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오차드로드에 아시아태평양 최대 규모 힐튼 호텔이 등장했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 힐튼이 1971년 지어진 건물을 리모델링해 오픈한 ‘힐튼 싱가포르 오차드’는 지금 싱가포르에서 가장 핫한 호텔이다.
지난 4월 직접 싱가포르로 가서 힐튼 싱가포르 오차드 곳곳을 꼼꼼하게 둘러봤다. 센토사와 마리나베이로 집중되는 한국인 관광객을 오차드로드로 얼마나 끌어올 수 있을까.
쇼핑의 메카에 자리한 메가 호텔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해 2월 문을 연 힐튼 싱가포르 오차드는 쇼핑 거리 오차드로드 중심에 위치한다. 창이공항에서 차로 25분. 센토사와 마리나베이까지는 차로 20분이 걸린다. 가까운 지하철(MRT)역으로는 서머셋, 오차드역이 있다. 도보로 호텔에서 5분 거리다.
오차드로드는 싱가포르는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쇼핑 거리다. 2.5㎞ 대로를 따라 고급 호텔과 쇼핑몰이 줄을 잇는다.
쇼핑 목적으로 싱가포르에 왔다면 힐튼 싱가포르 오차드에 묵는 게 답이다. 지금 가장 핫한 쇼핑몰 ION오차드,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탕스 등 쇼핑센터로 손쉽게 걸어갈 수 있다.
호텔 건물은 역사가 50년도 넘었다. 본래 만다린 오차드 호텔이 있던 곳으로 레노베이션을 통해 힐튼 브랜드를 달았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상점이 모여있는 만다린 갤러리가 위치한다. 5층부터는 호텔 공간이다.
호텔은 40층의 만다린윙과 37층의 오차드윙 두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오차드윙은 1971년, 만다린윙은 2년 뒤인 73년 세워졌다.
만다린윙은 개장 당시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이름을 올렸던 역사적인 공간이다. 체크인 데스크가 위치한 5층 로비 공간을 통해 만다린윙과 오차드윙이 연결된다. 레스토랑은 전부 만다린윙에 있다. 다만 두 건물을 연결하는 5층에 대부분 몰려 있기때문에 오차드윙에 묵어도 불편함은 없다.
레스토랑 에스테이트(Estate), 채터박스(Chatterbox), 진저릴리(Ginger.Lily), 오스테리아 모짜(Osteria Mozza) 만다린윙 5층에, 미쉐린 별 2개를 받은 중식당 ‘시센 한텐(Shisen Hanten)은 만다린윙 35층에 위치한다.
총지배인 추천한 객실은
객실수가 어마어마하다. 1080실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는 힐튼 호텔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싱가포르 최대 호텔은 아니다. 이보다 객실이 많은 호텔은 싱가포르에서 딱 2곳뿐이다.
객실 유형은 13개로 나눈다. 일반 객실 6유형, 스위트 6유형 그리고 장애인 친화 객실이 있다. 일반 객실 중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건 디럭스룸이다. 면적 34㎡로 총 214실이 있다.
파노라믹룸은 디럭스룸과 면적은 같지만 좀 더 좋은 전망을 품고 있다. 소파베드가 있어서 최대 어른 3명까지 투숙할 수 있다. 단, 파노라믹룸에는 욕조 없다. 오차드윙 33~36층에 파노라믹룸이 위치한다. 가장 면적이 작은 객실은 29㎡의 프리미엄룸이다.
이그제큐티브룸은 201실로 면적은 프리미엄룸과 동일하다. 이그제큐티브룸과 스위트 객실에 머물면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스위트는 객실 특성에 따라 49㎡의 코너 스위트 24실, 56㎡의 원 베드룸 스위트 12실, 67㎡의 디럭스 스위트 2실, 70㎡의 프리미엄 스위트 15실, 70㎡의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6실, 154㎡의 프레지덴셜 스위트 1실 등으로 나눈다.
디럭스 스위트는 오차드윙에 2객실뿐이다. 원 베드룸 스위트는 세드릭 누불 힐튼 싱가포르 오차드 총지배인이 추천하는 객실이다.
그는 “굉장히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방이다. 침실 뒤편 마치 복도처럼 만들어진 옷장 공간은 특히 여성 고객에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객실수는 각각 오차드윙 400여 개, 만다린윙 600여 개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레스토랑이 대부분 만다린윙에 있다.
전망이 중요하다면 오차드윙을 추천한다. 싱가포르 야경의 상징 마리나베이가 멀찌감치 보인다. 객실은 깔끔한 분위기로 꾸몄다. 적당히 톤 다운한 인테리어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기본 객실에서도 노트북을 펼쳐놓고 작업할 수 있도록 둥근 탁자와 의자를 따로 배치했다.
처음에 방에 들어가서 옷장을 찾느라고 애를 먹었다. 화장실 앞 좁은 옷걸이가 전부인가 실망하려던 때 TV 뒤로 시선이 갔다. TV 장 뒤편 양쪽 공간을 활용한 개방형 옷장이 보였다.
단순히 공간 활용만 영리하게 한 것이 아니다. 오차드로드에서 쇼핑하는 기분을 호텔 객실에서도 느끼라고 일부러 개방형 옷장을 설치한 것이다. 옷가게에 걸린 옷을 골라 입는 기분을 낼 수 있도록 말이다.
힐튼 싱가포르 오차드는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호텔이다. 2022년 건물을 레노베이션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이러한 노력은 객실 곳곳에 묻어 있다.
