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미국에 ‘예측 복종’을 하고 있다” [정치왜그래?]

고제규 기자 2023. 4. 2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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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왜그래?] ‘나를 위한 정치 해설’ 〈정치왜그래?〉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시사IN 유튜브에서 방송됩니다. 뉴스를 보는 또 다른 관점과 정보를 제공합니다. 해당 녹취는 일부 내용으로, 전체 내용 확인을 원하시는 분들은 방송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시사IN 유튜브 〈정치왜그래?〉(매주 화요일 저녁 7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장일호 기자

■ 대담 :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26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게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발언인가. 저는 일본 외무상 인터뷰인 줄 알았어요.”

“대통령 역사관 자체가 몰역사적이다.”

“윤석열 대통령님 역사적 책임에는 끝이 없습니다.”

“‘나는 문재인 정부와 다르게 풀고 있다’라는 평판만 얻으려고 한다.”

“김건희 여사한테 넷플릭스 투자 보고? 이건 사실상 대통령이 둘이라는 의미다.”

“돈 봉투 연루 의원들, 탈당하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냥 일상적이고 늘 일어나는 일을 얘기하는 것 같았던 게 가장 충격적이었다.”

■ 진행자 / 5박 7일 일정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했는데, 방미 직전 있었던 외신 인터뷰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일본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는데요.

■ 박성민 / 정말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발언인가. 저는 일본 외무상 인터뷰인 줄 알았어요. 일본에 면죄부를 완벽하게 주는 내용입니다. 도대체 일본을 향한 ‘저자세 외교’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일본은 우리 정부가 엄청난 결단을 보여줬는데도 일본 정부는 오히려 뻔뻔해요.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시사 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러시아를 자극했습니다. 대만 문제 언급해서 이제 중국을 완벽하게 적으로 돌리는 ‘3연타’를 보여주셨는데, 이러기도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로 이렇게 국민 속을 뒤집어 놓기도 힘들다는 거죠.

■ 장혜영 / 완전히 고장 난 라디오 같은 상태입니다. 〈워싱턴포스트〉와 이런 일이 있었던 게 처음이 아니잖아요. 후보 시절 인터뷰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식으로 발언했던 게 기사가 나가고 당시 한참 안티 페미니즘을 공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던 윤 후보로서는 문제가 되니까, 외신이 왜곡한 거라고 주장했죠. 그때도 똑같이 〈워싱턴포스트〉에서 심지어 같은 기자가 원문을 공개해 반박이 불가능해진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는 인식을 드러낸 문제가 반복됐고, 그게 똑같은 기자한테 또다시 원문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반박당하는 이런 망신을 당한 셈인데요.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큰 특징은 잘못을 저질러 놓고 그걸 지적당했을 때 반성하고 사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하고 싸우는 대통령 특히 역사하고 싸우는 대통령이라고 하는 점인 것 같아요. 대통령 역사관 자체가 몰역사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너무나 대조적으로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이 나오기 전, 4월19일 독일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해서 80년 전에 있었던 유대인에 학살을 사과하면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역사적 책임에는 끝이 없다.” 정확하게 이 말을 윤 대통령에게 돌려드리고 싶어요. 윤석열 대통령님 역사적 책임에는 끝이 없습니다.

■ 박성민 / 그러니까 이거는 100년 전에 일어난 과거의 일이 아니라, 일본이 제대로 반성하고 제대로 사죄하고 제대로 배상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현재의 일을 가지고 100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사안을 가볍게 보는 듯한 또는 마치 남의 나라 일로 보는 듯한 인식이 저는 정말 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제일 무섭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4월25일(현지시각) 백악관 내부를 관람하던 중 블루룸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공동취재

■ 진행자 / 대체 이런 미국과 일본 편향 외교로 얻을 수 있는 국익이 뭐길래 이렇게 하는 걸까요?

■ 장혜영 / 미국에 대한 ‘예측 복종’을 너무 심각한 수준에서 하고 있어요.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 교수가 쓴 〈폭정〉에 나오는 개념인 ‘예측 복종’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데, 미국의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주면, 미국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줄 것이라는 신앙적인 믿음이 아니고서야 도대체 이런 폭탄 발언들 사이에 어떤 일관성을 찾을 수 있을까요?

■ 박성민 / 저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 모든 문제의 근간은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고 싶은 조급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이 조급증이 모든 걸 망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과 경제적 특성 그리고 안보적 특성을 살펴봤을 때 외교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해서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나 조급하게 너무나 빠르게 무언가 자신의 성과를 포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번에 한일 관계를 보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결단을 굉장히 강조하잖아요.

■ 장혜영 / 대통령이 확실히 둥둥 떠다니고 있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외교 실리가 무엇인지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제보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로 달아주셔도 좋은데요. 제가 보기엔 없어요. 그냥 ‘나는 문재인 정부와 다르게 풀고 있다’라는 평판만 얻으려고 하는 거죠. 이런 평판을 자기가 얻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실리는 사라졌어요.

■ 진행자 / 우크라이나에 살상 목적의 무기 지원 같은 경우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나요?

■ 장혜영 / 국회에서 동의가 필요하죠. 법률적인 근거가 없다고 정부에서 무식한 소리를 했지만 그게 무식한 소리라고 하는 것을 언론에서 여러모로 취재했고, 또 국회 차원에서도 확인을 한 바가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4월24일(현지시각) 백악관 영빈관 접견장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 경영진 접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진행자 / 제가 또 하나 오늘 좀 놀랐던 것 중의 하나가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확정에 대해 콘텐츠와 관련해 관심이 많았던 영부인에게 보고드렸다는 점이에요. 김건희 여사는 선출한 권력이 아니잖아요.

