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장에서 보고 자란 이정표" 최형우에 끝내기 스리런포 악몽의 밤, 오승환 선배 장문의 문자 한통

첫 세이브 후 인터뷰 하는 이승현.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1일 광주 KIA전. 삼성 라이온즈 새 마무리 좌완 이승현이 2점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최형우에게 패스트볼로 승부를 걸다 끝내기 3점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참담했던 그날 밤, 이승현은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오승환 선배였다. 이승현 기억에 남은 문장은 이랬다. '승현아, 기억해야 될 경기와 잊어야 할 경기가 있다. 이승현 화이팅!' 악몽의 그날, 이승현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경기"라고 했다.

26일 대구 두산전에 두번째 세이브 기회가 왔다. 4연패 중 1-0 박빙의 리드.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이겨냈다.

8회 2사 1루에 마운드에 오른 이승현은 지난 실패의 악몽을 이겨내고 4타자 세이브에 성공했다. 9회 김성윤의 호수비가 큰 도움이 됐다.

2023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이 1대0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박진만 감독과 이승현의 모습.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4.26/

2023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1루 견제구를 던지는 삼성 이승현.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4.26/

"첫 등판 이후 힘들었는데 선배님들의 좋은 말씀을 듣고 다시 생각해보니 위축될 필요 없더라고요.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임했습니다."

KBO리그에 한 획을 그은 최고 마무리 오승환을 대체하는 클로저. 어떻게 부담이 없을 수가 있을까.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저는 어릴 적부터 시민야구장에서 승환 선배님을 보면서 야구를 했었는데요. 솔직히 부담스러웠어요. 경험이 많으신 선배가 이런 말씀 해주셔서 감사하죠. 성윤 형도 그렇고, 모든 동료들이 하나가 돼서 제가 세이브를 할 수 있었어요. 박진만 감독님께서는 마운드에 오셔서 그냥 '떨지말고 잘 하라고, 다음 공격도 있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네 공 던지라'고 하셨어요. "

잊을 수 없는 감격의 첫 세이브. 하지만 이승현은 KIA 전 실패는 기억하고, 오늘의 세이브는 잊기로 했다.

"오늘 경기는 일단 상황이 힘들었다고 해도 이겼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 영향이 있을 지 모르니 기억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삼성에 새 마무리 시대가 열렸다. 오승환 선배가 남긴 불멸의 대기록도 첫 걸음이 있었다. 이승현이 우상의 전폭적 지지 속에 위대한 첫 걸음을 시작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