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후폭풍 거세지는 민주 '돈봉투 의혹'
수습책 놓고 친명-비명 갈등 양상
검찰의 '판도라 상자' 열릴까 촉각
검찰이 2021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수천만 원 규모의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정황을 잡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은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 귀국 하루만인 지난 25일 출국금지 조치했다. 전당대회 당시 송 후보는 득표율 35.6%로 당선됐다. 송 후보의 경쟁자였던 홍영표 후보는 35.01%로 0.59% 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음성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보수 정당에 비해 도덕적 우위를 내세웠던 민주당의 정체성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이재명 당 대표의 사과에도 불구 당내 도덕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부끄럽고 죄송하다"면서도 "전체적으로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지만 실무자들의 차비·기름값·식대 정도"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게다가 당 일각에선 '정치적 책임을 지고 탈당하겠다'며 정면돌파를 택한 송 전 대표에 대해 '자생당생(自生黨生·자신도 살고 당도 살렸다)', '반드시 이겨 당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한다' 등 응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는 돈봉투 의혹과 관련, 비명(비이재명)계가 요구하는 전수조사 등에 거리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대신 '개딸(개혁의 딸)'과 당내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의 요구대로 대의원제 개편을 수습책으로 검토 중이다. 당 안팎에서는 친문(친문재인) 성향이 강한 대의원의 영향력을 줄이면 친명계 강성 당원들이 중심이 된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비명계에선 당 위기 상황을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 영향력 확대에 악용하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돈봉투 사건은 반윤리적인 도덕적 결함이 원인인데, 애꿎은 대의원 제도에 뒤집어씌우는 것은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더불어돈봉투당' 이라고 비아냥하며 "민주당 전체가 돈독에 오염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돈봉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2년에 불거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2008년 7월 3일 치러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친이명박계의 지원을 받은 박희태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고승덕 변호사는 2011년 12월 한 언론사 칼럼을 통해 2008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박희태 후보 측으로부터 3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받았다가 돌려줬다고 쓴 뒤 이듬해 1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검찰은 박 국회의장과 박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집권여당으로서 위기의식을 느낀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개명하고, 이미지 쇄신을 위해 당 상징 색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꿨다.
민주당 돈봉투 살포 의혹 수사과정에서 돈 받은 의원들이 잇따라 나온다면 내년 총선판을 뒤흔들 대형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돈 봉투 의혹 연루자로 지목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탈당 압박이 거세지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검찰 손에 쥔 판도라 상자 내용과 이 대표의 태도에 따라 당이 갈라지면서 '민주당발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도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당 공천 개입 논란, 지도부 잇단 실언과 장계 여부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 문제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 서로 비난 공세에 열을 올리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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