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술핵 화산-31‘억지 표준화·대량생산 시 관리·유지비용’ 골칫덩이될 것”

이춘근 세종국방포럼서 “대량생산 앞서 신뢰검증 위해 핵실험하게 될 것”
“너무 많은 투발수단에 똑같은 탄두 ‘억지 표준화’투발수단 성능 저하”
권용수 “다탄두(MIRV) 개발 시간 문제…EMP탄, 대기권 재진입기술 확보 무의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27일 핵무기연구소를 방문, 화산-31전술핵무기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26일 “화산-31이 억지 표준화로 투발수단 성능에 제한이 있게 되고, 대량생산 시 유지, 관리비용이 막대해 취약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공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의 신뢰성 검증을 위해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26일 ‘북한 핵미사일 역량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세종연구소가 개최한 제9차 세종국방포럼에서 북한이 화산-31 대량 생산 전에 신뢰성을 평가해야 하므로 핵실험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 입장에서는 (핵실험은)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화산-31의 표준화 여부에 대해 “어거지(억지) 표준화다. 어폐가 있지만 범위를 너무 넓게 잡은 표준화”라며 “너무 많은 투발 수단에 똑같은 탄두를 적용했다”고 꼬집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말 핵무기연구소를 방문했을 당시 전술핵탄두 화산-31의 실물과 이를 적용한 8종의 투발수단 자료를 노출한 바 있다.

당시 공개된 사진 속 패널에 담긴 8종의 투발수단은 600㎜ 초대형방사포, 무인수중공격정 해일, 화살-2 순항미사일, 화살-1 순항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4·KN-25,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으로 추정됐다. 방사포부터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SLBM 등 주로 남한 공격용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무기들이 총망라됐다.

그는 동일한 탄두를 다양한 투발수단에 적용하면 “투발 수단의 성능에 상당히 제한이 가해진다”면서 향후 탄두 세분화를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위원은 핵탄두와 투발수단을 대량 생산하면 관리·유지 비용이 막대해서 북한에 큰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그는 “투발수단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고 했을 때 이걸 유지·보수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핵탄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면 이 거대한 산업을 지원하는 쪽에 막대한 국가 재정이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전술핵무기를 다량 생산하고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포럼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전자기파(EMP)탄으로 사용한다면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40∼50㎞ 고도 이상에서 핵탄두를 기폭시켜 EMP를 발생시키면 핵탄두가 견뎌야 하는 온도가 더 낮아 부족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전 교수는 “북한은 재래식 방법에 의한 핵사용 생각도 있겠지만 EMP를 통해 사회 기반을 마비시키겠다는 전략이 깔려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여러 개의 핵탄두를 서로 다른 목표물로 유도하는 다탄두 개별유도기술(MIRV) 개발에 대해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시간 문제지 완성은 될 것”이라고 봤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