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더비' 충격의 영봉패, 왜 마지막 찬스 대타 안썼을까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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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감독은 마지막 찬스에서 왜 대타를 쓰지 않았을까.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이승엽 더비'에서 영봉패를 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그런데 이 감독과 두산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두산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형 포수 양의지를 데려오며 이 감독에게 선물을 안겼지만, 이렇게 승부처 대타로 투입할 선수가 마땅치 않을 정도로 1군 엔트리 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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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승엽 감독은 마지막 찬스에서 왜 대타를 쓰지 않았을까.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이승엽 더비'에서 영봉패를 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두산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0대1로 패했다. 3연승 마감. 4연패 중인 삼성에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날 경기는 현역 시절 삼성의 전설로 군림하던 이 감독이 은퇴 후 삼성이 아닌 두산 감독이 돼 처음 고향을 찾는다는 시나리오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감독이 대놓고 표현을 못해도,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이 감독 말대로 공과 사는 구분하며,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 감독을 사랑했던 대구팬들이 원하는 모습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독과 두산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단 1점도 내지 못하고 삼성 연패 탈출의 희생양이 됐기 때문이다.
패배 과정에는 여러 아쉬움이 있겠지만, 궁금증이 드는 건 9회초 마지막 찬스였다. 2사 후 강승호와 허경민의 연속 안타로 1, 3루 찬스가 생긴 것이다. 마운드에는 삼성 새 마무리 이승현(좌완)이 있었다. 이미 지난 주 마무리 데뷔 경기에서 9회 KIA 타이거즈 최형우에게 통한의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허용해 부담이 큰 경험 없는 투수였다.
뭔가 흐름이 두산쪽으로 넘어오는 듯 했다. 두산 타석에는 유격수 이유찬이 들어서야 했다. 수비는 훌륭하지만 타격은 약한 선수. 시즌 1할대 타율이다. 여기에 이번 시즌 득점권 타율 9타수 무안타였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대타였다. 두산 야수 엔트리에는 신성현, 송승환, 김재호, 양찬열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 감독의 선택은 이유찬이었다. 언뜻 생각하면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장타력이 있는 신성현은 긴장한 이승현에 위압감을 줄 수 있고, 송승환은 타격에서 재능을 보이는 선수다. 베테랑 김재호는 산전수전 다 겪어 이런 상황에서 노림수를 제대로 가져갈 수 있는 타자다. 하지만 이 감독은 이날 앞선 세 타석에서 안타가 없었고, 최근 4경기 안타가 없는 이유찬을 밀고 나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사정이 있다. 그만큼 이 감독이 믿을 만한 대타 자원이 없다는 것이다. 두산의 이번 시즌 대타 성공률은 1할6푼7리에 그친다. 20번의 기회에서 3안타에 2개의 4사구를 얻어내는 데 그쳤다. 안타를 친 세 선수는 김재환, 신성현, 안재석이었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투입한 대타 자원들이 보답한 기억이 없었다. 신성현도 9회 선두 대타로 나와 안타를 쳤었다. 좌완 이승현을 상대로 안재석을 내보내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앞선 상황 대주자로 투입했다. 차라기 경기를 계속 뛴 이유찬이 감각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주자가 3루에 있기에 컨택트 능력을 발휘해 짧은 안타라도 만들어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2B이라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한가운데 직구에 2루 땅볼로 죽는 장면은 분명 아쉬움이 남았다.
두산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형 포수 양의지를 데려오며 이 감독에게 선물을 안겼지만, 이렇게 승부처 대타로 투입할 선수가 마땅치 않을 정도로 1군 엔트리 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두가 '이승엽 더비'라며 흥미롭게 경기를 지켜봤겠지만 정작 당사자 이 감독은 9회 동점, 역전 찬스를 날리며 어떤 생각을 했을 지 궁금할 따름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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