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 그대로 보여준 입양인의 현실… “나 또한 내 집 찾아 떠도는 이민자”

백수진 기자 2023. 4. 27.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리턴 투 서울’ 주연 박지민, 한국계 佛 입양아 役으로 첫 연기
영화 '리턴 투 서울'에서 한국계 프랑스인 '프레디' 역을 맡은 배우 박지민. /엣나인필름

아이의 미래를 위해 입양을 보낸다고들 하지만, 타국으로 입양된 아이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3일 개봉하는 영화 ‘리턴 투 서울’은 한국에서 태어나자마자 프랑스로 입양된 ‘프레디(박지민)’가 서울로 돌아와 친부모를 찾으면서 겪는 일들을 그렸다. 그다지 친부모를 찾고 싶지 않았던 입양인이 어쩌다 한국 가족을 만나게 되면서 갈등과 혼란에 휘말리는 이야기로 지난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토론토 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부문 등에 초청됐다.

‘프레디’ 역을 맡은 배우 박지민(35)은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프랑스로 이민 갔다. 파리에서 시각예술가로 활동 중인 그는 ‘리턴 투 서울’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 데뷔작인데도 툭 건들기만 해도 폭발할 것 같은 반항아 캐릭터를 맡아 친부를 만나고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26일 서울에서 만난 박지민은 “제대로 연기를 배운 적이 없어서 여러번 출연을 거절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한 건 ‘아시아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프랑스 영화’이기 때문이었어요. 프랑스 영화계에서 아시아 배우는 정말 찾기 어렵고, 프랑스 사회에서도 아시아인은 ‘보이지 않는 존재’나 다름없거든요.”

영화 '리턴 투 서울' 스틸컷. /엣나인필름

그는 자신이 이민자로서 겪었던 방황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프레디’ 캐릭터에 담아냈다. 박지민은 “어렸을 때부터 날마다 크고 작은 인종차별을 겪어왔다”면서 “그러다 보니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고, 항상 긴장한 상태로 살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번은 횡단보도를 건너다 갑자기 얼굴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앞에서 걸어오던 남자가 제 얼굴에 스프레이를 뿌린 거죠. 그때의 경험이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았어요.”

캄보디아계 프랑스인인 데이비 추 감독은 입양아였던 한국인 친구가 친부와 재회하는 모습을 보고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 박지민은 감독이 준 시나리오를 읽고 떠오른 의문점들을 빼곡히 적어 돌려보냈다. “처음에 프레디는 금발에 푹 파인 원피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모습이었어요. 남성이 그린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상’에 갇혀있는 모습이 프레디와 맞지 않는다고 건의했고, 감독도 이를 수긍하더라고요.” 두 사람은 처음부터 공동 집필을 하듯 시나리오를 수정해갔다. 그는 “감독과 긴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구축해나간 것이 그 어떤 연기 수업보다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영화 '리턴 투 서울' 포스터. /엣나인필름

프랑스·홍콩·미국·캐나다 등에서 시사회를 열 때마다, 각국의 입양인들이 영화를 보러 찾아왔다. “‘내 인생을 보는 것 같았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해피 엔딩으로 포장된 이야기가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줘서 그런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을 “프랑스 사람도 아니고 한국 사람도 아닌, 떠돌아다니는 영혼”으로 정의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방인이 고민할 거예요. 내 집은 어디인가, 내 집이 있긴 있을까.... 당장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라 항상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