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라는 렌즈로 톺아본 한국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2023. 4. 2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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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이 주의 신간. 출판사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기자들이 꽂힌 한 문장.

구충록

정준호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한국 사람들은 기생충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하는 것 같다.”

어린 시절 학교는 학생의 똥까지 살펴보는 곳이었다. 평소에는 잘만 나오던 똥이 채변 봉투를 앞에 두면 도무지 나올 생각을 안 했다. 누구나 몸 안에 기생충을 가지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기생충이 완전히 ‘박멸’됐다고 상상되는 지금도 음식이 평소보다 많이 먹힐 때면 기생충과 식사를 나눠먹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구충제’로 고민이 이어진다. 저자는 한국 근현대사를 기생충이라는 렌즈로 톺아본다. 기생충이 한때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었음을 보여주고, 한국 보건의료사의 빛나는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전 국가적 기생충 박멸 사업을 떠받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러낸다.

 

 

 

 

캐나다에 살아보니 한국이 잘 보이네

성우제 지음, 피플파워 펴냄

“양쪽 사회를 모두 바라볼 수 있는 중간지대에 서 있다.”

지은이는 22년 차 캐나다 이민자다. 13년 동안 기자로 일했던 그는 22년 전 이민을 떠났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 교육을 위해서였다. 토론토 출장길에 본 모습이 그를 이끌었다. 그날 아침, 토론토 시내버스는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의 버스 하차를 도와준 버스 기사가 내처 손을 잡고 함께 길을 건너고 있었다.

음식점 ‘알바’부터 시작한 이민자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어느 정도 자리 잡은 후 이민 초기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과 캐나다, 경계의 삶. 그의 눈에 보인 사회·문화의 풍경과 차이를 담담히 적었다. 책 끝의 ‘기형도 이야기’가 보너스처럼 읽힌다. ‘형의 친구’였던 시인과의 일화가 담겼다.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

델핀 파팽 지음, 권지현 옮김, 서해문집 펴냄

“석유와 군사력은 푸틴이 기댄 두 개의 축이다.”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옛 소련의 붕괴 이후 줄곧 쇠퇴하는 것처럼 보였던 거대한 나라가 자신의 세계사적 존재감을 하필 전쟁으로 입증한 것이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국가이자 자원 대국이며 세계 제2의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의 과거-현재-미래를 150개의 지도와 인포그래픽, 날카로운 해설로 분석·전망한다. 옛 소련 붕괴와 해체, 석유와 천연가스 대국으로 성장, 나토와 70년간 대치, 아시아·아프리카로 영향력 확대,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침공 등 러시아를 둘러싼 뜨거운 주제들을 통해 지정학적 요충지인 한반도의 미래를 성찰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사진의 별자리들

채승우 지음, 보스토크프레스 펴냄

“그래서 감동적인 사진일수록 더 조심해야 할지 모른다.”

2015년 9월 시리아를 떠나 유럽으로 건너가던 세 살배기 쿠르디는 튀르키예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쿠르디가 찍힌 사진은 전 세계적으로 난민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된다. 일부 국가는 난민의 입국을 허용했고 ‘쿠르디의 기적’이란 말까지 붙었다. 저자는 묻는다. “그 기적은 얼마나 지속됐을까?” “우리는 감당할 수 있는 이미지에만 반응하는 것은 아닐까?” 목숨 건 항해는 반복되었지만, 모든 사진이 ‘반응’을 일으키는 건 아니었다. 추상화된 사진일수록 대중의 고정관념과 맞닿아 있고, 그만큼 공감과 감동도 쉬워진다. 사진가인 저자가 사진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고민하며 쓴 책이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이상헌 지음, 생각의힘 펴냄

“가끔 나는 노동자는 인간이 아니라 사자라는 생각을 한다.”

저자는 이 책을 ‘내 생각의 움츠린 여정’이라고 표현했다.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고용정책국장으로 일하는 그는 일의 특성상 ‘외교적 중립성’이라는 단어를 의식하며 지낸다. 노동시간, 임금, 고용에 중점을 두며 연구와 정책을 개발하고 여러 나라에 조언하는 일을 한다. 그에 따른 제약 때문에 글의 표현이 우회적일 때가 있다. 그럼에도 “논란과 오해를 피하면서 비판적으로 글 쓰는” 싸움을 계속한다. 그 결과들이 책으로 묶였다. 일상과 노동에 관한 짧은 단상이다. 추천사를 쓴 소설가 김훈의 표현대로 "학문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 찡겨 있다. 이 부자유한 자리에서 그가 인간의 현실 쪽으로 시야를 열어갈 때 그의 글은 가장 좋은 페이지를 이룬다".

 

 

 

 

 

이관휘의 자본시장 이야기

이관휘 지음, 어크로스 펴냄

“한국의 자본시장은 한국에 살고 있는 누구와도 무관하지 않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개인 투자가 보편화된 시대이다. 그러나 자본시장과 관련해 대중의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검증된 정보와 금융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은 마땅치 않다.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인 저자가 시민을 위한 ‘자본시장 이야기’를 풀어냈다. 전문성과 깊이감을 갖춘 내용이기에 아주 쉽지는 않지만 차분히 읽어 내려가면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 ‘위기의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한국 경제 뒤집어 읽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2020년 7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시사IN〉에 연재한 칼럼이 바탕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글로벌 자본시장이 압축적으로 요동쳤던 그 시기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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