밝힌 탈락 이유가 ‘우리는 이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도와줄 방법이 없다’였다. 메이요 클리닉 정도에서도 만들 수 있는 AI가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알피가 데이터를 잘 만든다면 충분히 미국 시장에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라고 설명했다. 메이요 클리닉은 ‘미국 1위 병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AI 의료기기 스타트업들이 수가 문제에만 너무 천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뷰노(338220) 출신의 배웅 카카오브레인 CHO(Chief Healthcare Officer)는 “수가부터 받으려 돈을 들이는 것보다 고객이 사용하게 만듦으로써 리얼데이터를 쌓아 AI 소프트웨어의 활용성을 입증하는 게 더 효율성있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벤처스는 2021년부터 헬스케어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김치원 상무와 정주연 심사역을 영입했다. 이때부터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헬스케어 기업만 20여곳에 달한다. 이날 행사 장소를 제공한 루닛은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AI 의료기기 스타트업 중 대표적인 회사다. 지난해 7월 코스닥에 기술특례기업으로 상장한 루닛은 6000억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AI 의료기기 시장을 이끌고 있다.
나은경 (ee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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