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사고의 무능에 빠지지 않게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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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아주 감명 깊게 읽고 평생을 화두처럼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말이 있다.
바로 한완상 교수의 민중과 지식인(?)이란 책에서 지식인을 '지식기사'와 '지식인'으로 구분했던 개념이다.
한 예로 정의란 무엇인가? 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의 정의에 대한 질문을 지식기사와 지식인의 눈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진리를 안다는 것은 아는 것을 넘어 아는 만큼 실천하는, 바로 지식기사가 아닌 지식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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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아주 감명 깊게 읽고 평생을 화두처럼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말이 있다. 바로 한완상 교수의 민중과 지식인(?)이란 책에서 지식인을 '지식기사'와 '지식인'으로 구분했던 개념이다. 그에 의하면 지식기사는 현상관찰과 분석에 주력하는, 가치중립성을 중시하는 지식인으로 소위 많이 아는 사람들이다. 반면 지식인은 관찰과 분석을 넘어 아픔에 공감하고 진실을 증언하는, 지배집단의 허위의식을 통찰하고 폭로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정보를 수집하고 습득하는 것을 넘어 아는 만큼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한 예로 정의란 무엇인가? 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의 정의에 대한 질문을 지식기사와 지식인의 눈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브레이크가 고장 난 증기기관차가 있다. 기차의 정면에 5명의 인부가 있고, 기차가 그들을 곧 칠 예정이다. 다행히 기차는 차선 변경을 할 수 있는데, 그 길에는 1명의 인부가 있다. 당신이 기관사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지식기사는 벤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정의로운 것이기에 1명은 희생돼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다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식인은 단 1명도 절대로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도리어 지식인은 샌델의 정의에 대한 물음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그 전제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기관차가 달리고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인부는 목숨을 걸고 선로에서 일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식인은 정의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차가 운행할 때는 선로 위에서 일하는 인부가 없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아니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할 것이다. 그러면서 지식인은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면 기존의 질서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정의는 1명이냐, 5명이냐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일해야 하는 상황을 없애는 것, 그것이 바로 정의라고 할 것이다.
이런 지식인의 삶은 성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바로 예수님의 가르침 중에 요한복음서의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씀에 집약돼 있다. 진리를 안다는 것은 아는 것을 넘어 아는 만큼 실천하는, 바로 지식기사가 아닌 지식인이 되는 것이다. 무늬만 그리스도인이 아닌 항상 그리스도인으로 성서의 가르침을 아는 만큼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을 말한다. 그런 삶을 동방교회의 영성에서는 신화(神化)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하나님처럼 된다는 것은 초월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닌, 성서의 가르침대로 사는 사람을 말한다. 즉 성화의 삶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고의 무능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고의 무능이란? 한나 아렌트가 유대인학살을 지휘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재판을 받는 과정을 취재하는 중 아이히만이 멀쩡하고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악행은 인간의 악마적 속성이 아니라 '사고력의 결여'에서 나온다는 악의 평범성을 주장하며 아이히만의 죄는 생각의 무능, 말하기의 무능, 행동하기의 무능이라고 했다. 즉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하기의 무능을 낳는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은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아픔을 품고, 공명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이런 삶의 자세는 항상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삶이요, 나아가 사고의 무능을 극복하는 길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웃의 아픔을 묵인하고 외면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쉽게 사고의 무능에 빠지게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매 순간 사고의 무능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점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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