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진짜" 강남 원베일리 `100억 거래` 취소 소동의 전말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그 집 거래취소 아닙니다. 어제(24일) 잔금 치뤘습니다."(25일 저녁 신반포3차 조합장)
안녕하세요 금융부동산부 이미연입니다. 오늘 [발로 뛰는] 주인공은 바로 펜트하우스 입주권이 100억원에 팔려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원베일리'(이하 원베일리)입니다.
이미 기사 썼으면서 왜 또 쓰느냐-라고 물으신다면, 이런 오기(혹은 중복 기입)이 한두건이 아니었다는 것을 오늘 더 많이 확인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일단 어제 소식을 미처 못들으신 분들을 위해 먼저 상황 설명 출발합니다.
원베일리는 신반포3차와 경남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하는 299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로, 2021년 일반분양 됐습니다. 3.3㎡당 5653만원으로 역대 최고 분양가였지만, 시세 차익이 클 것이라는 전망에 1순위 청약에만 3만6000여명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입주는 올해 8월로 예정됐다고 하네요.
올해 초였죠. 1월 16일 이 단지의 전용면적 200㎡(35층) 펜트하우스 입주권이 100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신고되면서 시장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직거래로 가격 부풀려 집값 띄우기 하는 것"이라는 의심부터 받았지만, 일단 '중개거래'라 그 부분은 진작 패스됐습니다.
이어 "1년 뒤에 계약취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만, 틀렸습니다. 1년이 아닌 약 3개월 후인 4월 19일에 '취소거래' 표시가 떴거든요.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가 일명 '집값띄우기'로 불리는 실거래 허위신고에 대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알아서 '자진납세'를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저도 "아 그런가보다"라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열었는데, 어라? 같은 날짜에 같은 층의 같은 가격 거래가 2건으로 나오는 동시에, 그 중 1건만 취소된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거래취소'의 경우 붉은 색으로 표시합니다. 정확히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3조2에 따라 해제신고된 건에 대해 따로 표시를 해두는 것이죠.
아니 뭔가 조금 이상했습니다. 연초 '100억 초고가 거래'로 알려질 당시에는 같은 날 2건의 계약이 터졌다는 소식은 없었거든요. 물론 당시 저도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 확인하고 기사 썼습니다.
혹시 같은 평형대 2채가 각각 100억원에 팔렸을 수도 있으니, 단지 정보를 다시 찾았습니다. 단지 내 전용 200㎡는 2세대가 맞네요. 그러나 거래신고된 전용 200㎡B 타입은 단 1세대 뿐이었습니다. 역시 1세대 뿐으로 확인된 전용 200㎡A 타입은 거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동일 매물의 중복기입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어이쿠야 이 부분을 인지한 시간이 저녁 8시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급한 상황임에 양해를 구하고 해당 단지 조합을 통해 알아보니 "거래 취소 아니다. 어제 잔금 치뤘다"고 하시네요.
오호 그렇다면 역시 '중복기입'이 맞는 것인가-라는 내용으로 기사 작성 중에(...아니 그러니까 제가 그 늦은 시간에 기사를 쓴건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비슷한 취소 거래가 눈에 띄었습니다.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였습니다. 지난 2022년 4월 19일 전용 74㎡(16층) 거래 2건이 중개거래로 32억 1000만원에 표기됐는데, 이 중 한 건이 같은 해 7월 25일에 거래취소 표기가 뜬 것. 이 두거래는 모두 24동 16층으로 한 매물이 중복신고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이후에 추가 검색을 하다보니 ▲2022년 6월 6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64.9㎡ 43억5000만원 거래(46층) 2건 중 같은해 8월 31일 1건 취소 ▲2022년 4월 27일 강남구 도곡1차아이파크 전용 130㎡ 30억3000만원(27층) 거래 2건 중 같은 해 5월 12일 1건 취소 등 비슷한 케이스가 우두두 쏟아졌습니다.
아니 왜 이런 일이 이렇게나 많은건지, 시장 혼돈이 유발될 가능성이 너무 많지 않은지 추가 의문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범인(?) 잡았습니다. 바로 '재신고' 때문이었는데요. 잘못된 내용 기입이나 세부사항 변경 등으로 인해 계약 요건 변경이 생긴 '취소 후 재신고' 처리된 건이라는군요. 구체적으로 ▲매수자 추가 ▲관계지번 추가 ▲실제거래금액, 계약일, 매도·매수인의 성명이나 주민등록번호 변경 ▲중개사무소 추가 등이 필요한 경우 이런 중복신고로 보이는 케이스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을 관리하는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보통은 뭔가 오기입으로 인해 취소표시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같은 건의 재신고라도) 일단 신고가 한번이라도 올라온 건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정보 공개를 한다는 차원으로 저렇게 표시하는 것이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고 후 3개월 후 쯤 이런 경우가 잦은 것은 잔금을 건낼 때 쯤 세부정보 재확인 과정에서 잘못 기입했거나 일부 변경 사항을 확인하는 시기로 추측됩니다.
이번 경우처럼 실제 시장 혼선이 예상되는 부분일 수 있으니 이런 중복 표기(?)를 아예 없앨 가능성에 대해 물으니 '은행 통장'을 예로 드셨습니다. 같은 금액이 입금됐다 출금되더라도 통장에는 거래 내역이 전부 기입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면 된다고 하시네요.
너무 초고가거래였던터라 시장 관심이 아직도 쏠려있는 단지인데요, 시장에 나온 매물 확인해보니 26일 현재...네 초대형 평수는 아예 매물 그림자조차 없습니다. 그나마 전용 133㎡ 매물 일부가 55억~67억 선에 나와있네요. 그럼 이번 '원베일리 100억 거래 취소'의 진실(?)은 여기까지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만 총총.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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