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美언론 "韓, 핵포기 대가로 美 핵사용 논의서 더큰 발언권"

강건택 2023. 4. 27. 06: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WSJ·NYT·WP, 美 정부 관리 인용…"핵사용 여부와 표적 결정은 美 권한"
설리번 "한국과 협의 위해 최선 다한다는 약속"…일부전문가 "韓 불만족" 예상
악수하는 한미 정상 (워싱턴=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환영사에 답사를 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4.26 kane@yna.co.kr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 대해 미 주요 언론들은 한국이 자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의 핵사용 결정 과정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됐다는 데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의 유력 신문들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에 관한 미 정부 고위 관리들 언급과 전문가 평가 등을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WSJ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미국과 한국이 잠재적 핵무기 사용에 관한 협력을 약속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 미국이 한국 정부에 북한의 공격에 대한 미국의 핵대응 가능성에 관한 협의에서 "더 큰 목소리"를 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 정부는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다시 천명하는 대가로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핵무력 사용에 관한 협상에서 오랫동안 추구해온 위상을 얻게 됐다는 것이 이 신문의 평가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WSJ 인터뷰에서 "워싱턴 선언의 기본 취지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약속을 강화하고 향상하는 일련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 합의가 잠재적 핵무기 사용에 관해 한국과 "협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미국이 공식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재래식 병력이 분쟁시 미 핵무력 부대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한국의 군용기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의 폭격기를 에스코트하는 확대 훈련을 실시하는 등의 방안을 예상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다만 핵 작전을 집행하고 표적을 정하는 권한은 여전히 미국의 몫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새로 창설하는 핵협의그룹(NCG)도 구체적인 타깃은 정하지 않고 북한의 핵 위협과 다양한 상황에서의 한미 대응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표에 대해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은 "억제 능력과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호평했으나,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북한 전문가 조엘 위트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한국 정부와 한국군의 많은 관리는 그들이 (핵)버튼에 손가락을 올릴 수 있을 때까지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 확장억제 강화 방안 '워싱턴 선언'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한미 양국은 북한 핵 위협에 대비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와 관련, 한국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을 신설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이 이날 예정된 회담에서 이런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NYT도 이날 '미국과 한국이 핵무기 협력에 동의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하는 대가로 미국이 한국에 북한과의 분쟁 시 핵무기 사용에 관한 전략 계획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 "핵심적 역할"을 부여한다고 보도했다.

양국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은 핵 분쟁 가능성에 대한 나토 국가들의 계획을 모델로 삼은 것이라며 핵무기 배치 여부에 대한 결정은 오직 미국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점도 신문은 강조했다.

NYT는 이날 합의를 주목해야 할 이유로 한국 대중을 안심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점을 첫손에 꼽았다. 자체 핵무장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은 한국의 불안을 진정시켜야 할 필요성을 미국도 인정했다는 것이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미 국방 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함으로써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뒤집는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신문은 진단했다.

아울러 NYT는 워싱턴 선언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주간에서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 부부를 국빈 만찬에 초청한 것은 현 행정부 들어 두 번째라는 사실을 부각했다.

WP도 바이든 대통령이 점증하는 북한의 핵위협에 공개 대응한다는 목표로 여러 조치들에 착수함으로써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워싱턴 선언에 명시된 세부 조치들이 미국이 한국에 북한의 핵타격시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한 의도로 설계됐다고 전했다.

한 익명의 정부 관리는 WP에 "우리는 1980년대 초 이후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었던 미국 핵탄도잠수함의 한국 방문을 포함한 전략 자산의 정기적 배치를 통해 우리의 억제 노력을 더욱 가시화하는 조치들을 취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탄도미사일을 최대 20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오하이오급 잠수함을 향후 몇 달 안에 한시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북한의 전례 없는 핵·미사일 도발에 직면한 한국인들의 불안 증대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라고 신문은 전했다.

firstcircl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