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 아이돌 노래만 있나… ‘유재하 동문’으로 가요계에 도전장

윤수정 기자 2023. 4.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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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황다정·금상 김규리… 내달 데뷔해 싱어송라이터 활동
제33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자 김규리(금상·왼쪽), 황다정(대상·오른쪽)씨. /이태경 기자

지난해 유재하 가요제 우승자들이 본격적으로 가요계에 진출하고 있다. 요절한 가수 유재하의 천재성을 잇는 청춘 뮤지션들을 34년째 발굴해 오고 있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는 지난해 지원자 521팀 중 10팀이 뽑혔고, 특히 1·2등 격인 대상과 금상은 각각 황다정(28)과 김규리(19), 젊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이 올해 가요제 참가자 모집(6월 12일)을 앞두고, ‘유재하 가요제 동문’이란 타이틀을 달고 뮤지션으로 진출하는 것. 작년 연말 가요제 우승 이후 지난 반년간 CJ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수상자 단체 앨범 발매 등 가요계 데뷔를 위한 준비 활동을 거쳤다.

최근 서울 중구에서 만난 두 사람은 “다음 달부터 유재하 가요제 동문이란 이름으로 싱어송라이터 활동을 펼친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크다”고 했다. 이 대회는 같은 해 배출된 수상자를 ‘동문’으로 부르는데, 그 명단이 쟁쟁한 것으로 유명하다. ‘BTS의 아버지’로 불리는 방시혁부터 유희열, 조규찬, 김연우, 이한철, 스윗소로우, 루시드폴, 재주소년 등이 이 대회로 발굴됐다.

1987년, 당시 인기 음악 방송 KBS 젊음의 행진 무대에는 수수한 더벅머리에 청재킷 차림의 청년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한국형 팝 발라드 개척자로 꼽히는 가수 고(故) 유재하(당시 25세)의 생전 마지막 방송 모습이었다. 그가 그해 11월 1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며 남긴 유일한 유작 ‘사랑하기 때문에’는 우리 대중음악사에 큰 영향을 끼친 명반으로 꼽힌다.

매해 11월 서울 광흥창역 인근 공연장 ‘CJ아지트’에서 열리는 유재하 가요제는 ‘직접 쓴 곡을 직접 연주한다’는 조건을 내건, 국내에선 거의 없어지다시피한 ‘싱어송라이터 발굴 무대’로 꼽힌다. 유재하장학재단에 더해 2014년부터 CJ문화재단의 후원도 더해지면서 ‘CJ와 함께하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란 이름으로 맥을 이어왔다. 다만 이제는 과거에 비해 이 대회를 거친 스타 탄생이 적어지고 있는 게 현실. K팝 댄스음악이 한국 음악 전체를 대표하다시피 하는 요즘 이 대회에서 배출되는 다양한 곡이 누군가에겐 ‘성공과는 동떨어진 선택’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두 사람은 “어차피 이 대회로 유명해지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내가 잘해야 스타가 되는 거지”란 당찬 대답을 들려줬다. 황다정씨는 특히 “K팝 인기 낙수 효과로 다양한 장르의 한국 가수들에게 태국 등 해외 진출 기회가 넓어졌다”며 “K팝만 해외 나가고 성공할 수 있단 건 오히려 낡은 생각”이라며 웃었다. 지난해 대회 도중 수능을 함께 준비한 김규리씨는 올 초 경희대 스페인어과에 진학했다. “언젠가 해외에서 스페인어 노래도 선보이고 싶어서”다. 올해 사후 36주기를 맞은 유재하 활동 시기엔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이들이지만, “그의 곡 도입부만 들어도 설렌다”고 했다. “직접 곡을 써본 이들이라면 여전히 그의 이름이 선망의 대상이자 기회인걸요. ‘내 음악 하는 가수’를 뽑아준다는데, 이 대회를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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