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인스타그래머블하네"…현대차의 '내놓은 자식'이 벌인 일
주말새 관객 3000명 넘어, 인근 쏘나타 행사보다 더 찾아…"차없는 미래 고객 겨냥"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성공의 상징 그랜저를 들어보니, 알 하나가 있더라. 알이 갈라지되 보라색 석고상이 튀어나옴이라. 스스로를 '르르르'라 칭하니."
현대자동차(005380)의 '내놓은 자식' 르르르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탄생 설화를 소개한 내용이다. 르르르는 현대차에서 운영하는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팀이다. 지난 24일 르르르가 성수동 편집샵 '수피' 에서 진행하는 '차없는 정비소' 팝업 행사를 찾았다.
르르르는 현대차의 공식 마케팅을 비틀어서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번 차없는 정비소도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쏘나타 디 엣지'의 특별 팝업 '인투 디 엣지'와 연결해 진행되는 행사다.
그러나 꼭 쏘나타와 연계해 마케팅을 펼치기보다는 '차가 없는' 20대가 현대차라는 브랜드와 더 가까워지고, 미래 고객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입구에는 과거 현대차 원효로 사옥 서비스센터 등에 붙어 있었던 것 같은 파란 간판이 눈길을 끈다. '르르르 자동차 써-비스(주)'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등의 문구는 MZ 세대가 선호하는 레트로 감성을 물씬 풍겼다.
안으로 들어서자 왼쪽에는 '서라운드 뷰 주차마스터' 공간이 있다. 서라운드뷰는 주차 시 사용되는 편의 기능으로, 차를 미니카처럼 공중에서 보여주는 기능이다. 첫 차를 타는 초보 운전자들에게는 필수로 추천되는 기능이기도 하다. RC카를 통해 지도로 축약된 '차없쇼' 행사장, '쏘나타 디 엣지' 전시장, 올드카를 전시 중인 현대차 동부하이테크 센터 등을 돌아보고 주차까지 해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맞은 편에는 '카활 능력시험' 키오스크가 준비되어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자주 발견하긴 어렵지만, 안전에는 큰 영향을 미치는 운전 상식을 문제로 제시한다. 운전 경험이 제법 있다고 생각했는데 10문제 중 2문제를 틀려 80점에 만족해야 했다.
실외 공간에는 더 활동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점프 블루핸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적어 넣은 파란색 포스트잇을 가장 높이 붙이는 사람에게 경품을 주는 행사다. '블루핸즈'는 현대차의 정비 서비스 브랜드다. 블루핸즈는 '타이어 공기압 셀프주입' 체험에도 묻어난다. 파란색 장갑을 착용하고 버튼을 두드려 타이어 공기압을 넣고, 파이프를 교체하는 것까지 시간을 측정한다. 현장 관계자는 "20대 친구들이 와서 서로 게임하듯 체험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타이어 교체' 체험에서는 실제로 타이어를 교체하는데, 현장 관계자는 "의외로 여성 체험자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반대편에는 '타이어 얼라인먼트 테스트' 체험이 진행된다. '얼라인먼트'는 차량의 균형을 맞출 때 사용되는 용어지만, 이날 전시장에서는 타이어를 활용한 볼링에 가까웠다.
2층 행사장에서는 예약을 통해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다. 정비복을 대여해 '포니' 모양을 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는데,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사진을 만들어 줬다. 현장 관계자는 예약이 쉽지 않을 정도라고 인기를 전했다.
2019년 첫 등장 당시 르르르는 현대차와 관련된 마케팅이라기보단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SNS를 통해 각종 사회적 불만을 '밈'으로 풀어내는 팀이었다. 2020년 '꼰대 성향 검사' 등이 유명했던 콘텐츠 중 하나다.
보라색 석고상을 캐릭터로 자신을 의인화 해 풀어내는 르르르는 지난해 4월 자신을 '현대차의 내놓은 자식'으로 밝혔고, 이후 현대차와 연계된 콘텐츠·프로그램을 연이어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부산 모터쇼와 맞물려 부산에서 '차없는 모터쇼'를 진행했고, 같은 해 10월에도 현대차의 친환경 사회공헌 캠페인 '롱기스트런'을 비틀어 중앙대 대학교 축제 행사에 '숏티스트런' 부스를 차렸다.
르르르는 이날 행사장 앞에 '3대 차없쇼'를 물음표 베일을 씌워두고 걸어뒀는데 곧 세번째 차없쇼를 내놓을 것을 암시했다. 1대 '차없쇼'인 부산 행사에서는 2주간의 행사 기간 동안 약 5000명이 찾았으나,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차없는 정비소' 행사에는 지난 주말새(21~22일) 벌써 약 3500명이 찾았다. 다음 주말까지 진행되는 행사 기간을 고려하면 1만명 가까운 인파가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평일인 이날도 관람객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고, 오히려 '쏘나타 디 엣지' 행사보다도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는 후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런 활동이 '마케팅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라는 목소리도 없진 않다. 그러나 저희는 20대가 현대차 브랜드와 더 가까워지고, 미래 고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관람객의 숫자로 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현대차는 국내에서 딱딱한 '남초' 회사 이미지가 강했지만,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상당히 극복하는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고객, 특히 MZ라고 하는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문화는 항상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젊은 구성원들의 의견이 의사결정에 적극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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