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바이든, 80분간 회담…'北 핵 확장억제 강화' 워싱턴 선언 채택
확장억제 강화 명문화…'IRA·반도체법' 협력 강화
"北 핵 공격 때 美 핵무기 포함 압도적 대응"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확장억제', '경제안보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15분부터 80분간 소인수정상회담, 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소인수회담 모두 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세계의 한 나라의 안보는 파트너들의 안보에 달려 있다'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 대통령(1953년 1월~1961년 1월 재임)의 발언을 인용해 "오늘 우리의 동맹은 우리에게 닥치는 어떠한 도전도 헤쳐 나갈 수 있는 그런 강한 파트너십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며 "우리의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 민주주의 가치 방어, 북한의 긴장 고조에 대한 대응 등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 70년 이어온 한미동맹 중요성과 미래 강조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담대하고 원칙이 있는 일본과의 외교적 결단(제3자 변제 방식을 통한 강제동원 문제 해결)에 대해서 감사드린다"며 "이는 (한미일) 삼자 파트너십을 강화시킬 것이고, 엄청난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이 걸어온 발자취는 앞선 지도자들의 판단과 결정이 현명하고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제적 위상을 가진 국가로 성장했으며, 한미동맹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글로벌 평화와 안정에 핵심축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가치동맹"이라며 "이익에 따라서 만나고 헤어지는 편의적인 계약 관계가 아니다. 가치에 기반해서 '영원히 지속되는 동맹'이다. 서로 생각이 다른 어떤 현안에 대해서도 협의를 통해 충분히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회복력이 강한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후 양 정상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확장억제에 방점을 찍은 결과물을 발표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군사적인 협력은 철통 동맹"이라며,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핵 억지력을 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첫 번째 핵심성과는 확장억제"라며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상대방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닌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통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양국 간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의지를 '워싱턴 선언'에 담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철통같은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공격 시 즉각적인 정상 간 협의를 갖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하여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미 양국은 새로운 확장억제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하기로 했다"며 "이제 한미 양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핵과 전략무기 운영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이며, 그 결과는 양 정상에게 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역사적이고 구체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양국 간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선언에는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 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 △미국은 미국 핵태세보고서의 선언적 정책에 따라 한반도에 대한 모든 가능한 핵무기 사용의 경우 한국과 이를 협의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약속한다 △윤 대통령은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핵협의그룹(NCG) 설립을 선언했다 △한미동맹은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하고, 한반도에서의 핵 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 및 훈련 활동을 강화해 나간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항구적이고 철통같으며,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한다. 또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해 지원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 합의해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규탄함에 있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이 무고한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무력 사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공동 입장을 확인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첨단 기술 분야, 공급망 협력 강화하도록 '조율'
이와 함께 한미 양국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조율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IRA와 반도체법에 대한 한국 기업의 불안감을 해소할 방안이 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한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미국이 어떻게든 안 좋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점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사업활동에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며 "우리는 미국의 IRA와 반도체법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해나기로 했다. 양국 간 첨단 기술 분야 파트너십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양 정상은 한미 국가안보실(NSC)에 '차세대 신흥·핵심기술대화'를 신설해서 이런 협의체를 통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퀀텀 등 첨단 기술 관련 공동연구·개발과 전문인력 교류를 촉진시키기로 했다.
아울러 양 정상은 양자과학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위한 별도의 공동성명도 채택했으며, 앞으로 한미동맹이 사이버, 우주 영역으로도 확장될 수 있도록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사이버, 우주 공간에 적용하기 위한 논의도 개시하기로 했다.
또한 이번에 채택된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통해 한미 양국이 사이버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정보공유, 수집, 분석과 관련된 협력도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 정상은 미래 세대의 교류를 적극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미 청년 특별교류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고, 총 6000만 달러를 투자해 2023명의 이공계 인문 사회 분야 청년 간 교류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한미동맹 70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 사회를 위한 우리의 신념과 비전이 일치함을 다시 확인했다. 오늘 우리가 마련한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한미동맹'의 청사진을 바이든 대통령, 그리고 양국 국민들과 함께 충실히 이행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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