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개 첨단 협력 합의, 한미 안보동맹을 기술동맹으로
윤석열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한·미가 배터리·바이오·원전 등 첨단 산업과 청정 에너지 부문에서 협력한다는 2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는 이행이 강제되지 않지만 양국의 공공기관·연구소와 대표 기업들이 차세대 산업 분야에서 공동 연구하고 세계 시장을 주도할 공통의 표준을 개발한다는 등의 광범위한 협력안에 합의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핵심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은 연구 개발에 강하고 우리는 제조 능력이 뛰어나 서로 윈·윈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 한미 관계가 70년 역사의 안보 동맹, 2011년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에 따른 경제 동맹에 이어 기술 동맹으로 확대되며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에 MOU를 체결한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 두산에너빌리티·한국수력원자력·현대건설이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미국 뉴스케일·홀텍인터내셔널 등과 4세대 SMR 건설·운영, 사용후 핵연료 저장, 공급망 개발 등에 합의했다. 미국이 기술과 시장 개방을 통제해왔던 분야인 만큼 첨단 기술력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배터리·바이오·자율차·항공·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에서도 두 나라가 함께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데 합의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 상무부가 반도체법에 따라 설립하기로 한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에도 한국 기업과 연구소들이 포함될 전망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차세대 기술 표준 제정에 우리가 직접 참여해야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
첨단 산업 한미 협력은 미국 대중(對中) 봉쇄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과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반도체·2차전지 등에서 핵심 제조 능력을 갖고 있는 한국을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중국에 뒷덜미를 잡히기 직전이었던 한국 산업계로선 미국과의 협력이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원자력 산업을 시작한 것도 6·25전쟁 직후 미국과 맺은 원자력 협정부터였다. 이제 세계 5대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이런 한미 협력 성공 경험을 우주기술·인공지능 등의 차세대 산업 분야로 적극 확대해가야 한다. 미국과의 기술 동맹이 미래 먹거리가 부족한 한국 경제의 새로운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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