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의 사람 ‘人’] 국내 최장신 오너 경영인 조원태 한국배구연맹 총재는 왜 배구에 남다른 열정을 쏟을까

김학수 2023. 4. 27.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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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대한항공 구단주 겸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가 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3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시상식에서 대한항공 주장 한선수를 축하하고 있다. [KOVO 제공]

지난 4월초 도드람 2022-2023 V리그에서 대한항공과 도로공사가 남녀 챔피언을 차지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을 3년 연속 제패하는 창단 첫 ‘트레블’을 달성했다. 대한항공이 대기록을 세우던 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는 체육관에서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배구에 열중했던 그로서는 보람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조 총재는 1달여전인 3월 초 남녀 14개 구단의 만장일치로 3년 임기의 8대 총재로 다시 추대됐다. 6월 임기만료를 앞둔 조 총재는 3연임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조 총재는 “재신임해주신 모든 구단에 감사드리며 지난 두 번의 임기 때보다 더욱 리그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대한항공 사장 취임 이후 대한항공 배구팀 구단주 취임과 함께 KOVO 총재를 맡았다. 그는 공격적인 투자로 대한항공을 리그 최강팀으로 만들고, 프로배구가 프로농구를 제치고 겨울철 최고 실내스포츠로 자리잡게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배구인들이 그에게 3년간 KOVO 총재를 맡긴 것은 그동안 그가 세운 공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그는 지난 해 초 임기 2년의 한국프로스포츠 협회장도 맡아 중책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2015년 7개 프로스포츠 단체(K리그, KBO, KBL, WKBL, KOVO, KPGA, KLPGA)를 회원사로 출범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성과평가 등 주최단체 지원 사업, 정보통신 기술 및 데이터 기반 사업, 부정방지 및 공정성 강화 사업, 프로스포츠 전문 인력 양성, 선수 권익 향상 지원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모기업인 한진그룹 오너 가의 배구 사랑은 오래전부터 유명하다. 창업주 조중훈 회장, 조양호 회장을 거쳐 조원태 회장까지 3대로 이어진다. 사진은 조원태 회장. [KOVO 제공]

3대 걸친 배구 사랑

대한항공과 인하대는 한국배구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배구팀들이다. 한진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두 팀은 한국 배구를 빛낸 많은 선수들을 배출한 명문팀이다. 대한항공은 한국전력에 이어 2번째로 긴 역사를 자랑한다. 1969년 창단한 이후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온 유서깊은 구단이다. 1970년대 최종옥, 1980년대 차주현, 한장석, 최천식 등 예전 최고의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대한항공과 같은 재단인 인하대도 1970년대 이후 대학 배구의 최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인하대, 대한항공에서 줄곧 한솥밥을 먹은 최천식 감독이 이끄는 인하대는 그동안 프로배구에서 큰 활약을 펼친 김종민 등 대형 선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대한항공과 인하대를 국내 최고의 명문 배구팀으로 성장시킨 주인공은 조원태 회장으로 대표되는 대한항공 회장 3대 가족이다. 할아버지 조중훈(1920-2002) 전 회장, 아버지 조양호(1949-2019) 전 회장에 이어 조원태 회장이 두 팀과 직접 관련이 있다. 조중훈 전 회장은 대한항공 창업자로 회사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로 성장시켰을 뿐 아니라 배구, 탁구팀 등을 창단해 스포츠 발전에 기여했다. 조양호 전 회장은 조중훈 전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해 기업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발전시켰으며, 배구, 탁구팀 등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한국 스포츠 육성에도 깊숙이 참여한 조양호 전 회장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조양호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오너 3세 경영인으로 한진그룹 회장에 오른 조원태 회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 주력하면서도 조부와 선친이 애지중지하던 대한항공과 인하대 배구팀 육성에 남다른 노력을 쏟았다.

