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식 보다는 약한, 기존 확장억제 보다는 강력한 ‘워싱턴 선언’

이현미 2023. 4. 27.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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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결과로 채택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은 미국의 전술핵을 역내 배치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 보다는 약하지만, 기존의 한∙미 확장억제 보다는 강력한 조치로 평가된다.

한∙미 정상은 이날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에 대한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워싱턴 선언은 확장억제 관련 정보공유 채널인 ‘핵 협의 그룹’(NCG) 신설과 이를 통한 미 핵 전력에 대한 양국의 공동기획과 공동실행이 핵심 조치로 꼽힌다. 미국의 전술핵을 역내에 배치한 나토식 핵공유 보다는 약하지만, 미 핵 전력의 기획∙운영과 관련해 한국에게 발언권을 준다는 점에서 기존 한∙미 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보다는 강화된 조치로 평가된다. 기존 EDSCG는 전임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데다, 상시 가동 채널이 아닌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미국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터키 등 나토 5개 회원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운영하고 있다. 공동 운영을 위해 ‘핵 기획그룹’(NPG: Nuclear Planning Group)을 설치하고 NPG가 ‘핵 정책기획’을 주관하며 정례협의체를 운용하고 있다. 나토는 비핵보유국에게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언권을 부여하고 있다.

한∙미가 신설하기로 한 NCG는 역내에 배치된 핵무기 운용에 참여하는 나토의 NPG 보다는 약하지만, NCG를 통 양국 정보 교류를 강화하고 핵 투발수단 기동에 관한 공동 연습 등 미 전략자산에 대한 기획 및 실행을 함께 하는 점에서 강화된 조치로 분석된다.

◆한∙미 핵 협의 그룹(NCG) 설립 선언

양 정상은 선언문에서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핵 협의 그룹(NCG) 설립을 선언했다”며 “한∙미동맹은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하고, 한반도에서의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 및 훈련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 정상의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한미동맹은 핵 유사시 기획에 대한 공동의 접근을 강화하기 위한 양국간 새로운 범정부 도상 시뮬레이션을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항구적이고 철통같으며,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 했다”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하여 지원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미국은 향후 예정된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통해 증명되듯, 한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시킬 것”이라며 “양국은 한미동맹이 잠재적인 공격과 핵 사용에 대한 방어를 보다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포함해 확장억제에 관한 정부 간 상설협의체를 강화하고, 공동 기획 노력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尹 “새로운 확장억제 방안, 강력하다고 자신”

윤 대통령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선언에 대해 “종전의 핵우산에 기초한 확장억제와는 많이 다르다”며 “미국이 핵자산에 관한 정보와 기획, 대응, 실행을 함께 공유하고 의논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것은 새로운 확장억제 방안이고 더욱 강력하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NCG라는 핵 협의 그룹을 출범시켜서 실시간으로 양국이 핵 자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에 관한 공동기획과 관련 훈련∙연습에 대한 공동 실행을 하는 것은 북핵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확장억제 협력 방안이 강구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북핵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고, (북한 도발과 관련해) 한∙미 양국이 강력한 핵 전력을 포함한 모든 압도적인 대응을 신속하게 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바이든 대통령도 “제가 국군통수권자로서 미국 핵 전략 무기에 대한 사용 권한을 갖고 있지만, 여러 단계의 노력에 있어 동맹국과 파트너들과 뜻을 함께 하고 상의할 것”이라며 “중요한 건 훨씬 더 긴밀한 협의와 협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반도에) 핵전략무기를 배치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 가까운 곳으로 핵잠수함을 파견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북한 도발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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