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 존경해서 ‘밀양’ 전도연 이름 쓸까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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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입양인이 주인공이다.
슈 감독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서울 여행을 혼자 하며 충격받았던 모습들을 메모했다가 영화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리턴 투 서울'에는 한국 영화에 대한 슈 감독의 사랑이 녹아 있다.
슈 감독은 "'시'는 제가 손에 꼽는 한국 영화"라며 "이 감독의 영화 '밀양'(2007)의 주연배우 전도연 이름을 쓸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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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 눈으로 한국 그리려"
"홍상수는 현존 최고 감독"
한인 입양인이 주인공이다. 서울에서 주로 촬영했고, 한국 배우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메가폰을 잡은 이는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비 슈 감독이다. 프랑스 영화 ‘리턴 투 서울’(5월 3일)은 인력 구성부터가 익숙하면서 낯설다.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한 카페에서 슈 감독을 만나 영화 제작 과정을 들었다.
‘리턴 투 서울’은 갓난아기 때 프랑스로 입양된 20대 프레디(박지민)가 중심인물이다. 그는 태풍으로 일본 도쿄 여행이 어렵자 예정에 없던 서울을 방문한다. 생부모가 궁금해져 입양기관을 찾고, 전북 군산에 사는 아버지(오광록)를 만나나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하지만 프레디는 “해로운 나라” 한국을 멀리하지 못한다. 한국에 장기체류를 하고 한국어를 배운다. 영화는 프레디가 8년 동안 겪는 방황과 고민, 생부와의 갈등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입양인의 삶을 되짚는다.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슈 감독이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로 한국을 첫 방문했을 때 겪은 일이 이야기 토대가 됐다. 그는 입양인인 친구 로르 바뒤플이 부산에서 생부를 만날 때 식사를 함께 했다. “굉장히 이상하고 차가우며 불편했던” 만남이었다.
영화는 프레디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본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상은 프레디의 눈을 통해 낯선 풍경이 된다. 산업화됐으나 젊은이는 적고 한적한 지방도시와 번잡하고 요란스러운 서울의 대조적인 모습, 화려하나 차가운 서울 거리의 네온사인 등이 인상적이다. 폐지 줍는 노인, 커플룩을 입은 연인의 모습 등이 등장하기도 한다. 슈 감독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서울 여행을 혼자 하며 충격받았던 모습들을 메모했다가 영화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리턴 투 서울’에는 한국 영화에 대한 슈 감독의 사랑이 녹아 있다. 그는 “프레디가 영화 도입부에서 한국인 두 명과 함께 삼겹살 구워 먹는 장면은 홍상수 감독 영화처럼 찍으려 했다”고 말했다. 슈 감독은 “2000년대 초반 ‘생활의 발견’(2002) 등 홍 감독 초기 영화 네 편이 프랑스에서 한꺼번에 개봉했을 때 모두 본 후 홍 감독 팬”이 됐다. “단순화하고 많은 걸 배제한 영화에 깊이와 독창성을 담아내는 현존 최고 감독 중 한 명”이라는 이유에서다.
슈 감독은 “이창동 감독도 매우 존경하고, 봉준호, 박찬욱 감독 영화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프레디의 생모 이름은 손미자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배우 윤정희의 본명이자 이창동 감독 영화 ‘시’(2010)에서 고인이 연기한 배역 이름이기도 하다. 슈 감독은 “‘시’는 제가 손에 꼽는 한국 영화”라며 “이 감독의 영화 ‘밀양’(2007)의 주연배우 전도연 이름을 쓸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 지인들이 도연은 젊은 이름이고, 미자가 옛 이름이라 더 잘 어울린다고 조언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알아듣기 쉬운 발음”이라는 점도 미자를 택한 이유다. 그는 “박찬욱 감독 영화에서 한 컷을 살짝 가져온 부분이 있기도 한데 영화팬이라면 알아챌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하나 “한국 영화 비슷하게 흉내 내지 말자고 다짐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설프게 따라 하면 실패가 뻔해서요. 촬영방식 등에서 다르게 보여주려 노력했어요. 한국에 갑자기 오게 된 인물을 그릴 때 쓰는 상투적 표현도 최대한 피하려고 했습니다. 성형수술, 북한, 군대 이야기 등 말이에요. K팝 언급은 특히 피하고 싶었습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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