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지원? 저는 안 된대요"…다시 한숨짓는 피해자 있다
정부가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대환 대출 등 지원책을 마련한 데 이어 '전세 사기 특별법'도 발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전세 사기 피해 유형이 제각각이라 지원책과 특별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나올 전망이다.
지난 24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대환 대출을 시작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일 발표한 '전세 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의 후속 조치다. 국민·신한·하나은행과 농협은 다음달부터 대환 대출을 시행할 예정이다.
전세 자금을 대출한 임차인이 전세 사기 피해를 본 후에도 같은 집에 계속 거주할 경우 연 1.2~2.1% 금리로 보증금 80% 이내 한도에서 최대 2억4000만원까지 대출할 수 있다. 그동안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할 경우에만 저리 전세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용 면적이 85㎡ 이하,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여야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여전히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직장인 박모씨도 소득 제한으로 대환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 박씨는 전세 사기를 입은 집을 계약할 당시 1억9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박씨는 "이제 일을 시작한 지 1년 됐는데 나 같은 사회초년생들은 연봉이 7000만원 이상이더라도 모아둔 자산은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봐야 한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하는 전세 대출과 버팀목 전세 대출 등 다른 대출들도 많지만 소득이 높아서 모두 지원이 안 된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억울하게 사기를 당했는데 소득의 수준으로 기준을 나누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 권모씨도 "부부 합산으로 연봉 7000만원 이하여야 해 현재로서는 대출이 어렵다고 한다. 요즘 부부 합산으로 연 소득이 7000만원을 안 넘는 집을 찾기 힘들다"며 "그럼 이혼해야 소득이 줄어드는 건가. 다 같은 피해자인데 답답하다"고 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가 각종 혜택을 받기 위해 발급받는 '전세 피해 확인서' 역시 요건이 까다로워 피해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 부평구에서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김모씨는 전세 피해 확인서를 발급하려 했으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현재는 피해 금액이 임차보증금의 30% 이상이어야 발급 대상이 된다. 다만 김씨가 거주하고 있는 매물 주인은 구속된 상태로 김씨가 선순위 세입자 자격을 얻게 됐다. 이렇게 되면 경매에서 해당 매물이 낙찰되고 체납 세금 등을 처리한 뒤 남은 금액을 상계처리할 경우 김씨의 피해 금액은 없어지게 된다.
김씨는 피해 금액을 보전받을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확인서를 발급받아 이자 혜택 등을 받으려 했지만 어렵다는 답변만 받고 있다.
그는 "피해확인서 발급을 피해 금액으로 산정할 게 아니라 사례별로 나눠달라고 요청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경매 지연은 미추홀구 아파트만 하고 있어 정부 정책만 기다릴 순 없는 상황이고 저리 대출도 막혀 경매가 낙찰되면 제2금융권 대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세 피해 확인서는 지난 6개월 동안 100건 정도만 발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27일 전세 사기 특별법 발의를 위해 실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당정이 추진하고 있는 특별 법안에는 임차인 경매 참여시 우선 매수권 부여, 경매 낙찰 시 세금 감면 및 장기·저리 융자 지원, LH의 우선 매수권 행사 후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모두가 100% 만족하는 대책을 만들기는 어렵다. 피해자별로 사례도 다르고 피해 금액도 다르고 경우의 수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피해자들은 내 전세금을 얼마나 보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텐데 최우선 변제금을 올려주는 방식 등으로 피해자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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