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꿈틀이 신맛 젤리, 불안·공황발작에 효과?
최근 몇 년 사이 '신맛 젤리'(일명 사우어 캔디)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젤리의 국내 간식 시장 점유율은 절반 가량이다. GS리테일(편의점 GS25)의 매출을 보면 껌·젤리·캔디류 등 간식 중 젤리의 비중이 2019년 42.9%에서 2022년 49.5%로 늘었다. 같은 기간 껌의 매출 비중은 20.4%에서 13.1%로 줄었다.
미국 건강매체 '헬스'는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TikTok)에서 '신맛 젤리가 불안과 공황 발작을 피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소개했다. 불안감이나 공황 발작이 엄습할 때 신맛 젤리를 먹으면 뇌가 새콤달콤한 입안 감각에 집중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행기 탑승 때나 대중연설 전 불안감을 느낄 때 신맛 젤리가 제 몫을 다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틱톡에서 'sour candy for anxiety'(불안할 땐 신맛 캔디)란 검색어 조회 수가 2250만 건을 넘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이들도 신맛 젤리가 불안감과 공황 발작을 억누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공감했다. 이처럼 일시적인 대처보다는 질환에 대한 중단기적·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맛 젤리 섭취는 불안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손목에 고무줄을 감고 잡아당겨 소리를 내는 오래된 '감각 자극'처럼 주의를 흩뜨리는 일종의 기술에 해당한다. 두려움, 불안, 압도감이 들 때 생생하고 강렬한 맛이 뇌의 주의를 돌리게 해준다.
뇌의 변연계에 속하는 편도체가 도피 또는 투쟁 반응을 일으키면 공황 상태에 빠진다. 미국 정신건강시스템 '패스라이트 기분불안센터'(Pathlight Mood & Anxiety Center)의 토야 로버슨-무어 박사(신경정신과)는 "편도체의 반응을 약화시키고 공황을 누그러뜨리는 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미각, 후각, 촉각, 시각, 청각 등 오감을 통해 주의를 현재의 순간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신맛 젤리는 우리의 주의를 미각으로 빠르고 강력하게 돌려 감정을 맡는 뇌 부위인 편도체를 약화시키고 생각을 맡는 뇌 부위인 전두엽 대뇌 피질에 더 잘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신맛 젤리를 먹으면 '지금 여기'(Now, here)로 주의를 쉽게 돌릴 수 있다. 정신건강 카운셀러인 존 델로니 박사는 헬스와의 인터뷰에서 "신맛 젤리 몇 개면 불안이 마냥 되풀이되는 사람의 주의를 현재로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신맛 젤리가 입 안에서 만드는 새로운 감각과 물리적 자극이 소용돌이 치는 파괴적인 생각에서 주의력을 끌어내 현재로 돌려준다. 작은 바위 등 질감이 있는 물체 위로 손가락을 대거나 복잡한 화음의 음악을 듣는 등 행동 등도 일종의 물리적 자극에 포함될 수 있다.
로버슨-무어 박사는 "공황 증상과 심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사탕 같은 단 음식을 먹으면 일종의 '부적응 대처 메커니즘'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신맛 젤리는 고혈당 식품이어서 혈당의 급격한 상승과 하락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혈당이 급격히 낮아지면 몸이 떨리고 짜증이 나고 심박수가 빨라진다. 저혈당 쇼크를 일으키면 응급실에 가야 한다. 설탕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라는 단백질 양이 줄어든다. 이 신경영양인자는 불안과 공황을 줄이는 역할을 하기에 이것이 부족해지면 불안 증상이 악화된다.
전문가들은 주의를 오감 중 하나로 돌리는 것은 위험이 실제가 아닌 때와 불안이 필요하지 않은 때를 식별하는 학습 및 연습 기술과 결합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불안을 억누르고 공황장애 발작을 막기 위해 신맛 젤리에 의존하기보다는, 불안에 대한 증거 기반 치료 형태인 인지행동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 치료에는 대화 요법, 약물 치료, 심호흡, 근육 이완, 마음챙김 명상 및 운동 등이 포함된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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