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 그대로 보여준 입양인의 현실… “나 또한 내 집 찾아 떠도는 이민자”
아이의 미래를 위해 입양을 보낸다고들 하지만, 타국으로 입양된 아이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3일 개봉하는 영화 ‘리턴 투 서울’은 한국에서 태어나자마자 프랑스로 입양된 ‘프레디(박지민)’가 서울로 돌아와 친부모를 찾으면서 겪는 일들을 그렸다. 그다지 친부모를 찾고 싶지 않았던 입양인이 어쩌다 한국 가족을 만나게 되면서 갈등과 혼란에 휘말리는 이야기로 지난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토론토 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부문 등에 초청됐다.
‘프레디’ 역을 맡은 배우 박지민(35)은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프랑스로 이민 갔다. 파리에서 시각예술가로 활동 중인 그는 ‘리턴 투 서울’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 데뷔작인데도 툭 건들기만 해도 폭발할 것 같은 반항아 캐릭터를 맡아 친부를 만나고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26일 서울에서 만난 박지민은 “제대로 연기를 배운 적이 없어서 여러번 출연을 거절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한 건 ‘아시아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프랑스 영화’이기 때문이었어요. 프랑스 영화계에서 아시아 배우는 정말 찾기 어렵고, 프랑스 사회에서도 아시아인은 ‘보이지 않는 존재’나 다름없거든요.”
그는 자신이 이민자로서 겪었던 방황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프레디’ 캐릭터에 담아냈다. 박지민은 “어렸을 때부터 날마다 크고 작은 인종차별을 겪어왔다”면서 “그러다 보니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고, 항상 긴장한 상태로 살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번은 횡단보도를 건너다 갑자기 얼굴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앞에서 걸어오던 남자가 제 얼굴에 스프레이를 뿌린 거죠. 그때의 경험이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았어요.”
캄보디아계 프랑스인인 데이비 추 감독은 입양아였던 한국인 친구가 친부와 재회하는 모습을 보고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 박지민은 감독이 준 시나리오를 읽고 떠오른 의문점들을 빼곡히 적어 돌려보냈다. “처음에 프레디는 금발에 푹 파인 원피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모습이었어요. 남성이 그린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상’에 갇혀있는 모습이 프레디와 맞지 않는다고 건의했고, 감독도 이를 수긍하더라고요.” 두 사람은 처음부터 공동 집필을 하듯 시나리오를 수정해갔다. 그는 “감독과 긴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구축해나간 것이 그 어떤 연기 수업보다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프랑스·홍콩·미국·캐나다 등에서 시사회를 열 때마다, 각국의 입양인들이 영화를 보러 찾아왔다. “‘내 인생을 보는 것 같았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해피 엔딩으로 포장된 이야기가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줘서 그런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을 “프랑스 사람도 아니고 한국 사람도 아닌, 떠돌아다니는 영혼”으로 정의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방인이 고민할 거예요. 내 집은 어디인가, 내 집이 있긴 있을까.... 당장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라 항상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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