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법질서 확립, 법을 제대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

윤소식 경찰청 교통국장 2023. 4. 2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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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침드라마 주인공들의 갈등 장면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진부한 대사다.

그러나 법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법을 피해 나갈 방법을 궁리한다.

앞에서 법질서 확립을 위해 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하고, 법을 위반하면 그에 상응한 불이익을 제대로 부여해야 함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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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식 경찰청 교통국장

"야, 야, 법대로 해. 법대로!"

어느 아침드라마 주인공들의 갈등 장면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진부한 대사다. 물론 그 끝은 법정이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오늘날 현대사회는 별일이 없으면 늘 그렇듯 법대로 흘러간다.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무질서를 촘촘히 채워나가기 위해 우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법과 질서를 만들어 낸다.

사회가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이러한 법질서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법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의미는 법을 "제대로" 만들어, "반드시" 지키게 하는 것이다.

법을 제대로 만든다는 것은 누구나 지킬 수 있도록 법을 만드는 것이고, 그 법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 의해 실제 지켜지고 있다는 사회적 신뢰를 얻는 과정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에 담긴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와 로마법을 다룬 대목을 통해 제대로 만드는 법의 의미에 관한 힌트를 얻게 된다.

로마 원로원의 탄핵을 받고 자살한 네로 황제에 이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국가의 적을 규정할 수 있는 원로원의 권한과 황제 탄핵권을 없애는 내용의 황제법을 제정해 황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했다.

이는 황제가 부적격자로 판단될 때 교체하는 법적 절차 자체를 없애는 것이었기에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권한을 얻은 것처럼 보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6년 뒤 그의 둘째 아들 도미티아누 황제가 암살되는 결과를 낳고 만다.

황제법은 당시로서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법이었기에 결국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극단적 방법이 시도된 것이다. 세상은 그저 만들어진 법대로 무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 사례라 하겠다.

로마법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상기하게 된다. 이를 두고 문언 그대로 단순히 준법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에는 실질적 법치주의의 관점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의해 만들어진 "정당한 법"을 지켜야 하며, 그렇지 못한 법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폐기되어야만 한다.

한편, 법이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 해도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면 국민들은 오히려 법을 경시하게 된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법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법을 피해 나갈 방법을 궁리한다. 이런 식으로 처벌을 피하는 사람이 늘어갈수록 그 법은 더 이상 사회에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간단명료하다. 법에 대해 충분히 널리 알리되, 이를 알면서도 위반했을 때 확실히 처벌하면 된다.

경찰청에서 무인단속카메라를 도입해 처벌 확률을 높임으로써 교통법규 준수율이 향상된 것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일이다.

앞에서 법질서 확립을 위해 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하고, 법을 위반하면 그에 상응한 불이익을 제대로 부여해야 함을 역설했다.

그러나 한가지 유의할 점은 반드시 강력하고 엄정한 법 집행 만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법을 위반한다고 했을 때 그 사정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 법과 원칙에 따라 집행하되 현장에서 그 사람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결국 법 집행에 있어 유연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미국에서 어머니가 위독해 속도위반을 한 차량을 발견한 경찰관이 해당 장소까지 에스코트해 안전하게 도착하게 했고 장례식이 끝난 후 위반행위를 단속한 사례를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서로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배려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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