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사람들은 왜 권도형이 미국으로 가길 바랄까

김하늬 기자 2023. 4. 2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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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권 씨는 위조여권을 사용하다 현행범으로 검거된 만큼 일단 몬테네그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강력한 사전규제가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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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2022년 8월 권도형 대표가 15일 온라인 매체 코인니지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사진= 코인니스 유투브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해외 도피행각 11개월 만에 붙잡혔다. 남유럽의 몬테네그로 공항에서다. 권 씨는 위조여권을 사용하다 현행범으로 검거된 만큼 일단 몬테네그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그 다음 '테라-루나 사태'의 책임을 따져볼 재판장은 미정이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각각 권 씨에 대한 송환 요청을 한 상태다.

국내 여론은 권씨를 미국에 보내라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처벌의 크기'다. 미국은 유기징역 상한선이 없다. 여러 범죄를 저지른 자는 각각 죄에 형을 매긴 뒤 합산하는 '병과주의'다. 연쇄 살인마가 200~300년씩 징역형을 선고받는 사례뿐만 아니라 경제사범도 마찬가지다. 과거 650억달러(87조)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은 2009년 150년형을 선고받고 2021년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소장에 테라-루나 폭락사태로 인한 피해금액은 400억 달러(52조원)로 명시했다. '권도형이 미국 재판장에 서면 징역 100년이 넘겠다'는 목소리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이유다. 반면 한국은 여러 죄를 저질러도 가장 무거운 죄에 내려질 형벌의 2분의 1까지만 가중 처벌하는 '가중주의'를 택한다. 최대 형량도 40년이다. 1조 원대 피해를 일으킨 옵티머스 사태의 주범 김재현 씨가 40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로이터=뉴스1) 구윤성 기자 =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를 불러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간) 수갑을 찬 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고등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23.3.25/뉴스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두 번째는 '수사 시점과 범위'의 차이다. 미국이 일찌감치 포괄적으로 훑어봤을거란 추론이다. 미 SEC는 '테라-루나' 사태가 터지기 1년 전부터 권 씨를 수사 선상에 올렸다. 2021년 5월 테라폼랩스의 디파이(탈중앙화금융, DeFi) 프로젝트인 '미러프로토콜'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는데, 여기에 사용된 매개체 코인이 테라UST다. SEC는 또 '루나' 코인도 조사대상에 넣었다. 같은 해 9월 SEC는 권 씨에게 소환장도 발부했는데, 여기엔 몬테네그로에서 함께 붙잡힌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신현성 전 티몬 의장의 이름도 함께 적혀있다.

반면 국내는 작년 5월 대폭락 사태가 터진 뒤에서야 스테이블 코인과 테라·루나 증권성 판단 검토에 돌입했다. 이마저도 우리 법원은 증권거래법 적용 대상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작년 11월 신현성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코인과 관련한 규제법 제정 전이고,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자금세탁만 관리하다 보니 규제 공백의 한계가 컸다.

결정적으로 '테라-루나' 사태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권 씨는 '한국의 머스크'로 칭송받았다. 루나가 전세계 코인 시총 10위까지 오르면서다. 언론은 앞다퉈 그를 조명했고, 정치권과 지자체는 권 씨와 만나 공동 프로젝트 논의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 수사당국의 의지와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졌다.

그렇다면 강력한 사전규제가 정답일까.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를 핵심으로 탄생했다. 업계가 똘똘 뭉쳐 대응 단체를 만드는 건 그래서 아이러니다. 차라리 테라·루나와 관계된 헤지펀드와 VC, 업체들이 각자 '입'을 여는 게 첫 단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자정 능력을 상실한 곳에 규제가 침투하면 자율성마저 점령당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기 바란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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