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원 "'맘마미아'는 운명…딸키우며 도나의 모든 순간에 공감"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딸아이에게 제가 죽으면 묘비에 '신나게 춤출 거야. 인생은 멋진 거야'라고 새기고, 아바의 '댄싱퀸'을 틀어달라고 했어요."
지난 26일 뮤지컬 '맘마미아'가 한창 공연 중인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최정원(54)은 작품과 맡은 배역 도나를 소개하며 '운명'이라는 말을 몇번이고 반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1세대 뮤지컬 배우로 '렌트', '지킬 앤 하이드', '고스트', '시카고', '프리다', '마틸다' 등 수많은 무대에 올랐지만, '맘마미아'만큼 최정원을 가장 '최정원답게' 보여주는 작품도 없다.
그가 연기한 도나는 홀로 키운 딸 소피의 결혼식을 앞두고 옛 연인인 세 남자와 마주하는 인물이다.
머쓱한 상황을 능청스러운 유머나 잔망스러운 몸짓으로 넘기는 도나는 솔직하고 유쾌하다. 딸에게 인생 조언을 건넬 때는 마음 찡한 모성애를 보이고, 커튼콜에서 관객들에게 "뛰어!"라고 호응을 유도할 때는 '흥'이 폭발한다.
최정원은 "도나 역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며 "다른 작품들과 달리 '맘마미아'는 실생활과 비슷한 상황이 많아 힘을 주지 않고 연기한다. 특히 이번 시즌은 제 딸이 (극 중 도나의 딸인) 소피와 같은 나이대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딸을 키우다 보니 도나의 모든 순간에 공감이 된다. 모녀가 말다툼하는 건 정말 비슷하다"며 "소피가 '엄마는 가정도 이루지 않고, 애만 낳았잖아'라고 도나에게 소리 지르는 장면이 있는데, 나도 딸이 '엄마가 좋아서 하는 공연이잖아'라고 했던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떠올렸다.
"'시카고', '마틸다', '프리다'를 연기할 때는 제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표현하려고 상상을 많이 했어요. '남편과 여동생을 죽였을 때 기분이 어떨까', '자기 딸을 학대하는 건 어떨까' 하는 식이죠. 반면 '맘마미아'는 제가 다큐를 찍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예요"
최정원은 도나를 많이 이해하는 만큼 작품에 의견도 적극적으로 냈다고 했다.
도나가 자신과 한바탕 싸운 뒤 웨딩드레스 입는 걸 도와달라고 찾아온 소피를 덤덤하게 대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원래 이 장면은 도나가 "예스(yes)!"라고 외치며 감정을 코믹하게 드러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정원은 엄마라면 딸 앞에서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딸이 보지 않을 때에서야 '화 풀렸네, 다행이다'라는 느낌일 것 같아 연기 톤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렇다고 최정원이 처음부터 '맘마미아' 도나에 푹 빠졌던 것은 아니다. 2004년 초연 때는 오디션 제안을 거절했다. 당시에는 '엄마 타이틀을 갖기엔 아직이야'라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그가 '맘마미아'에 합류한 건 2007년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6년간 도나 역을 쭉 맡고 있다. 2019년에는 1천회 공연을 돌파했다. 도나 역으로 1천500번 넘는 기록을 세운 스페인 배우 아나 마리아 아구스티 플로레스 다음으로 세계에서 도나를 가장 많이 연기한 배우다. 현재 공연 횟수는 1천30회 정도다.
최정원은 "작품은 사람 같아서 알면 알수록 정이 쌓이고, 더 알고 싶어진다"며 "지금도 매일 대본을 본다. 전날 공연을 떠올리며 '이 부분은 과했다'는 생각도 하고, 디테일을 조금씩 다르게 가져간다. 대사를 줄줄 외우고 있지만, 매번 공연할 때마다 새롭다"고 말했다.
공연 중 우여곡절도 많았다. 최근 몇 년간 팬데믹을 겪으며 극장 문을 잠시 닫기도 했고, 2008년에는 쓸개관에 돌이 3개 생겨 공연 중 혹여나 쓰러질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한번 건강 적신호가 온 탓인지 최정원은 건강 관리에 있어서는 철두철미하다. 좋아하던 육식, 탄산음료도 줄이고, 술자리에서는 딱 와인 한 잔만 마신다. 매일 같은 시간에 비타민도 챙겨 먹는다. 그에게 '건강'은 곧 '무대'이기 때문이다.
"체력은 30대, 40대 때보다 지금이 더 좋아요. 몸에 좋다고 하는 건 다 먹어요.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주는 거잖아요. 몸에서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냄새가 난다니까요. (웃음)"
그가 이렇게까지 건강 관리를 하는 건 무대가 주는 행복 때문이다. 지금도 하루 공연을 끝내고 나면 '또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든다고 했다.
"(데뷔한 이후) 35년 동안 일을 한 번도 한 것 같지 않아요. 저에겐 공연하는 게 매일 노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다 발산하는데, 그만큼 다시 채워진답니다."
aera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핵펀치' 잃은 58세 타이슨, 31세 연하 복서에게 판정패 | 연합뉴스
- '오징어게임' 경비병으로 변신한 피겨 선수, 그랑프리 쇼트 2위 | 연합뉴스
- 학창 시절 후배 다치게 한 장난…성인 되어 형사처벌 부메랑 | 연합뉴스
- 아내와 다툰 이웃 반찬가게 사장 찾아가 흉기로 살해 시도 | 연합뉴스
- 원아 머리 킥보드로 때렸던 유치원 교사, 다른 원생 11명도 폭행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
- 페루서 독거미 320마리 밀반출하려다 20대 한국인 체포돼 | 연합뉴스
- 타이슨, '핵주먹' 대신 '핵따귀'…폴과 대결 앞두고 선제공격 | 연합뉴스
- 김준수 협박 금품 갈취한 아프리카TV 여성 BJ 구속 송치 | 연합뉴스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