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구글에 421억 과징금 부과한 의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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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경쟁당국 수장회의에서 주요 경쟁당국 수장들과 당면한 경쟁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디지털 시장에서 소수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경쟁제한 전략을 펴는 상황에 경쟁당국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시장을 선점한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남용을 적시에 시정하고 공정한 경쟁기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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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경쟁당국 수장회의에서 주요 경쟁당국 수장들과 당면한 경쟁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디지털 시장에서 소수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경쟁제한 전략을 펴는 상황에 경쟁당국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전 세계 경쟁당국들이 디지털 플랫폼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칫 플랫폼을 이용하는 수많은 소비자와 사업자가 소수 거대 플랫폼에 종속되기 쉽기 때문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소비자와 입점 사업자들이 증가할수록 서로의 편익을 높이는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며, 결국 시장 선점자로 이용자들을 쏠리게 해 독점력이 쉽게 형성된다.
스마트폰 기능을 크게 확장함으로써 한때 혁신의 상징이었던 '앱마켓'도 대표적인 디지털 플랫폼에 해당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수많은 앱들이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앱마켓을 거쳐야만 한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앱마켓 시장에서는 시장 선점자 구글이 오랜 기간 시장의 게이트키퍼로 군림해 오고 있다.
구글의 앱 사업자들에 대한 지위는 한마디로 절대적이다. 게이트키퍼라는 말 그대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구글 플레이를 거치지 않고는 약 90%의 소비자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한편 구글이 앱마켓을 열자마자 보이는 첫 화면에 앱을 게재하면 그 광고효과는 어마어마하기에 앱 사업자들은 구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구글은 이러한 힘을 이용하여 모바일 게임사들이 유력한 경쟁사업자인 원스토어에 입점하지 못하도록 했다. 후발주자인 원스토어는 구글의 행위로 인해 가장 중요한 사업 초기에 게임 콘텐츠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다. 결국 원스토어의 시장점유율은 낮아졌고 구글은 앱마켓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더욱 공고하게 할 수 있었다. 최근 공정위는 이러한 구글의 독점력 남용행위에 대해 과징금 421억 원을 부과했다.
앱마켓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면 앱마켓 혁신 유인이 저하될 뿐 아니라 디지털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점의 폐해는 언제나 경계대상이지만, 지금 우리 일상에서 스마트폰의 중요성과 앱마켓이 모바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앱마켓 시장에서 독점력 남용으로 인한 문제는 그 파급효과가 더욱 심각해진다.
결국 앱마켓 시장에서 경쟁을 회복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공정한 시장질서하에서의 경쟁압력만이 독점사업자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구글의 독점력 강화에 제동을 건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그 의미가 크다.
자유시장경제를 위한 정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독과점으로 인한 경쟁 왜곡을 시정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시장을 선점한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남용을 적시에 시정하고 공정한 경쟁기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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