객실에는 우선 플라스틱 물병이 없다. 호텔 건물 안에 자체 정화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병에 물을 채워 객실에 비치한다. 방마다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있어 사람이 방에서 나가고 15분이 지나면 에어컨과 TV, 조명이 자동으로 꺼진다.
호텔 안내 책자와 룸서비스 메뉴판도 없다. TV에 나오는 QR코드를 이용해 호텔 정보와 메뉴 확인 및 음식 주문이 가능하다.
작은 욕실용품을 기념품처럼 챙기는 사람은 조금 아쉽겠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욕실용품도 전부 대용량으로 비치했다. 욕실용품은 영국 브랜드 크랩트리 앤 에블린(Crabtree&Evelyn)을 쓴다.
현지인에게도 사랑받는 레스토랑
힐튼 싱가포르 오차드의 식음업장은 총 5곳이다. 뷔페 레스토랑 에스테이트, 싱가포르 현지 음식을 내는 채터박스, 캘리포니아-이탈리안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모짜, 쓰촨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중식당 시센 한텐 그리고 바&라운지 진저릴리가 있다.
이중 채터박스와 시센 한텐은 힐튼 싱가포르 오차드의 모회사인 OUE 그룹이, 나머지는 호텔에서 직접 운영한다.
에스테이트에서는 세계 각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17~18세기 식민지에서 유행한 콜로니얼(Colonial) 양식으로 내부를 꾸몄다. 마치 여러 개의 방을 복도로 연결한 것 같은 분위기다. 아치형 복도, 라탄 장식 등 현지 느낌을 살린 인테리어 디자인이 돋보인다. 한 번에 358명을 수용할 수 있다.
조식으로는 싱가포르 등 동남아 현지식은 물론 중국계를 겨냥한 다양한 콘지(Congee·멥쌀로 만든 걸쭉한 죽) 요리 섹션, 채식주의자를 위한 요리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저녁에는 메뉴가 더 다양하다. 싱가포르식 소프트 쉘 크랩, 와규 소고기 국수, 블랙 트러플 구운 오리 등 음식 종류가 조식보다 더 많다.
1971년부터 장사를 시작한 유서깊은 레스토랑 채터박스에서는 ‘치킨라이스’ ‘락사’ ‘바쿠테’ 등 싱가포르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밝고 산뜻한 분위기가 특히 마음에 드는 공간이었다. 싱가포르 음식을 내는 곳이라서 여행객은 물론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좋다.
개인적으로 채터박스에서 먹어본 치킨라이스가 여태까지 싱가포르에서 먹은 치킨라이스 중 가장 입맛에 맞았다.
오스테리아 모짜는 미국인 스타 셰프 낸시 실버턴이 책임지고 있다.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에도 소개된 실버턴 셰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본점은 미쉐린 별 하나를 받은 맛집이다. 요리 콘셉트는 캘리포니아-이탈리안이다. 실버턴 셰프는 이탈리아 곳곳을 직접 여행하고 영감을 얻어 메뉴를 개발한다.
오스테리아 모짜에는 야외 정원이 있다. 이곳에서 총 20종류의 식물을 기른다. 3~4종류의 식물은 셰프가 직접 향신료로 만드는데 사용한다. 실버턴 셰프는 본래 제빵으로 요리에 입문했다. 누불 총지배인이 추천한 메뉴는 화덕 피자다. 3일 동안 피자 도우를 숙성시켜 피자를 만든다.
시센 한텐은 힐튼 싱가포르 오차드 유일 미쉐린 별을 받은 레스토랑이다. 2018년부터 5년 연속 미쉐린 별을 받은 시센 한텐은 중국 사천요리를 내는 중식당이다. 시센 한텐의 대표 메뉴는 ‘첸의 마파두부’다. 총괄 셰프 첸 켄타로의 이름을 요리명에 넣었을 정도로 자신감이 대단하다.
3년간 발효한 소스를 넣어 두부의 식감이 부드럽다. 생각한 것보다 짜지 않고 사천요리 특유의 화한 마라 맛이 느껴져 이국적인 풍미를 자랑한다.
시센 한텐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건 바닷가재요리였다. 살이 탱글탱글한 바닷가재에 칠리소스를 끼얹어 볶아낸 메뉴인데, 적당히 달고 새콤한 칠리소스가 담백한 가재 살에 푹 버무려져 환상의 조합을 자랑한다.
오후에 배를 채우거나 늦은 밤 술 한 잔 하고 싶다면 진저릴리로 가면 된다. 차 2종류와 각종 디저트가 포함된 애프터눈티는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많다. 크리스마스, 엄마의 날 등 기념일에 가면 각각 다른 콘셉트의 애프터눈티를 즐길 수 있다.
밤에는 믹솔로지스트가 직접 개발한 독창적인 콘셉트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자연과 식물에 영감을 받은 칵테일이 많다.
피트니스센터가 두 곳이나
부대시설로는 이그제큐티브라운지, 연회장, 피트니스센터, 야외수영장 등이 있다. 연회장은 오차드윙 6층에 위치한다. 파티션으로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소규모 미팅룸부터 800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그랜드볼룸 등 다양하게 꾸몄다.
피트니스센터는 오차드윙과 만다린윙에 각각 있다. 일명 ‘천국의 계단’이라 불리는 클라임 밀과 로잉 머신 등 총지배인이 직접 고른 테크노짐 제품들로 채웠다.
6층에 있는 이그제큐티브라운지에서 아침 조식과 애프터눈티, 해피아워 등을 제공한다. 미팅룸이 있는데 1시간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야외수영장은 5층 로비 옆에 있다. 풀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동남아 호텔을 선택할 때 야외수영장이 가장 중요하다면 신중하게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