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산행] 히말라야 오르고 세계일주한 견공들
방송이나 뉴스를 보면 깜짝 놀랄 만한 강아지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람 말귀를 척척 알아듣는 것은 기본이고,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서핑도 하는 대단한 녀석들이 많다. 심지어 인간보다 더 뛰어난 실력까지! 그렇다면 산과 관련된 특이한 기록을 가진 강아지들은 없을까? 전 세계 특이한 이력을 가진 강아지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콜로라도 포티너스 58개 봉우리 완등한 로키Loki
시베리안허스키 로키Loki는 보호자 엘리 브릭스E.Briggs와 함께 미국 콜로라도 포티너스(14ers) 58개 봉우리를 모두 완등했다. 참고로 포티너Fourteener(14er)는 해수면으로부터 1만4,000피트(약 4,267m) 이상의 산을 일컫는 말이다.
브릭스는 2012년부터 로키와 함께 하이킹을 시작했다. 2012년 이전까지 브릭스는 하이킹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로키산맥 최고봉인 엘버트Elbert(4,399m)산에 올랐고 그 옆에는 로키가 함께였다.
엘버트 등정을 계기로 로키와 브릭스는 콜로라도 포티너스 완등을 목표로 삼았다. 8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들은 마지막 봉우리인 캐피톨 피크Capitol Peak(4,309m)에 등정함으로써 콜로라도 포티너스 완등에 성공했다.
브릭스에 따르면, 로키는 하이킹에 최적화됐다고 한다. 몸무게가 40파운드라 움직임이 가볍고 순종적이고 부드러운 성격이라 힘든 산행을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어려운 구간을 손쉽게 건너가는 로키는 마치 춤을 추는 듯했고, 정상에 선 얼굴엔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 282개 먼로에 가장 빨리 오른 베티Betty
케리 블루 테리어 베티Betty가 보호자 쇼나 마샬Shona Marshall과 함께 스코틀랜드의 '먼로Munro' 282개를 최단 시간에 올라 화제가 됐다. 먼로는 스코틀랜드의 해발 3,000피트(약 914m)가 넘는 산을 일컫는다.
베티와 마샬은 벤 에이본(1,171m) 하이킹을 계기로 스코틀랜드 먼로 등정에 도전했다. 정상에 오를 때마다 베티는 두 개의 삶은 달걀을 먹었으며, 하이킹을 한 날에는 칼로리 보충을 위해 일반식에 생선 정어리를 더해 먹었다. 달걀과 정어리가 베티에게는 컵라면이었던 셈.
2022년 Skye에서의 등반을 마지막으로 스코틀랜드 먼로 등정을 마무리했다. 그들이 282개의 봉우리에 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2개월 2일. 먼로에 등정한 17마리의 개 중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먼로 등정을 위해 2,340km를 걷고 17만5,000m를 오르내렸다.
베티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오는 4월까지 해발 3,000피트가 넘는 먼로의 위성봉을 일컫는 226개의 먼로 탑스Munro tops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베티의 힘찬 발걸음이 기대된다.
네팔 히말라야 바룬체에 오른 메라Mera
미국 등반대를 따라나섰던 떠돌이 개 메라가 2019년 3월 히말라야 바룬체(7,129m)에 역사적인 발자국을 남겼다. 히말라야 등정을 기록하는 데이터 상에 개는 없었다고 하니 메라가 히말라야 산 정상에 오른 최초의 개인 셈이다.
메라와 등반대의 만남은 2018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룬체 등정을 위해 메라 피크(6,476m)에 올랐다 하산하던 등반대에게 개 한 마리가 다가왔다. 당시 높이는 해발 5,300m. 등반대 가이드였던 돈 워고스키Don Wargowsky는 개에게 '메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그들은 바룬체 등정에 함께했다.
바룬체 공격을 앞두고 안전을 위해 등반대는 베이스캠프에 메라를 두고 올라갔으나 메라는 줄을 끊고 합류. 3주간 원정대와 일정을 함께하며 바룬체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이후 메라는 등반대의 베이스캠프 매니저였던 한 셰르파에게 입양되어 '바루Baru'라는 새 이름으로 히말라야를 찾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최초의 세계 일주견 사바나Savannah
걸어서 세계 여행을 하는 사람은 드물고, 심지어 여행을 완수하는 사람은 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여기 인간도 해내기 힘든 도전을 보호자 톰 투르치Tom Turcich와 함께 해낸 반려견 사바나Savannah가 있다.
보호자 투르치는 여행을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날 때쯤 텍사스 동물보호소에서 사바나를 만났다. 투르치에게 사바나는 소중한 추억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되었고, 두려움 가득한 여행에 든든한 동료가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함께 전 세계를 누비기 시작했다. 하루에 약 29~38km를 걸었고 대부분의 밤을 캠핑하며 보냈다. 7년이 흘렀고 6대륙 38개국을 여행하며 남긴 그들의 발자국은 총 4만8,000km에 달했다. 2022년 5월 고향인 뉴저지로 돌아옴으로써 기네스 사상 10번째 도보 여행에 성공한 이들로 이름을 올렸다.
참고로 도보로 1만8,000마일(약 3만km)을 여행하고, 4개 대륙을 횡단해야 세계 도보여행에 성공했다고 기네스 세계 기록이 인정한다.
월간산 4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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