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항목 쏙 골라 ‘슬기로운 건강검진’ 받으세요”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2023. 4.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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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한림원 ‘건강검진 권고문’ 발표… 검진기록 있는 병원 선택하면 좋아
갑상샘 초음파, 췌장암, MRI 검사… 근거 부족하거나 과잉검진 되기도
위내시경, 자궁경부암, 간암검진은 조기발견-치료 위해 꼭 받아야
지난달 21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한국건강학회가 주최하고 KMI한국의학연구소가 후원한 ‘한국형 건강검진 현황과 발전 방안’ 심포지엄에서 건강검진에 대한 다양한 연구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안을 발표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최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반드시 받아야 할 건강검진과 그렇지 않은 검진을 선정해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을 발표했다. 직장인들이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과 검진 종류를 선택하는 시기인 요즘,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만하다.

의학한림원은 건강검진 권고문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12월까지 7차례 회의와 2차례 포럼을 열어 다양한 의료계 의견을 수렴했다. 권고문 총괄 책임을 맡은 이재호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슬기로운 건강검진’에 대해 알아봤다.

● 건강검진 전 내 몸 상태 잘 아는 의사와 상담

건강검진은 질병이 없고 증상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의학적인 검사다. 이를 통해 전 단계나 초기 단계의 질병을 찾아 치료해 △질병 발생을 줄이거나 △질병의 중증도를 낮춰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평소에 건강해 아무런 증상이 없는 사람은 통보받은 건강검진 안내서에 따라 건강검진을 받아도 무방하다. 증상이 있거나 이미 관리를 받는 만성질환 환자는 건강검진을 통보받았다는 사실을 주치의와 상의해 검사 항목들이 중복되거나 누락되지 않도록 조정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질병이 있거나 증상이 있는 사람은 건강검진 대상이 아니다. 평소에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만약 주치의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정해서 상의를 하고,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건강검진 항목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건강검진 병원을 선택할 때 예전에 건강검진을 해서 자신의 검진 기록이 있는 곳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전에 비해 현재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건강검진 의료기관 선택보다 우선은 검진 결과를 잘 설명해 주는 시스템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건강검진 결과가 나와도 대부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 5가지

의학한림원이 선정한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 5가지는 △암 건강검진 목적의 갑상샘 초음파 검사 △폐암 위험이 낮은 사람의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췌장암 건강검진 △암 건강검진 목적의 양전자단층촬영(PET)-CT 검사 △기대 여명이 10년 이하인 경우의 암 검진 등이다. 이들 검사는 근거가 부족하거나 자칫 과잉 건강검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의학적으로 권고하지 않는 일반 검진도 있다. △주치의와 상의 없이 행하는 연례적인 건강검진 △건강검진 목적의 비타민D 검사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증상이 없는 노인의 치매 건강검진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사람의 관상동맥 CT 검사 등이다. 이들 검사 또한 근거가 부족하거나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 외에도 무증상 성인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건강검진, 경동맥 협착 건강검진, 70세 이상 남성에서 전립샘암 PSA 건강검진, 난소암 건강검진, 고환암 건강검진 등이 있다.

● 꼭 해야 될 검사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 및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검사들도 있다. 대개 조기 발견 암과 관련된 검사들이다. △위암 조기 발견을 위한 위 내시경 검사(40∼74세) △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분변잠혈 검사(45∼80세) △여성에서 자궁경부암 조기 발견을 위한 자궁경부세포 검사(20∼74세) △여성에서의 유방암 조기 발견을 위한 유방 촬영 검사(40∼69세) △간암 고위험군에서 간암 조기 발견을 위한 간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40세 이상) △폐암 고위험군에서 폐암 조기 발견을 위한 저선량 흉부 CT 검사(50∼80세) 등이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이들 검사는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이를 통해 현재 암의 5년 생존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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