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폭격에 폐허된 우크라 축구팀, 브라질서 부활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시 마리우폴. 우크라이나 프로축구 리그(UPL) FC마리우폴 연고지다. 6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축구 팀이지만 지금은 러시아 침공으로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지난해 3월 FC콜로스 경기를 앞두고 연습장과 구단 본부가 러시아군 폭격으로 엉망이 되기도 했다. FC마리우폴은 2021-2022시즌 UPL 최하위에 처져 있다가 전쟁이 터지면서 경기가 취소돼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고, 그나마 지난해 5월 마리우폴이 러시아에 함락되며 축구단 유지가 불가능한 상태로 접어들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에 접한 아조우해 항구도시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다 보니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 추산에 따르면, 마리우폴은 이번 전쟁으로 인해 도시의 90%가 파괴됐고, 2만2000명 이상 민간인이 사망했다. 전체 인구는 44만명이다.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자 FC마리우폴은 선수와 코치진, 직원들과 계약을 해지하면서 이번 시즌 리그에 불참하기로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 유구한 FC마리우폴 존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데 뜻밖에 지구 반대편에서 부활했다. 안드리 사닌 FC마리우폴 부회장은 “우리가 경기를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우리를 잊어버린다”며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계속 이야기할 수 있게 할 방법을 찾고 있다가 축구의 나라 브라질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브라질에는 우크라이나인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 구아라푸아바. 전체 인구의 75%인 4만명가량이 우크라이나 혈통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사닌 부회장은 “이 마을을 연고로 한 아틀레티카 바텔 축구단이 우리 정신을 계승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록 파라나주 3부 리그 팀이지만 이 같은 취지에 동의해 기꺼이 팀 이름을 FC마리우폴로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팀 로고와 유니폼 색깔도 마리우폴이 쓰던 주황색으로 바꿨다.
알렉스 로페스 바텔 회장은 “우리 목표는 FC마리우폴이 다시 우크라이나에서 뛸 수 있을 그날까지 명맥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 공동체 70% 이상이 우크라이나인이거나 그 후손이기 때문에 FC마리우폴은 우리 정체성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닌 부회장은 “전쟁이 끝나면 이 브라질 선수들을 마리우폴로 꼭 초대하고 싶다”면서 “FC마리우폴은 언젠가 다시 우크라이나 리그로 꼭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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