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대만·센카쿠·쿠릴…대한민국호, 新냉전의 바다 항로는

김지훈 기자 2023. 4. 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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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4월3일부터 4일까지 실시된 한미일 연합 대잠전 훈련 현장. /사진제공=미 해군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주 "불장난하는 자 불에 타 죽는다"고 지목한 대만에 우리 해군이 이달초 사실상 역대 최단 거리인 400해리(740.8km) 안쪽 거리까지 진입해 한미일 연합 대잠전 훈련을 벌였다. 2017년4월에 이어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두번째 실시된 한미일 연합 대잠전 훈련(4월3~4일 실시)에 참가한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 미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우미기리함 등은 북위 30도36분까지 남하한 곳에 훈련 구역을 설정했다.

일본과 중국 간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부터는 약 300해리(555㎞) 안쪽으로 통상적인 우리 해군의 훈련구역이 아니다. 2017년 4월을 통틀어 설정된 훈련구역들 가운데 가장 남쪽 구간이 북위 42도선(항행경보 기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선포한 '불조심 구역'에 미군 주도의 연합 해상 전력이 성큼 다가갔다. 중국의 항모 산둥함은 미국의 군사 요충지인 괌에서 400해리 이내 해역까지 기동하는 맞대응에 나섰다. 친 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발언" 발언에 불조심 발언을 하는 등 중국 측은 우리 측의 대만 관련 반응에 민감한 반응을 이어왔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김건희 여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4.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건희 여사가 15일 대사관 신설 개관식에 참석한 국가인 프랑스의 호위함 프레리알함은 13일 9년만에 인천항에 입항했다. 프랑스 군 수뇌부는 지난달 우리 해병대를 방문해 한미 연합 상륙 훈련에 대한 프랑스 참가, 남태평양에서 프랑스군이 주도하는 연합훈련 마라라(Mararat) 훈련에 대한 한국 참가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동안 양국은 상대국의 해당 훈련을 '참관'한 적이 있지만 실제 참가한 적은 없다. 한반도 해역에 대해 동맹인 미국 뿐 아니라 유럽까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프랑스는 흔히 '한미일 대 북중러'로 불리는 구도에 묶이는 나라인지는 미지수다. 6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며 중국과 밀월을 과시하는 독자 노선을 시사했다.
新냉전 앞 과제 '자유롭고 개방적 인도·태평양' 무슨뜻
'대한민국호'의 앞에 신냉전의 바다가 펼쳐쳤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북한 문제를 제외하고는 '침묵의 함대'나 마찬가지였던 우리 해군이 나아가야할 길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반도 주변 각국이 한국의 입장에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대북 문제에 주력했던 우리에게 깊은 고민을 안기는 문제들이 남아있다.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은 이미 2024~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을 꺼낸 실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해군 함대의 이동이 '북한 핵·위협 대응'만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미국 측으로부터 대 중국 견제에 요구를 받고 있는 신호도 포착됐다. 한미일 대잠전 훈련 구역은 미국 측 의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중국 북해함대와 동해함대가 태평양에 진출하는 길목이면서 중국 잠수함의 주된 활동 구간이다.

(서울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에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리 군은 한미일 연합 대잠전 훈련 구역에 대해 "북한의 수중 위협 대응"이 배경이라 설명한다. 하지만 미국 공식 발표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원"만 기재됐을 뿐 북한이 명시되지 않았다. '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은 친강 외교부장이 반발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인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마찬가지로 서방이 중국을 겨냥해 내놓는 표현이다. 우리 군도 언젠가는 대만 해협 문제 등 국제적인 해상 갈등과 관련해 침묵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러 미사일 쏘고 일 독도 주장하고…바닷길의 복잡한 속내들
심지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고전하는 러시아군까지 바다에 주목하고 있다. 벨라루스에 전술핵 재배치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달 28일 동해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서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100㎞ 밖에 발사하는 시험을 벌였다.
일본 영토주권 전시관 관련 홍보물.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일본 자민당은 '독도는 일본땅' 주장을 집대성한 국립 영토주권전시회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다듬을 계획이다. 영토주권전시관은 일본 미래세대에게 "언젠가 다케시마에 꼭 갈거야"라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영토주권전시관은 독도와 함께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러시아와 영토 분쟁이 존재하는 쿠릴열도 남단 섬들(일본명 북방영토)을 다룰 목적으로 일본 정부가 세운 전시관이다.

각국이 신냉전의 무대로 바다에 주목하는 것은 제해권이 곧 국가의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물동량 98%를 해운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 수입 90%는 호르무즈-믈라카-바시해협으로 이어지는 남방항로에 의존한다. 그런데 2020년 기준 우리의 주요 전투함(1000톤급 이상) 총톤수는 중국의 약 17%, 일본의 약 39% 수준에 그쳐 해군력은 열세다. 해군력 열세는 미중 갈등 뿐 아니라 영유권 분쟁 등에서 우리나라가 자칫 목소리를 키우기 어려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과 1함대사령관을 역임한 천정수 해양대 초빙교수는 "한미일 협력을 강화시켜 나가고 군사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도 어느 정도 군사력이 일본과 대등하고 어떤 비율을 유지해야 가능한 것"이라며 "독도 등 외교적으로 부당한 것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면서도 대(對) 중국 문제는 또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투 트랙 전략으로 가야 된다"라고 했다.

26일 열린 제5회 인도태평양 안보포럼 화상회의에 김승겸 합동참모의장(맨 윗줄 왼쪽에서 두번째),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맨 윗줄 왼쪽에서 첫번째) 등 인도태평양 지역 24개국의 군 고위급 인사들이 참가해 국가별 가장 우려되는 안보 도전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합동참모본부


인도·태평양의 불안한 안보 정세에 우리 군을 비롯한 인·태 지역 군 당국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대응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은 26일 인도·태평양지역 24개국 군 고위급 인사들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국가별 우려되는 안보 도전에 대한 단합된 대응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합참은"김승겸 의장은 인태지역에 가장 우려되는 안보 도전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을 제시하고 단합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라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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