■ 박성민 / 이상해요. 아니 어떻게 국가와 국가 간의 투자 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영부인에게 국가 중요한 사안을 보고하느냐는 거죠. 영부인이 어디 현장을 가거나 관계자와 미팅하면 사전 자료처럼 제공할 수 있어요. 이번 대통령실의 브리핑은 완전히 결이 달라요. 어떻게 보면 김건희 여사가 중간 과정에 개입하고 이 사안을 보고받는 주체였다고 인정한 건데 이건 사실상 대통령이 둘이라는 거죠.

■ 장혜영 /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후보 시절에 자신의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고, 오직 아내로서 조용한 내조만 하겠다고 스스로 발표했다. 조금씩 공개 활동을 늘리더니, 이제는 공식적인 국가 간의 투자 문제까지 중간에 보고받았다. 이것은 분명히 국가 권력의 사유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4월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돈 봉투 사건, 민주당 대의원제 폐지 공론화

■ 진행자 /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 볼 텐데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장혜영 / 밤 11시에 송영길 전 대표가 프랑스에서 기자회견을 해서 라이브로 봤는데, ‘아, 이분이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이 파리에 왜 왔는지, 민주당에서 얼마나 훌륭한 일을 많이 했는지, 그리고 파리에서는 또 얼마나 훌륭한 수업을 많이 듣고 있는지 등등 이 사건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 말하기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얘기를 너무 많이 했어요. 핵심 내용은 ‘귀국하겠다’ ‘탈당하겠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모른다’ 이 세 줄로 요약할 수 있어요. 저는 정말 더불어민주당의 장래가 어둡다고 생각했습니다.

■ 박성민 / 할 말이 없네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 이 돈 봉투 논란이 참 끝이 없어요. 이정근 녹취 파일이 풀리고 있고, 이제는 이정근 노트가 나오고, 송영길 전 대표가 알았네. 몰랐네 등등 의혹들이 정말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면서, 이 사안이 도대체 언제쯤 매듭이 지어지고 진상이 규명돼, 국민들께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는 걱정이 참 많이 된다. 저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첫째 녹취록에 등장한 특정 의원들이 여전히 당 안에 계신다는 점이다. 실명이 거론되고 목소리가 직접 등장한 당사자들은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이제 과거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의원들에게 탈당을 권유했던 것처럼, 본인이 의혹을 소명하고 돌아오라고 당해서 입장을 취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는 당의 대응이 너무 좀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재발 방지책을 내놓고 신속하게 당내 구성원들의 여론을 수렴해서 나름대로 당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에 너무 많은 걸 맡긴 듯한 모양새다. 저는 지도부가 좀 더 의지를 내야 한다고 본다. 김민석 정책위 의장 등 몇몇 분들이 송영길 전 대표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부적절하다. 지금 상황에서 민주당 안의 구성원들이 그 누구라도 송영길 전 대표나 관련자들을 두둔하거나 해명해 주는 듯한 모양새 또는 서사를 만들어 주는 행위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제발 당내 구성원들이 언행에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장혜영 / 검찰 수사는 어쨌든 이 범죄에 초점을 맞춰서 수사하는 거고, 민주당은 그 자체로 도덕성에 타격을 받았다. 민주당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도덕적이지 않은 금권 선거로 인해 민주당의 큰 정치인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많이 겪었나. 그런 어려움을 뚫고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서 헌신한 역사가 있는데, 그런 정당에서 돈 봉투에 관해서 얘기하는 논조가 너무 일상적이었다. 그냥 일상적이고 늘 일어나는 일을 얘기하는 것 같았던 게 가장 충격적이었다. 민주당의 도덕성을 국민 앞에서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이를 악문 기획이 필요하고 반성이 필요하고 정풍 운동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오로지 이걸 리스크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왼쪽)과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 진행자 / 민주당 안에서 대책의 일환으로 돈 봉투 사건을 계기로 대의원제를 아예 폐지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 박성민 / 어떤 제도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어쨌든 대의원 제도는 손을 안 댈 수가 있을까? 대의원은 국회의원들이 꽉 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금권 선거 논란이 대의원제를 건드린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아마 대의원제 폐지 이야기는 분명히 나올 것 같아요. 논의될 것 같아요.

■ 진행자 / 장혜영 의원은 지금 현역 국회의원인데 정치자금 문제로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 장혜영 / 저는 이 돈 봉투 논란의 핵심은 정치자금법 문제하고는 별개라는 말씀을 더 강조해서 드리고 싶어요. 저는 이것은 도덕성의 문제이고 기강의 문제이지 어떤 제도나 다른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거다. 민주주의라고 하는 게 늘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기강이 흐려지고 감시가 없는 곳에서 언제든지 구태는 부활할 수 있다. 그런 구태 정치인은 대한민국 정치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명확한 원칙을 갖는 게 중요하지 어떤 제도를 보완해 금권 선거를 막을 수 있다고 하는 건 저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 박성민 / 저는 기강의 문제도 있지만 제도의 문제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국회에서도 선거제 개혁이 불붙는 이유가, 정말 좋은 정치를 하겠다는 마음만으로는 안되는 환경이 있기 때문에 이 환경을 바꿔서 국회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꿔보자는 의도잖아요. 그런 점에서 이런 여러 가지 제도들을 뭔가 좀 포괄적으로 넓혀서 보면 정치권 안에 문화도 문제고 자기들끼리 감싸주고 밀어주고 당겨주고 하는 그런 악습이나 관행도 문제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제도의 개혁 역시도 불가피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 장혜영 / 돈 봉투 같은 걸 받으면서 정치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어야 한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정치자금법을 바꾸는 문제는 완전히 다른 문제 정치 개혁의 문제이고 이건 정치개혁 이전에 너무 기본적인 도덕성 문제이다.

고제규 기자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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