여자프로배구 7번째 구단 '광주 AI페퍼스' 창단식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KOVO 회장의 공과

한국프로배구는 2017년 조원태 회장의 KOVO 총재 취임이후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TV 중계권료가 크게 상승한 것이 먼저 눈에 띈다. 2021년 조 총재는 주관방송사인 KBS N과 파격적인 방송권 계약을 체결했다. 2016~17시즌부터 2020~21시즌까지는 5년간 200억원, 연평균 40억원에 계약했지만 새롭게 6년간 300억원에 계약하면서 연평균 금액을 50억원으로 늘렸다. 사실상 ‘잭팟’을 터트린 거나 다름없었다. 당시 조 총재는 KOVO 관계자들에게 “수고 많았다”며 격려를 하는 것을 잃지 않았다. 중계권료 금액과 조건 등이 만족스러울 정도의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조 총재에게 당시 300억원은 어떻게 보면 큰 돈이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KOVO 입장에서는 300억원은 액수 못지않게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프로배구가 질적,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었다.
2005년 프로배구 태동 당시 3억원과 비교하면 10여년 사이 13배가 넘게 올랐다.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중 가장 늦게 출범한 프로배구는 한때 시장 규모와 시청률면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점차 나타나며 2012~2013시즌부터 반전이 이뤄졌다. '마의 1%대'를 넘는 케이블 TV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경기당 0.8∼0.9%대를 유지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2~2013시즌 중계권료는 31억원이었다. 2013~2014시즌부터는 KBSN과 최초로 3년 계약에 성공했다. 중계권료도 총액 100억원을 넘겼다. 크게 늘어난 금액은 아니었지만 치솟는 인기를 대변하기에 충분했다.중계권료로 평가받는 몸값이 100억원을 넘어 200억원을 거쳐 300억원을 찍었다는 것은 바로 프로배구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였던 것이다.

2021년 여자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창단에도 조 총재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신생팀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잘 갖춰놓았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팀은 신인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는 좋은 조건을 누리며 전격적으로 창단할 수 있었다. 프로배구는 출범 초기 총 9개였던 팀이 페퍼저축은행 창단으로 총 14개팀으로 확대되는 등 외연이 넓어졌다. 세계 정상급 기량을 보유한 외국인 공격수들이 유입되면서 프로배구는 프로스포츠 종목에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며 인기가 꾸준히 상승할 수 있었다.
조 총재의 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현재 프로배구의 저변이 넓어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게 프로배구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웬만한 프로배구 선수들의 이름까지 외우고 있는 그는 이사회 등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참석해 현안 문제를 처리하며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193cm로 웬만한 배구 선수만큼의 큰 키를 가진 조 총재는 넓은 포용력으로 KOVO 관계자들을 일일이 챙기는 것도 잃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에 참석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제공]

국내 최장신 오너 회장

조원태 회장은 2017년 8월 배구 잡지에 표지 모델로 깜짝 등장한 적이 있었다. 계열사에 프로 배구단이 있기는 하지만, 배구 연맹 총재가 잡지에 표지 모델이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그가 배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배구 총재가 된 이후 배구 관련 뉴스부터 검색할 정도로 배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졌다고 한다.

그의 특징 중 하나는 큰 키이다. 남다르게 키가 큰 것은 유전적인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한진 오너 일가는 대부분 장신이다. 조 회장의 아버지 조양호 전 회장의 키는 183cm이고,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역시 163cm로 비슷한 연령의 다른 여성들에 비하면 꽤 큰 편이다.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역시 각각 173cm, 175cm로 알려져 있다.

조 총재는 1975년 음력 12월25일 서울에서 조양호 전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미국 마리안고등학교와 인하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진정보통신에 입사한 뒤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입사 10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한진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유니컨버스의 대표로 선임되면서 경영 일선에 나섰다. 그는 한진그룹 회장을 맡은 이후 대한항공의 전통적 조직문화를 젊고 혁신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권위적 오너 이미지를 벗고 한진그룹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들었다. 큰 키만큼이나 늘 자신감에 차 있고 추진력도 매우 강하다. 적극적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며 IT 지식이 해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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