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빅테크 호실적 무용지물…시장 덮치는 은행 위기

김정남 2023. 4. 27.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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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구글 깜짝실적에 나스닥↑
퍼스트리퍼블릭發 은행 위기
메타도 '깜짝 실적' 호재 될까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혼조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호실적에 나스닥 지수를 중심으로 장 초반부터 강세 압력이 있었지만, 중소 지역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연일 흔들리며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탓이다. MS와 알파벳에 이어 메타(페이스북 모회사)까지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내놓았지만, 은행권 위기가 재점화하면서 당분간 투심은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사진=AFP 제공)

MS·구글 호실적에 나스닥↑

26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68% 하락한 3만3301.8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38% 내린 4055.99를 기록했다. 반면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47% 상승한 1만1854.35에 마감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0.89% 하락한 1730.41를 나타냈다.

3대 지수는 빅테크 호실적을 등에 업고 장 초반 강세 압력을 받았다. MS는 전날 장 마감 직후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매출액이 528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다고 밝혔다. 주당순이익(EPS)은 2.45달러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를 모두 웃돌았다. 특히 애저(Azure), 퍼블릭 클라우드 등을 포함한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사업부의 매출액이 16% 급증했다.

구글도 클라우드 부문의 선방에 힘입어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알파벳의 1분기 매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2.6% 증가한 697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구글 클라우드는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MS 주가는 7.24% 급등했다. 아마존과 메타는 각각 2.35%, 0.89% 올랐다. 다만 알파벳(-0.15%)을 비롯해 애플(-0.01%) 등은 소폭 약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 얼라이언스그룹의 아딜 자만 파트너는 “(MS와 알파벳의 호실적은) 긍정적인 촉매로 본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최상위권에 포진한 빅테크들의 실적은 불안감이 엄습해 있는 시장에서 몇 안 되는 상승 재료로 꼽힌다.

퍼스트리퍼블릭發 은행 위기

다만 변수는 은행권 위기설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설에 휩싸인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29.75% 급락한 주당 5.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역대 최저다. 퍼스트리퍼블릭 주식은 장중 한때 거래가 중단됐을 정도로 투매에 시달렸다. 전날 50% 가까이 폭락한 이후 또 출렁인 것이다. 3대 지수는 장 막판으로 갈수록 은행 위기의 충격파를 받았다.

시장은 퍼스트리퍼블릭이 재기하려면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이번 실적 발표 이후 △임원 보수 절감 △사무실 공간 축소 △인력 감축 등을 통한 자체 비용 절감을 공언했다. 그러나 시장은 퍼스트리퍼블릭이 천명한 ‘전략적인 옵션’이 뒤따라야 그나마 생존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자산 매각이다. 블룸버그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최대 1000억달러의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CNBC는 “퍼스트리퍼블릭은 대형 은행들을 대상으로 자산을 시장가보다 높게 사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은행들이 자산을 비싸게 사면 손실을 보기는 하겠지만 퍼스트리퍼블릭이 무너져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고 은행 규제가 강화된다면 관련 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로 설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00억달러 예치와 흡사한 분위기로 사실상 ‘강매’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CNBC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이 일부 자산을 매각하는데 성공하면 곧바로 증자(주식 발행을 통한 자본금 증가)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곧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TD코웬의 재럿 세이버그 분석가는 “300억달러를 예치한 대형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의 구조조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획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퍼스트리퍼블릭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도 “이미 퍼스트리퍼블릭에 돈을 예치해 놓은 대형 은행들이 또 개입할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의 운명은 절망적으로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JP모건체이스(-1.77%), 뱅크오브아메리카(BoA·-1.46%), 씨티그룹(-2.17%), 웰스파고(-2.74%) 등 미국 4대 은행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포트 피트 캐피털의 댄 아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퍼스트리퍼블릭을 둘러싼 문제는 확실히 우리가 아직 숲을 벗어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고 했다.

게다가 당국은 이번 구제금융 과정에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C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SVB처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밑으로 모든 자산과 예금을 이전시키는 관리 체제로 들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뜻이다.

메타도 ‘깜짝 실적’ 호재 될까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이날 장 마감 직후 메타가 예상 밖 호실적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메타는 1분기 매출액은 286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276억5000만달러)를 상회했다. EPS는 2.20달러를 나타냈다. MS와 알파벳에 이어 빅테크발(發) 호재가 나온 것이다.

이에 메타 주가는 반등하고 있다. 메타 주가는 이날 오후 4시47분 현재 시간외 거래에서 12.40% 폭등하고 있다.

이날 경제 지표는 다소 긍정적으로 나왔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내구재 수주는 전월 대비 3.2%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0.5% 증가)를 상회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48% 하락했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86% 내렸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0.49%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또 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59% 급락한 배럴당 74.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종가는 지난달 29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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