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천혜 자연에 제스프리가 화룡점정… 뉴질랜드가 ‘키위의 나라’ 된 이유

타우랑가(뉴질랜드)=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2023. 4.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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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키위, 비옥한 토양과 온난한 기후 영향
‘키위의 수도’서 만난 농장주… “비옥해 관수도 필요 없어”
제스프리, 품종개발부터 가정까지 전 과정에 걸쳐 관리
뉴질랜드의 한 농장에 있는 키위나무에 키위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뉴질랜드에는 세 가지 키위가 있다. 먼저 우리가 즐겨먹는 과일 키위(Kiwi Fruit)다. 뉴질랜드의 국조(國鳥)인 키위 새도 있다. 과일 키위 역시 키위 새와 닮아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뉴질랜드인도 키위라고 부른다. 심지어 뉴질랜드 국영은행도 키위은행이며, 뉴질랜드 달러도 종종 키위라고 부른다. 키위는 뉴질랜드 그 자체인 셈이다.

과일 키위의 원산지는 사실 뉴질랜드가 아닌 중국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래라는 이름으로 오래도록 자생해왔다. 고려가요 청산별곡에서도 나오는 그 과일이다. 그런 과일을 20세기 초 뉴질랜드가 종자를 도입해 품종을 개량하면서 현재의 키위가 됐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키위를 생산하지만, 가장 프리미엄으로 꼽히는 건 뉴질랜드산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키위의 98%도 뉴질랜드산이었다. 국내 키위시장 점유율도 약 80%로 압도적이다.
뉴질랜드에서 키위 생산이 활발히 이뤄지는 건 화산재로 이뤄진 비옥한 토양 덕이다. 화산재의 석회질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작물 생장을 돕고 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뉴질랜드에서 키위 생산이 활발히 이뤄지는 건 화산재로 이뤄진 비옥한 토양 덕이다. 화산재의 석회질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작물 생장을 돕고 있는 것. 또한 뛰어난 일조량 등 기후적인 이유도 있다.

뉴질랜드에서도 키위 생산의 78%가 북섬에 위치한 ‘베이 오브 플렌티(Bay of Plenty)’에서 이뤄진다. 화산지대인데다가 온화하면서도 뉴질랜드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은 일조량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테 푸케(Te Puke) 지역은 특히 키위가 많이 나서 ‘키위의 수도’라는 별명까지 가지고 있다.
뉴질랜드 키위 생산의 약 78%를 차지하는 베이오브플렌티에 위치한 테 푸케(Te Puke)에서 키위 농장 ‘릴리뱅크 오차드(Lilybank Orchard)’를 운영하고 있는 팀 토르(Tim Torr)와 그의 아내 린다 호즈(Lynda Hawes).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실제로 기자가 지난 6일 방문한 테 푸케 지역의 키위 농장 ‘릴리뱅크 오차드(Lilybank Orchard)’에는 수확을 앞둔 키위들이 가득했다. 6헥타르(ha) 규모 농장의 주인은 팀 토르(Tim Torr)와 그의 아내 린다 호즈(Lynda Hawes). 농업 컨설팅 일을 하다가 2010년 농장을 인수했다고 한다. 릴리뱅크를 선택한 이유는 역시 토양이다. 두 사람은 “토양이 너무 비옥해 관수(灌水)도 필요 없을 정도”라며 “대부분 자연적으로 내리는 비에 의존한 채 키위를 재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위 농장 ‘릴리뱅크 오차드(Lilybank Orchard)’의 모습. 키위나무가 태양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바람을 막기 위해 방풍림을 식수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여기에 상품성의 핵심, 당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더해졌다. 태양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바람을 막기 위해 방풍림으로 키위나무를 둘렀다. 나무에 상처를 내는 박피 작업까지 진행한다. 열매가 흡수하는 수분을 줄여 당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다만 팀 토르는 “박피 작업은 많이 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뉴질랜드에서 키위 재배는 통상 3~5월 사이에 이뤄진다. 남반구에 위치해 계절이 반대이기 때문이다. 겨울인 6~8월에는 가지치기로 새 시기를 준비한다. 9~11월 사이 키위나무가 다시 자라면 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때 꽃 개수를 조절하는 적화(摘花) 작업이 필요하다. 열매를 맺는 꽃이 너무 많으면 당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름인 12~2월에는 수확량을 예측하고 나무를 솎아내는 적과(摘果) 작업이 진행된다. 이를 통해 키위 크기를 최대화한다. 적화‧적과 작업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당도와 연관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많은 농가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작업이기도 하다.
뉴질랜드 마운트 마운가누이(Mount Maunganui)에 위치한 제스프리 인터내셔널 본사 전경

키위 열매가 열렸다고 마음대로 수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때부터는 제스프리(Zespri)의 직접적인 관리를 받는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 키위협동조합으로, 100% 뉴질랜드 농가 소유 기업이다. 뉴질랜드에서 재배된 키위는 모두 제스프리 브랜드를 달고 수출된다.

수확도 제스프리와 계약된 연구소의 숙성도 테스트를 통과해야 할 수 있다. 연구소 직원들은 샘플 채집을 요청한 농가에서 무작위 키위를 채집해 △경도 △색 △건물중(乾物重) △당도(brix) 등 테스트를 거친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판매 및 수출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주스 등 가공식품 생산에 쓰이거나, 품질이 더 낮은 경우엔 동물 사료로 소비되기도 한다.
팩하우스에서 너무 무르거나 터진 키위들을 걸러내고, 적외선 카메라로 내부까지 확인한 후 상품성이 훼손된 키위를 걸러내는 모습. 영상=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수확된 키위는 팩하우스에서 또 다시 검수 과정을 거친다. 너무 무르거나 터진 키위들을 걸러내고, 적외선 카메라로 내부까지 확인한 뒤 1등급 키위들만 포장된다. 포장 이후에도 품질 관리가 이뤄진다. 키위는 온도에 민감한 후숙 과일이기 때문에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계를 함께 선적해 필요에 따라 온도를 조절하거나 에틸렌가스를 주입한다.

검수에 검수를 거친 후에 선별된 1등급 키위만이 우리 식탁에 오른다. 그럼에도 상품성이 떨어진 키위가 있다면 생산 농가 및 팩하우스 위치를 추적할 수도 있다. 포장에 부착된 바코드를 통해서다. 만약 릴리뱅크에서 수확된 키위라면 ‘9971’이라는 숫자가 적힌다.
제스프리와 플랜트&푸드 리서치(Plant&Food Research)의 합작 투자로 설립된 키위 연구소 ‘키위 육종 센터(Kiwifruit Breeding Centre)’가 개발하고 있는 키위 품종들의 단면. 주황색 키위와 매우 작은 크기의 키위, 매운 맛을 내는 키위 등 다양한 품종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제스프리는 플랜트&푸드 리서치(Plant&Food Research)의 합작 투자로 설립한 키위 연구소 ‘키위 육종 센터(Kiwifruit Breeding Centre)’를 통해 품종도 개발한다. 결국 비옥한 토양과 최상의 기후 조건에 △품종 개발 △재배 △수확 △포장 △유통 △가정까지 전 과정에 걸친 체계적으로 관리가 제스프리 키위의 맛과 품질의 이유인 것이다.

제스프리 관계자는 “어느 국가에서든 소비자들이 균일한 품질의 키위를 먹을 수 있도록 철저히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며 “키위가 잘 자라는 기후 조건을 보다 상세하게 파악하고 균일한 품질의 키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타우랑가(뉴질랜드)=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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