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알림' 즉흥 연주한 라트리 "오르간은 다재다능하죠"

강애란 2023. 4. 27. 07: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7년 공연 때 즉흥연주…내달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가니스트…"관객이 영혼에 닿을 수 있도록 연주"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 [롯데콘서트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유럽 대성당 미사에서 경건하게 울려 퍼질 것 같은 파이프오르간의 웅장하고 다채로운 멜로디가 귀에 익숙한 카카오톡 알림 소리와 애국가로 울려 퍼졌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파이프오르간 연주자 중 한 명이자 프랑스를 넘어 세계에서 꼽히는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61)가 2017년 8월 한국을 찾아 선보였던 즉흥연주에서다.

6년 전 파이프오르간의 흥미진진한 변주를 들려줬던 라트리가 다음 달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다시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라트리는 공연을 앞두고 27일 연합뉴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오르간은 다재다능(versatility)하다"며 악기에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 파이프오르간은 한 번에 한 음만 내는 단선율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악기가 동시에 연주되는 오케스트라의 선율까지도 표현할 수 있다. 덕분에 '악기의 제왕'이라고도 불린다.

라트리는 "오르간은 소리가 너무 넓고 다채로워서 들을 때 항상 압도된다"며 "현대 작곡가들이 이런 오르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면서 오르간의 미래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르간은 교회에서뿐만 아니라 독주, 오케스트라, 합창, 앙상블, 크로스오버 등 모든 종류의 음악에 사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악기"라고 덧붙였다.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 [롯데콘서트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파이프오르간은 특정 선율을 기본으로 두고 다양한 스탑(어떤 하나의 음을 소리 낼 수 있도록 하는 기구)을 결합해 무궁무진한 음색을 만들 수 있어 즉흥연주에 적합하다.

라트리는 세계 최고의 오르가니스트라는 명성에 걸맞게 빼어난 즉흥연주로도 정평 나 있다.

그는 "음악은 영역이 넓기 때문에 한 가지 레퍼토리만 계속 연주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한평생 모든 곡을 다 연주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해서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탐구해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즉흥연주는 매번 매우 큰 도전이라고 할 만큼 어렵지만, 청중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되는 음악"이라며 "그 자리에서 작곡돼 마지막 음악이 끝나면 즉시 사라진다. 참 근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에서도 즉흥연주를 기대해도 되냐는 질문에는 "즉흥연주는 청중, 악기, 그 순간의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어떻게 연주될지 두고 봐달라"라고 답했다.

즉흥연주에 앞서 라트리는 바그너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1막 서곡,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발췌곡, 프랑크의 '오르간을 위한 영웅적 소품', 비도르의 '오르간 교향곡 제5번 바단조'를 연주한다. 이 가운데 '동물의 사육제'는 한국인 아내 오르가니스트 이신영이 편곡한 버전이다.

그는 "오르간 연주자의 임무는 최상의 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매력적인 소리를 찾고, 연주하려는 곡에 그 음색을 사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연장에 연주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 자신의 영혼에 닿을 수 있도록 연주하려고 해요. 와서 보고, 들어보세요. 분명히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 [롯데콘서트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라트리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2019년 대화재가 난 노트르담 대성당의 파이프오르간 복구 경과도 전했다. 파이프오르간은 참사 당시 다행히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건물을 복구하며 현재 다시 설치 중이다. 내년 12월 재개관에 다시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84년 최연소 나이인 스물셋에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가니스트가 된 라트리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에 휩싸였을 때도 현장에 달려가 파이프오르간 상태를 직접 살피기도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는 50여명이다.

그는 "불이 나고 몇 달 동안 오르간을 꺼내 청소하고 복원했고, 보이싱(음색 조정) 작업을 할 예정"이라며 "음향 측면에서 건물이 어떻게 개선됐는지는 아직 모른다. 마치 즉흥연주처럼 그때 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