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등 문화재 복원에 서울시 또 1조원, 현실성 논란
서울시가 앞으로 5년간 1조2840억원을 들여 돈의문과 광화문 월대 등의 복원을 추진한다. 광화문 앞 의정부 터는 역사 유적 광장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제2기 역사 도시 서울 기본계획(2023~2027년)’을 26일 공개했다. ‘역사 도시 서울 기본계획’은 서울의 역사·문화를 복원·관리하기 위한 5년짜리 중·장기 프로그램이다. 1기(2017~2021년) 때 서울시는 서울 종로구 공예박물관 건립, 광화문 의정부 터 발굴 같은 사업에 74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조2840억원이 투입되는 2기 계획을 두고 “목적과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계획”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 “역사 도시 정체성 강화”
서울시는 우선 종로구 돈의문(서대문)과 광화문 월대, 경복궁, 종묘 사직단, 덕수궁 선원전 등의 복원에 나선다. 특히 서울 사대문 중 유일하게 복원되지 않은 돈의문의 실물을 복원하기로 하고 2억원을 들여 기본 구상 용역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7월까지는 어떻게 복원할지 구상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9년 돈의문 복원을 추진했다가 교통 체증, 예산 등의 문제로 백지화했는데 이번에 재추진하는 것이다.
광화문 앞에 있는 의정부 터는 올해 역사 유적 광장으로 조성한다. 발굴한 유적을 흙으로 덮어 광장을 만들고 유적은 디지털 영상으로 복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을 마무리하면 장기적으로 청와대와 광화문, 용산, 현충원으로 이어지는 국가 대표 기념 공간이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
백제의 왕성(王城)인 송파구 풍납토성은 유적 발굴을 계속하되 풍납토성 안에 사는 주민들을 위한 주거 환경 개선 사업도 추진한다. 여기에 5100억원이 투입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왕궁으로 추정되는 구역을 집중 보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속활자가 발견된 종로구 공평동 15·16지구에는 유적 전시관을 건립하고, 뚝섬 한강공원에 있는 복합 문화 공간 ‘뚝섬 자벌레’에는 한강의 역사를 볼 수 있는 한강 역사 문화 홍보 전시관을 만든다. 성동구 청계천박물관도 가칭 ‘서울물길박물관’으로 확장·개관하고, 2024년 착공을 목표로 이순신 장군 기념관도 짓는다. 올림픽대로가 지나 단절돼 있는 강동구 암사역사공원과 광나루한강공원 사이에는 덮개를 씌워 ‘암사초록길’이란 연결 통로를 낸다. 최경주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이번 계획은 역사 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역사 문화 도시로서 서울의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진정성 있는 복원될지 의문”
하지만 서울시 발표에 대해 “무엇을 위한 역사 복원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돈의문을 복원하겠다는 발표에 전문가들은 “사라지기 이전 모습으로 원래 자리에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1422년(세종 4년)에 세워진 돈의문은 1915년 일제가 전차 궤도를 복선화하면서 철거했다. 현재 위치로는 새문안로 강북삼성병원과 경향신문사 사이 왕복 8차선 도로 위에 있었다. 숭례문(남대문)처럼 실측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흑백사진 몇 장 정도가 남아있을 뿐이다.
문화재위원인 전봉희 서울대 교수(건축사)는 “복원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현존 자료를 통해 경복궁처럼 고종 연간의 모습을 기준으로 다시 짓는다면 재현(再現)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원래 돈의문이 있던 곳에 복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돈의문 자리 주변에 대형 건물과 도로가 들어섰기 때문에 광화문 월대처럼 우회로를 만들 수도 없다. 김정동 목원대 명예교수는 “결국 1994년에 복원한 혜화문(동소문)처럼 원래 위치에서 떨어진 곳에 지을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복원의 진정성(authenticity)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1866년(고종 3년) 경복궁 중건 때 축조된 뒤 1923년 철거된 광화문 월대의 복원에 대해서는 “조선 전기에는 없었고 고종 이후 불과 57년 동안 존재했던 궁궐 앞 시설 때문에 시민들이 교통 불편을 감수하는 게 맞는가”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재호 전남대 교수(경제사)는 “광화문 앞은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공간인데, 비판의 여지가 많은 고종과 대한제국 시기를 선양하려는 듯한 복원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 복원 사업은 완료까지 수년씩 걸리기 때문에 계획보다 큰 예산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창경궁과 종묘를 연결·복원하는 사업의 경우, 2010년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2년 만에 완공됐는데 계획보다 154억원 많은 1008억원이 들어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8세 핵주먹’ 타이슨 패했지만…30살 어린 복서, 고개 숙였다
- 美검찰, ‘월가 마진콜 사태’ 한국계 투자가 빌 황에 징역 21년 구형
- 아이폰부터 클래식 공연, 피자까지… 수능마친 ‘수험생’ 잡기 총력전
- “사법부 흑역사…이재명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 野 비상투쟁 돌입
- 방탄소년단 진의 저력, 신보 ‘해피’ 발매 첫날 84만장 팔려
- [부음]김동규 한신대학교 홍보팀장 빙모상
- 소아·청소년병원 입원 10명 중 9명, 폐렴 등 감염병
- “오 마이”… 린가드도 혀 내두른 수능 영어 문제, 뭐길래
- 목포대-순천대, ‘대학 통합·통합 의대 추진’ 합의...공동추진위 구성
- “이스라엘, 지난달 보복공습으로 이란 핵 기밀시설 파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