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바이든 vs 77세 트럼프… 최고령 리턴 매치 이뤄질까

김지원 기자 2023. 4. 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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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美대선 레이스 사실상 막 올라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미국 차기 대선에서는 81세 바이든과 77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두 고령자가 4년 만에 맞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공화당에서는 지난해 11월 대선 재도전을 선언한 트럼프가 줄곧 여론조사 선두를 지키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바이든 외에 눈에 띄는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미국 대선은 2024년 11월 치러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대선 출마 영상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메시지를 가득 담았다. 출마 영상의 첫 장면부터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주도한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화면이다. 바이든은 “4년 전 대선에 출마했을 때, 나는 우리가 미국의 정신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나라 곳곳에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극단주의자들이 줄을 서며 자유를 빼앗아가려 한다”고 했다. ‘MAGA’는 지난 2016년 대선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공식 슬로건이다.

바이든의 발표 직후 트럼프는 기다렸다는 듯 성명을 냈다. 그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5명을 한데 모아도 조 바이든이 지난 몇년간 우리나라에 했던 것보다 큰 손실을 줄 수는 없을 텐데, 이렇게 실패한 대통령이 재선을 생각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반발해온 보수 표심을 겨냥한 듯 “사회주의적 지출 재앙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불러왔고, 미국 도시들은 불법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쓰레기 처리장이 됐다”고도 했다.

바이든과 트럼프가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2024년 대선 레이스가 사실상 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 선두 주자인 두 사람이 최종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 20세기 이후 미국 대선 중 두 번째 ‘리턴 매치’가 된다. 앞서 지난 1952년·1956년 대선에서는 공화당 소속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아들라이 스티븐슨 당시 민주당 후보와 두 차례 맞붙어 모두 이겨 재선 임기를 채웠다.

‘이미 대통령을 했던 이들끼리의 재격돌’ 구도가 112년 만에 재현될지도 관심이다. 앞서 지난 1912년 대선에서는 현직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과 갈등을 빚던 전임자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공화당을 탈당한 뒤 신당 진보당을 창당하고 대선에 출마했다. 전례 없는 3자 구도가 되고 공화당 표심이 분산되면서 민주당 우드로 윌슨 후보가 어부지리로 이겼다.

워싱턴 정계에서는 ‘바이든·트럼프’ 양강 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변수도 적지 않다. 우선 트럼프에게는 ‘젊은 차기 주자’ 이미지를 앞세운 당내 최대 경쟁자 론 디샌티스(45) 플로리다 주지사의 추격이 부담이다. 디샌티스는 아직 대선 출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도 밝히지 않았지만, 양측은 이달 중순 서로를 비판하는 TV 광고를 주고받으며 본격적인 견제에 들어갔다.

공화당 지지층 설문에서 트럼프는 여유 있게 앞선 것으로 조사되지만, 트럼프 측을 긴장시키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WPA인텔리전스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1대1 대결을 가정한 상황에서 트럼프는 3%포인트 차이로 패배하지만, 디샌티스는 오히려 1.2%포인트 앞섰다. 미 역사상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형사 기소돼 재판을 앞둔 그의 ‘사법 리스크’도 향후 지지율을 출렁이게 할 수 있는 중대 변수다.

이미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운 바이든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노쇠 이미지를 떨쳐내는 게 급선무다. 그가 각종 행사에서 어처구니없는 말실수를 하는 장면이 잇따라 부각되면서 민주당 지지층에서조차 ‘재선은 무리’라는 반대에 직면해 있다. 지난 24일 로이터 통신과 입소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한 민주당원 중 44%가 바이든의 재선 도전에 부정적으로 답했다. 사회기반시설 및 인프라 법안 추진과 인플레이션 대처 등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우는 성과에 미국인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도 미지수다.

트럼프 역시 바이든보다 불과 네 살 어려서 두 사람 모두가 ‘나이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024년에는 유권자들이 더 활기 넘치는 후보를 보고 싶어할 가능성이 있다”며 두 후보의 고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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