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전멸 상황”… 올해 개봉 100만 관객 딱 1편

최지선 기자 2023. 4.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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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계에 시나리오가 그야말로 전멸한 상황입니다. 창작자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고 관객이 극장을 찾는 선순환 구조가 회복되지 않으면 1, 2년 후 한국 영화계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한 대형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현재 영화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1000만은 이제 꿈의 숫자?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관객이 100만 명을 넘은 영화는 '교섭'(172만 명)뿐이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21일 개봉한 영화 '영웅'이 관객 326만 명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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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값 상승 등에 4년새 관객 56%↓
시나리오-톱배우 등 OTT로 옮겨가
슬램덩크 등 日애니는 400만 넘겨
영화 생태계 적신호 “유인책 마련을”
“국내 영화계에 시나리오가 그야말로 전멸한 상황입니다. 창작자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고 관객이 극장을 찾는 선순환 구조가 회복되지 않으면 1, 2년 후 한국 영화계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한 대형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현재 영화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올해 한국 영화 성적은 참담하다. 올해 첫 1000만 영화가 된 ‘아바타: 물의 길’(누적 관객 1080만 명)의 열기와 엔데믹 국면, 설 연휴 특수에 힘입어 영화계가 되살아날까 기대했지만, 우려만 짙어지고 있다.

● 1000만은 이제 꿈의 숫자?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관객이 100만 명을 넘은 영화는 ‘교섭’(172만 명)뿐이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21일 개봉한 영화 ‘영웅’이 관객 326만 명을 넘겼다. ‘스위치’는 42만 명, ‘유령’은 66만 명에 그쳤다. ‘대외비’도 관객이 75만 명에 불과해 모두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했다. ‘카운트’(39만 명) ‘소울메이트’(20만 명) ‘웅남이’(23만 명) 등 중소형 영화도 마찬가지다.

관람객 수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4월 극장 관람객은 6800만여 명이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3000만 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람들이 극장을 찾지 않는 데에는 크게 오른 티켓 값이 영향을 미쳤다. 현재 영화 티켓 값은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이다. 커플이 콜라,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려면 4만 원 넘게 써야 한다. 네 명이 함께 쓰는 넷플릭스 프리미엄 멤버십 요금이 월 1만7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 한국 영화 생태계 ‘빨간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넘쳐나는 콘텐츠를 뒤로하고 극장에서 볼만한 한국 영화가 나오지 않는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은 각각 누적 관객 수 400만 명을 넘겼다. 작품이 좋으면 관객이 온다는 걸 보여준다.

‘똘똘한’ 한국 영화가 나오지 않는 건 팬데믹을 겪으며 한국 영화 생태계가 망가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 개봉이 미뤄졌고,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투자 자체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이어 “영화계 창작자들이 OTT 드라마로 대거 이동하면서 자금과 좋은 시나리오도 OTT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식, 송강호 등 영화에만 출연한 톱 배우들이 드라마로 옮겨가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 영화가 한 편도 없다는 것은 한국 영화의 부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영화계에서는 올해 2, 3분기(4∼9월)를 반등의 기회로 보고 있다. ‘범죄도시 3’(5월 31일 개봉) ‘밀수’(7월 26일 개봉) 등 기대작이 개봉하는 데다 전통적인 극장 성수기인 여름을 맞아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 투자배급·제작사 관계자는 “OTT로 간 뛰어난 창작진이 영화계로 돌아오게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대박 영화가 나오면 경색된 투자 자금도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관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티켓 값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개봉 촉진 지원금을 비롯해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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