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산행] "개가 사람보다 산 잘탄다? 잘못하면 업고 내려올 수도"

서현우 2023. 4. 2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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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알려주는 펫티켓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에 설치된 서울시야생동물센터에서 근무할 당시의 신윤주 수의사.

반려견 동반 산행은 갈수록 활성화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는 19.2%다. 5가구 중 1가구가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최근 올해 중 '국립공원 반려동물 동반 입장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꼭 산이 아니더라도 펫티켓(반려동물Pet과 예의·예절Etiquette의 합성어)은 필수다. 하지만 산은 공원이나 마을길에 비해 등산로가 좁다는 점, 낙상의 우려가 있다는 점 등으로 더 엄격한 펫티켓이 필요하다.

반려견과 산행하는 문화가 자연스러운 서구에선 펫티켓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많다. 올바른 반려견 동반 산행 문화 조성을 위해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 있는지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1호 동물행동의학 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신윤주 수의사에게 들어봤다.

| 산에선 펫티켓 더 엄격하게 지켜야

Q 먼저 반려견 보호자들이 지켜야 할 펫티켓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 일반적으로 산책시킬 때를 기준으로 보면 총 4가지 동물등록, 인식표 착용, 목줄 착용 및 상시 통제, 배설물 수거를 꼽을 수 있겠네요. 4가지 모두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사안입니다. 또 지난해부터는 산책 때 목줄 길이를 2m 이내로 잡고 다녀야 한다는 규정도 생겼고요.

Q 산에서 더 유의해야 하는 펫티켓이나 챙겨야 할 물건 같은 게 있을까요?

A ▶ 산이라고 해서 새롭게 지켜야 할 펫티켓이 있다거나 그렇진 않아요. 다만 기존 펫티켓을 조금 더 엄격하게 지켜야겠죠. 산은 보존해야 할 자연이니 배변 수거도 더 잘해야 될 거고요. 등산로가 좁으니 서로 마주칠 때 반려견 보호자들은 상대방이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목줄을 짧게 잡고 양보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 같아요.

또 굳이 산행한다고 기능성 리드줄을 별도로 구매할 필요는 없어요. 해외에서 하이킹에 익숙한 대형견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줄들 말이죠. 단지 평소 사용하는 리드줄이 헐거운 스타일인데 반려견이 산책할 때 많이 끌고 앞으로 나가려는 스타일이라면 튼튼한 리드줄을 구매할 필요는 있겠죠. 개들이 생각보다 물을 많이 마셔서 여분의 물도 많이 필요하겠네요.

소형견이라면 등산객을 마주쳤을 때 아예 안고 있으면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Q 좁은 길에서 만나면 개들은 어떻게 반응하나요?

A ▶ 반려견이 굉장히 얌전하고 행동변화가 없는 아이라면 아주 감사하겠지만,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반갑거나 흥분해서 뛰어오르거나 해요. 반려견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놀라겠죠. 그러니 보호자는 줄을 바싹 잡고 몸으로 반려견과 지나가는 사람 사이를 막거나 앉혀 놓는 게 좋아요. 이건 개가 얌전한 성격이라고 해도 무조건 그래야 합니다. 개들은 마주 오는 사람을 위협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소형견이라면 아예 안고 있는 게 최고죠.

Q 반대로 지나가는 사람은 어떻게 지나가야 하나요?

A ▶ 제일 좋은 건 무관심입니다. 관심을 주면 좋든 나쁘든 흥분하게 됩니다. 그럼 산행이 어려워져요. 최대한 눈을 안 마주치고 없는 듯 있는 듯 지나가는 게 제일 좋죠. 예뻐해 주려고 하는 것도 안 좋아요.

Q 예뻐해 주는 것도 좋은 게 아니라고요?

A ▶ 네. 남의 강아지가 어떤 알레르기가 있을지 모르고, 만지는 거에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거든요. 특히 먹이를 주는 건 절대 지양해야 하는 행위예요. 이게 한국 사람들의 특징인데 사람이나 개나 먹는 걸 줘서 호의를 표하려고 하거든요.

서구의 경우에는 특수한 장소가 아닌 한 기본적으로 개의 존재에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어요. 반려견을 좋아하든, 혐오하든 간에 관심을 끄는 거죠. 우리나라도 그런 시대로 나아가야 하고요.

신윤주 수의사는 국내 1호 동물행동의학 박사다.

| 소형견 80% 유전적으로 약해

Q 현재 한국의 반려견 산행 문화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A ▶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지금 반려견을 산에 데리고 다니는 분들은 대체로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거든요. 이 분들은 과거 시골에서 키우던 경험을 바탕으로 반려견을 대하기 때문에 대체로 절대 목줄을 안 하는 특징이 있어요.

목줄을 안 하면 다른 등산객을 공격하거나 놀라게 해서 넘어지게 만들 위험이 높을뿐더러 반려견한테도 안 좋아요. 등산객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 같은 걸 먹을 수도 있거든요. 아주 드문 케이스지만 독버섯을 주워 먹을 수 있어요. 특히 유기될 가능성도 높고요. 도시보다 산에서 유기되면 더 찾기 힘들거든요.

Q 처음 반려견과 함께 산행을 해보려 한다면 사전에 어떤 걸 확인해야 할까요?

A ▶ 가장 안 좋은 건 '짐승인 개가 사람보다 등산을 못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데리고 나가는 겁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데리고 나갔다간 업고 내려오셔야 할 겁니다.

