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틈 타… ‘꼼수 탈당’ 민형배, 민주당으로 복당

주희연 기자 2023. 4. 2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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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방미 시선 쏠린 사이 결정
민형배 의원이 지난 4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3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통과를 위해 민주당을 꼼수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복당시켰다. 꼼수 탈당을 통한 입법 과정이 위법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복당 결정을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으로 정치권의 눈이 외부로 쏠린 순간을 일부러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민 의원의 위장 탈당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다 부동산 투기 의혹과 허위 재산 신고로 제명됐던 김홍걸 의원의 복당 절차도 밟고 있다. 당내에서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위기의식은커녕 제 식구 감싸기에 바쁘다”는 말이 나왔다. 민 의원에 이어 김 의원까지 복당하면 민주당의 의석수는 169석에서 171석으로 늘어난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 의원의 복당을 의결했다. 민 의원이 작년 4월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여야 동수로 구성되어야 하는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를 위해 탈당한 지 1년 만이다. 헌재는 지난달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민 의원이 무소속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해 법을 통과시킨 과정은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유례없는 집권 세력의 몽니에 민 의원은 불가피하게 자신의 소신에 따라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에 동참했다”며 “이제는 국민과 당원께 양해를 구하고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했다. 국민의힘 때문에 민 의원의 위장 탈당과 안건조정위 무력화 과정은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민형배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안건조정위 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채 앉아 있다. 민 의원은 당시 ‘무소속’ 몫으로 교육위 안건조정위에 참여해 더불어민주당의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강행 처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민주당은 26일 민 의원의 복당을 결정했다. /뉴스1

민주당은 민 의원 본인 요구에 의한 복당 심사가 아닌, 당의 요구에 따른 ‘특별 복당’의 형식을 취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자진 복당은 총선 공천 심사에서 감점 요인인데, 민 의원에게 이런 불이익을 면해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간다. 응원해주셔서 고맙다”라며 “주권자 시민의 뜻을 더욱 잘 받들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이런 결정은 박홍근 원내대표의 임기 종료를 이틀 앞둔 상황에서 이뤄졌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검수완박법 강행 통과를 리드한 만큼, 임기 내 결자해지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정치권과 여론의 관심이 쏠린 시점을 택해 기습 군사작전을 하듯이 복당 결정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꼼수 탈당, 참 부끄러운 짓인데 복당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라며 “의회주의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 형해화시켰음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복당 결정을 했다니 깊은 무력감에 빠져든다”고 했다. 그는 “돈 봉투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추악한 오물 뒤집어 쓴 느낌”이라며 “제가 비정상인가. 그야말로 혼돈”이라고 했다. 이동학 전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최악의 타이밍에 복당 요청 허용(을 했고), 초유의 사태에도 적극 조치가 없다”며 “중단된 당 혁신을 국민이 지켜본다”고 했다. 민 의원 지역구인 광주 광산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광산시민연대는 “민주당의 행위는 반헌법 행위”라고 했다.

민주당 최고위는 이날 부동산 투기와 재산 허위 신고 논란으로 제명됐던 김홍걸(비례대표) 의원 복당도 의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인 김 의원은 지난 2020년 9월 다주택 문제와 재산 허위 신고를 비롯한 재산 형성 의혹이 제기돼 이낙연 지도부에서 제명됐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사저 외에도 서울 강남 아파트 2채를 보유했었는데, 10억대 부동산과 아파트 임대보증금을 누락하는 등 재산을 축소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일평생 직업을 가지지 않았던 김 의원이 수십억대 자산을 가진 것을 두고 재산 형성 논란도 일었다.

김 의원 복당 의결에 대해 박성준 대변인은 “(복당을 문제 삼을) 특별한 하자가 없다고 봐서 복당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한 야권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인 김 의원을 모른 척할 수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며 “민주당 특유의 동지 의식이 발현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의원은 민 의원과 달리 탈당이 아닌 제명 처분을 받은 것이라, 당무위 의결을 거쳐 복당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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