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박은선, 활짝 웃는 그 얼굴에 자신감 ‘쑥’

김창금 2023. 4. 2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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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스타]★별별스타
37살 관록 새 전성기 득점력 위력
시련 뒤에도 대선수답게 밝은 미소
“월드컵에서 골 넣을 생각만 가득”
한 세대에 나올까말까한 여자축구의 재목 박은선은 전도 유망한 시절에 어른들의 욕심으로 큰 아픔을 겪었지만 대선수답게 다시 일어섰다. 19일 서울 은평구의 한 공원에서 포즈를 취한 박은선의 표정이 밝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요즘 기분, 꿈만 같아요.”

돌아온 한국 여자축구의 ‘거포’ 박은선(37·서울시청)의 미소가 환하다. 그동안 ‘불운’과 부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2023 여자월드컵(호주 뉴질랜드·7월20일~8월20일) 출전 희망에 활력이 넘친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두 차례 평가전은 대표팀 최연장자가 된 박은선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두 경기에서 총 130분 이상을 뛰며 3골2도움을 기록한 그는 콜린 벨 여자축구대표팀 감독 앞에서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19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청 팀 숙소 근처 공원에서 만난 박은선은 “A대표팀에 뽑히면서 생활 자세가 달라졌다. 감독님이 주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국가대표라는 책임과 부담감을 딛고 월드컵에서 불꽃을 사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잠비아와 경기에서 제공권 장악, 볼 간수, 공간 확보, 맞춤한 패스, 결정력까지 돋보이는 장면을 연출했다.

박은선은 “감독님의 주문에 따라 지난해부터 체력훈련을 집중적으로 해왔다. 그 전에는 뚜렷한 목표가 없었는데, 이젠 단 1분을 뛰더라도 죽을 힘을 다해 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정성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2014년 이후 9년 만에 A매치 골을 넣은 박은선의 존재감은 1m81의 탄탄한 신체조건과 감각, 축구지능에서 비롯된다. 상대 수비가 몸싸움 능력이 뛰어난데다 볼을 다루는 재능까지 갖춘 그를 막기는 힘들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높이와 힘, 득점력을 갖춘 박은선 카드를 확보하면서 벨 대표팀 감독의 전술적 선택지가 늘었다. 체격 좋은 유럽 선수들과의 대결에서도 박은선을 활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속한 여자월드컵 H조에는 콜롬비아, 모로코, 독일 등 만만치 않은 상대가 포진해 있다.

2003년 미국월드컵 당시 17살의 대표팀 막내로 거의 풀타임을 뛴 박은선은 1970년대 남자축구의 차범근처럼 한국 여자축구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축구장 바깥에서 불거진 어른들의 욕심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좌절과 방황을 하기도 했다. 고교 졸업 뒤 대학을 거치지 않고 실업팀에 입단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고, 서울시청에서 맹활약하자 이번엔 얼토당토 않은 성별 논란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한 때 러시아 무대까지 진출했다가 귀국해, 최종적으로 서울시청에 자리를 잡으면서 재기할 수 있었다.

박은선.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03년 미국월드컵 당시 여자대표팀 주장이었던 유영실 현 서울시청 감독과 안태화 코치(현 창녕WFC 감독)는 가장 큰 조력자였다. 박은선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었다. 대표팀에 다시 들어가게 된 것도 그분들의 힘이다. 대표팀에 발탁되자 두분이 가장 좋아하셨다”며 고마워했다.

박은선은 이제 대표팀의 최고참이 됐고, 골을 터트릴 때마다 자신의 최연장자 A매치 득점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후배들과의 경쟁 또한 새로운 도전이다. 뛰는 축구를 구사하는 벨 감독 체제에 적응하기 위해 체력 단련에 공을 많이 들이는 이유다. 승부욕 강한 그가 “짧은 거리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과 근력 강화, 식이요법 등 모든 영역에서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록과 경험, 밝은 성격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안태화 창녕WFC 감독은 “박은선은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낸 멋있는 선수다. 동료에 대한 배려심도 많고, 인성이 좋기 때문에 후배들이 존경한다. 운동할수록 자신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끌어내는 선수라 목표가 있을 경우 더 강력한 힘을 낸다”고 했다.

벨 감독도 지소연 중심의 빌드업 방식과 달리, 박은선의 포스트 플레이를 이용하는 전술을 추가할 수 있다. 이미 잠비아 평가전에서 공격수 이금민과 환상적인 협력 작업으로 골을 생산했고, 킥이 좋은 주장 김혜리와의 호흡으로 그의 코너킥을 파괴력 넘치는 헤더로 연결한 바 있다.

6월 대표팀 소집까지는 한 주에 2경기씩 치르는 빡빡한 일정도 잘 극복해야 한다. 대표팀에서 소속팀으로 복귀한 뒤 득점포를 터트리고, 풀타임 출장하는 등 팀 기여도를 높이고 있는 박은선은 “힘든 때도 있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항상 여유있는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몸 관리만 잘하면 박은선은 앞으로도 몇년간 현역으로 충분히 제몫을 다할 수 있다. 하지만 은퇴 뒤 지도자의 꿈을 키우고 있는 만큼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미 C급 지도자 자격증을 딴 그는 “유영실 감독 등의 지도방식을 많이 보고 배운다. 모든 경기는 연구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중요한 것은 WK리그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고, 7월 월드컵 본선에서는 골을 터트리는 것이다. 그는 “저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다. 월드컵에서 얼마나 뛸지 모르지만, 기회가 온다면 골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내 머리 속에는 온통 골 넣을 생각만으로 가득하다”며 웃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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