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기고] 독수리와 늑대, 우리도 ‘같이 갑시다’
오충원 공군 제38전투비행전대장 대령
“Katchi Kapshida!(같이 갑시다!)”는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구호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구호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맥아더 장군을 만난 백선엽 장군이 “We go together!(같이 갑시다!)”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내가 지휘하고 있는 공군 제38전투비행전대의 자랑스러운 장병들은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한 한미 동맹의 ‘힘’을 보태고 있다고 자부한다. ‘군산 공군기지’로 알려진 이곳은 한반도 유일의 한미 연합 항공 작전기지로 주한 미공군 제8전투비행단이 같은 기지에서 동고동락하며 한미 동맹의 축소판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 보낸 세월이 적지 않았기에 나에게는 인연을 맺고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미군 전우도 많다. 미군 조종사들과 영화 ‘탑건’의 감상을 자주 나누었는데, 그때마다 군산기지의 ‘탑건’은 누구인지 즐거운 논쟁이 벌어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미 제8전투비행단 역사에서 전설로 남은 조종사인 로빈 올즈(Robin Olds) 단장을 종종 거론했다. 1966년 취임한 그는 “나는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뛰어나다”며 전장으로 직접 출격했다. 올즈는 베트남전에서 가장 성공적인 항공 작전으로 평가받는 ‘볼로 작전(Operation BOLO)’을 지휘하며 함께 출격한 부하 조종사들을 ‘Wolf Pack(늑대 무리)’이라고 부르며 격려했다.
현재 미 제8전투비행단장이 ‘울프(Wolf)’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된 이유이다. 전대장으로서 나의 호칭은 대한민국 공군의 상징인 ‘이글(Eagle)’이다. 이곳 군산기지에서 독수리와 늑대가 함께 보금자리를 틀고 이빨과 발톱을 날카롭게 연마하며 사냥 기술을 단련하고 있는 셈이다.
한때 군산기지에서 선배 ‘이글’과 ‘울프’로 만났던 현재의 한미 공군참모총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이곳에 머물렀던 독수리와 늑대는 70여 년 전 선배 전우들이 남긴 금언을 잊지 않고 따라왔다. 지금 나와 함께하고 있는 헨리 제프리스(Henry Jeffress) 단장과 앞으로 이곳에서 손을 맞잡게 될 후배들의 마음가짐 역시 지난 70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최근 연이은 북의 도발에 한미 조종사들이 F-16을 포함해 군산 공군기지에 전개한 F-35B, F-22 등을 출격시키며 우리의 의지를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함께 훈련하고(Train Together), 함께 비행하고(Fly Together), 함께 나아갈 것(Go Together)이다.
헨리 R 제프리스 3세 美 8전투비행단장 공군 대령
올해는 한미 동맹 70주년이 되는 해로, 한미 양국은 지난 70년간 어떠한 위협과 적으로부터도 대한민국을 수호할 수 있도록 함께 훈련해 왔다. 또한 지난 70년간 양국 공동의 가치에 도전하는 세력에 맞서기 위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함께 성장해 왔다.
1953년 10월, 양국 정부가 상호 방위 조약에 서명했을 때 한미 양국은 확고한 연합 방위 태세에 대한 큰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오늘날 우리는 그 비전을 실현하고 있다. 나는 이곳 군산기지보다 한미 동맹의 굳건함과 양국의 하나 된 힘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8전투비행단의 미 공군 장병들과 38전투비행전대의 대한민국 공군 장병들은 매일 5100만명의 대한민국 국민과 역내 동맹의 자유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지난 과거부터 미 공군 장병들은 울프팩(늑대 무리·미 8전투비행단의 별칭)의 일원이 되어 군산에 주둔하고 대한민국 형제자매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열망해 왔다. 나는 이곳 군산에서 근무할 수 있는 3번의 기회를 가졌는데, 현재는 울프(Wolf·미 8전투비행단장)로서 양국 간의 파트너십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글(Eagle·대한민국 공군 38전투비행전대장) 오충원 대령과 함께 근무할 때나 연합 훈련을 위해 하늘에서 함께 비행할 때 등 한미 양국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수많은 지점이 있다. 활주로부터 게이트, 관제탑부터 유류 보급소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관계가 그저 상징적인 것이 아닌, 진정한 동반자라는 것은 분명하다.
비단 이곳 군산에서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의 이러한 동반자적 관계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은 올해는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와 함께 이뤄낸 지난 성과들을 되돌아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을 알지만, 나는 우리가 이 7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동맹이 향후 수십 년간 함께 힘을 키우고 서로를 지원하는 바로 그 미래 말이다. 1953년 과거 우리의 지휘관들이 꿈꾸었던 비전을 달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어서, 또한 미래에도 이어질 연합 방위 태세의 토대에 기여할 수 있어 큰 영광이다. 같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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