사실 보호자들이 자기 개의 체력상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반려견들이 산악지형 중에서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게 반복된다거나 험한 곳을 지나면 슬개골이 탈골되거나 무릎이 안 좋아질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보호자가 판단하기보다 수의사한테 가서 같이 산행을 가도 되는지 상담해 보는 것이 최선입니다.

Q 산행이 적합한 견종은 어떤 것이 있나요? 아무래도 대형견이 잘 다닐 것 같은데요.

A ▶ 우리나라는 현재 대형견보다 말티즈나 시추, 푸들, 포메라니안 같은 소형견들을 많이 키우고 있는데 이런 견종들이 80% 정도는 유전적으로 다리가 안 좋고 슬개골 탈구 현상을 겪어요. 산행으로 근육을 단련시키면 괜찮아질 거라 여기는 분들도 있는데 대부분 증상을 악화시킬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견종은 하나의 경향성일 뿐 산행 적합 여부는 개체마다 달라요. 굉장히 활발하고 체력이 넘치는 소형견들도 있거든요. 가벼운 산행 몇 번 다녀온 뒤 수의사에게 진찰받고, 거기서 이상 없다면 함께 산행해도 문제가 없는 셈이죠. 그리고 반려견의 성격도 중요하고요.

Q 성격은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A ▶ 호기심이나 활동성 등을 말하는 거죠. 앞서 말한 체력이나 건강 상태는 베이스에 불과하고 반려견의 성격이 오히려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요소입니다. 엄밀하게 따져서 개한테 물어보고 함께 가는 등산이 아니잖아요?

물론 개도 등산을 좋아하고, 힘들어하지 않으면 최고죠. 하지만 개가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데 장거리를 걷다 보면 체력적으로 괜찮아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어요. 반려견이 분명하게 신호를 줄 겁니다. 또한 노견은 산행을 지양하는 것이 좋을 거고요.

| 목줄만 잘 잡아도 사고 예방 가능

Q 요새 논란인 입마개는 어떤가요? 등산로가 좁은 만큼 입마개를 착용하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A ▶ 입마개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반려견이 입질을 한다거나, 개물림 사고를 유발한 적이 있다거나, 공격성을 보인다면 입마개를 하는 게 좋죠. 좋은 건 그물망으로 된 바스켓 형태 입마개입니다. 물도 마실 수 있고 호흡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제품들이 좋아요.

입을 조이는 형태의 입마개는 좋지 않습니다. 개들은 땀샘이 없어서 '헉헉'거리는 호흡으로 열을 빼거든요. 그런데 입을 조여 버리면 호흡이 부자연스럽고, 그럼 등산하면서 오른 열을 뺄 수 없어서 엄청 고통스러울 겁니다. 보호자가 잘 판단해야죠.

다만 이렇게 입마개를 검토해야 할 정도의 반려견이라면 애초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 등산객이 많은 산을 찾지 않는 것이 최선이죠.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 거고요.

반려견과 함께하는 트레킹은 서구에서 자연스러운 문화다.

Q 역효과라고 한다면?

A ▶ 혐오와 공포를 재생산한다는 차원에서 그렇습니다. 현재 일부 맹견으로 분류된 종만 입마개 착용이 의무화돼 있는데 체고 40cm 이상, 더 나아가 모든 개들한테 입마개를 착용시켜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세계 어느 나라에도 그런 곳은 없거든요.

물론 이 분들이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는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그만큼 보호자들이 반려견을 잘 통제하지 않는 케이스가 많았다는 얘기죠.

하지만 입마개를 하면 잘 통제하는 보호자들과 훈련된 반려견들에 대한 인식도 나빠질 수 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반려견을 만났을 때 가장 좋은 건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겁니다. 하지만 입마개하고 오면 '왜 입마개할 정도로 무서운 애를 끌고 나오냐?'가 되는 거죠. 상대방의 관심을 유발하게 되는 겁니다. 혐오와 공포의 악순환이죠.

Q 목줄을 잘 다루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 보통 개물림사고는 흥분한 개가 확 튀어나가면서 보호자가 넘어지거나 당황해서 줄을 놓치며 발생합니다. 그러니 너무 예쁜 목줄, 예쁜 하네스에 집착하지 말고 내구성이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아요. 또 불안하면 이중, 삼중으로 허리와 목, 하네스와 발목에 다 묶는 것도 좋습니다.

등산객이라면 카라비너 한 두 개 쯤 있을 텐데 이를 사용하는 것도 강력히 추천합니다. 배낭 허리끈이나 어깨끈에 리드줄을 결속시켜두면 보호자가 넘어지더라도 개가 튀어나가지 않게 막을 수 있어요. 제가 반려견과 산책할 때 쓰는 방법입니다.

Q 반려견 동반 산행 펫티켓에 대해 충분히 살펴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보호자들이 더 주의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 진드기! 산에 가면 100% 진드기가 붙어 온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진드기가 반려견한테 매개하는 질병들이 치명적인 경우가 많아서 매우 주의해야 해요. 산행이 아니라 산 근처에서 산책만 해도 진드기가 붙거든요. 그래서 서울 남산이나 충무로 동물병원들은 진드기로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털이 길면 일일이 떼주기도 어려워요. 그러니 기피제 등을 잘 사용해서 외부구충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신윤주 교수 약력

서울대 수의과 졸업. 서울대 동물행동의학 박사 전) 서울동물메디컬센터 동물행동의학과장 현) 전주기전대학 동물보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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