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78] 그리운 강남 제비
“꽃 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으로 시작하는 ‘제비처럼’(유승엽 작사·작곡)은 1977년에 윤승희가 불러서 큰 인기를 얻은 곡이다.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제비는 기상청에서 1923년부터 봄 도래의 지표로 삼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옛날 ‘흥부가’에 등장하는 은혜 갚은 제비를 기억하고 있다.
매년 봄이면 찾아오는 제비가 남다른 정감을 자아내서인지 종종 노래의 소재로도 사용되었다. 1929년에 발간된 ‘안기영 작곡집1′에 수록된 ‘그리운 강남’은 김형원이 작사하고 안기영이 작곡한 노래인데, 4분의 3박자에 5음 음계를 사용한 신민요다. “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이 땅에도 또다시 봄이 온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강남을 어서 가세”라는 1절에서 보듯이, 제비가 돌아오는 것처럼 이 땅에 봄이 오길 바라는 마음을 ‘아리랑’이라는 후렴을 사용하여 표현했다. 1931년 이 노래는 안기영이 지휘하던 혼성 합창단 ‘성우회(聲友會)’의 음반에까지 실렸다. 더 나아가 1932년에는 안기영 자신의 노래로, 1934년에는 김용환·왕수복·윤건영이 함께 부른 노래로, 1943년에는 김천애의 노래로도 음반에 수록되었다.
김서정(본명 김영환)이 작사·작곡한 ‘강남 제비’에도 제비가 등장한다. 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제비와 대비하여 표현한 이 노래는 1930년에 이애리수의 목소리로 처음 음반에 실렸다. 그 후 1931년에는 강금자와 강석연이 각각, 1932년에는 김연실과 이경설이 각각 음반으로 발매하였다. 1933년에 발매된 ‘방랑의 노래’는 ‘강남 제비’를 개사한 노래다. 안일파가 편곡하고 바이올린과 가야금 반주에 맞춰 채규엽이 노래했다. ‘강남 제비’는 비슷한 시기에 8번 정도 발매되어 그 인기를 입증했다. 게다가 봄이면 찾아오는 제비의 상징성 때문인지 이 노래와 ‘그리운 강남’은 독립운동가요로도 불렸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제비가 2008년부터 15년째 서울에서는 관측되지 않는다고 한다. 조선일보 1964년 5월 24일 자에는 ‘돌아온 제비들 결석이 많아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는데, 이때부터 제비의 수가 서서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라면 관습적으로 등장하던 ‘봄이 오면 돌아오던 강남 제비’라는 표현은 전설로만 남을지도 모르겠다. 제비 개체 수의 감소가 우리의 생태계와 관련되는 일이라 우려된다. 지난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다. 우리는 이 지구를 지키고 그리운 제비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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