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못하나 ‘차악 경쟁’, 서로가 ‘생큐’라는 與野 [기자의 시각]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진퇴 여부를 둘러싼 친명·비명 갈등이 한창일 때 국민의힘 한 의원은 평소 알고 지내는 민주당 비명계 의원에게 농반진반 이렇게 말했다. “형,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이재명 대표가 중도에 사퇴하지만 않도록 해줘.”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까지 각종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이재명 대표가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최상이니 “이 대표 공격을 살살 해달라”고 한 것이다.
민주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던 지난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30대 천하람 후보가 ‘젊은 돌풍’을 일으키자 민주당 한 중진은 “천하람이 당 대표가 되면 위협적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입장에서 가장 쉬운 상대는 김기현 의원이다. 김 의원이 대표가 돼주면 우리로서는 생큐”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김기현 당대표 취임 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흔한 ‘컨벤션 효과’ 하나 없이 한 달 만에 10%p 가까이 빠졌다.
김기현 대표는 공개 석상에서 이재명 대표를 “단군 이래 최대 부정부패 혐의의 주인공”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더해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사건까지 터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정 관리를 하며 쾌재를 불렀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가만히만 있어도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내 통제를 따라야 한다”던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둘러싼 지도부 촌극이 이어지더니 최고위원들의 실언이 계속됐다. 양당 지지율은 여전히 엎치락뒤치락 고만고만하다. 민주당 인사들은 “전광훈은 우리의 보배”라고 했다.
이쯤 되면 가히 ‘적대적 공생 관계’라 할 만하다. ‘서로 누가 더 못하나’ 겨루는 차악 경쟁에서 아등바등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여권 한편에서는 대장동 사건 관련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2차 체포동의안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한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이 대표가 최대한 총선까지 민주당 얼굴로 버텨주는 게 선거 전략상 유리하다는 것이다. 굳이 2차 구속영장으로 이 대표 퇴장을 촉진시킬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다. 대통령과 영부인 비판 말고는 공식 회의가 진행되지 않는 민주당 역시 적대적 공생 관계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얄팍한 정치 공학의 결과는 여당도, 야당도 싫다는 역대 최대의 무당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정답은 안다. 어떻게 해야 건전한 상식을 가진 중도층 민심을 잡을 수 있는지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게 길은 보인다. 여야 정치인들만 이를 모른다. 줄기차게 민심의 정반대로만 간다. 전세 사기로 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정부의 50만원 생계비 대출에 1만명 넘게 몰리는 요즘, 사회 갈등을 풀어야 할 여의도 정치권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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