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한국 핵포기 대가로 핵사용 논의서 더 큰 발언권”

홍수진 2023. 4. 2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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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 미 주요 언론들은 한국이 자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의 핵사용 결정 과정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됐다는 데 주목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의 유력 신문들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에 관한 미 정부 고위 관리들 언급과 전문가 평가 등을 통해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미국과 한국이 잠재적 핵무기 사용에 관한 협력을 약속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 정부에 북한의 공격에 대한 미국의 핵대응 가능성에 관한 협의에서 “더 큰 목소리”를 줬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 정부는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다시 천명하는 대가로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핵무력 사용에 관한 협상에서 오랫동안 추구해온 위상을 얻게 됐다는 것이 이 신문의 평가입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WSJ 인터뷰에서 “워싱턴 선언의 기본 취지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약속을 강화하고 향상하는 일련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 합의가 잠재적 핵무기 사용에 관해 한국과 “협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미국이 공식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재래식 병력이 분쟁시 미 핵무력 부대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한국의 군용기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의 폭격기를 에스코트하는 확대 훈련을 실시하는 등의 방안을 예상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가동 중입니다.

다만 핵 작전을 집행하고 표적을 정하는 권한은 여전히 미국의 몫이라고 WSJ은 지적했습니다.

새로 창설하는 핵협의그룹(NCG)도 구체적인 타깃은 정하지 않고 북한의 핵 위협과 다양한 상황에서의 한미 대응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발표에 대해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은 “억제 능력과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호평했으나,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북한 전문가 조엘 위트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한국 정부와 한국군의 많은 관리는 그들이(핵)버튼에 손가락을 올릴 수 있을 때까지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하는 대가로 미국이 한국에 북한과의 분쟁 시 핵무기 사용에 관한 전략 계획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 “핵심적 역할”을 부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양국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은 핵 분쟁 가능성에 대한 나토 국가들의 계획을 모델로 삼은 것이라며 핵무기 배치 여부에 대한 결정은 오직 미국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점도 신문은 강조했습니다.

NYT는 이날 합의를 주목해야 할 이유로 한국 대중을 안심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점을 첫손에 꼽았습니다.

자체 핵무장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은 한국의 불안을 진정시켜야 할 필요성을 미국도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도 바이든 대통령이 점증하는 북한의 핵위협에 공개 대응한다는 목표로 여러 조치들에 착수함으로써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신문은 워싱턴 선언에 명시된 세부 조치들이 미국이 한국에 북한의 핵타격시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한 의도로 설계됐다고 전했습니다.

한 익명의 정부 관리는 WP에 “우리는 1980년대 초 이후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었던 미국 핵탄도잠수함의 한국 방문을 포함한 전략 자산의 정기적 배치를 통해 우리의 억제 노력을 더욱 가시화하는 조치들을 취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탄도미사일을 최대 20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오하이오급 잠수함을 향후 몇 달 안에 한시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북한의 전례 없는 핵·미사일 도발에 직면한 한국인들의 불안 증대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라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홍수진 기자 (nodan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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