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게 더 선명하게… 이젠 디스플레이가 신차 경쟁력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의 고급 브랜드 링컨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중형 SUV 신형 노틸러스를 공개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대시보드 전체에 자리 잡은 48인치짜리 디스플레이(화면)였다. 운전자 앞 계기판(클러스터)과 에어컨이나 오디오 제어 장치가 있는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중앙부) 등이 모두 하나의 대형 화면에 담겼다. 링컨 측은 “중형 SUV 가운데 가장 큰 디스플레이”라며 “계기판과 차량 상태, 지도, 날씨 정보 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라고 했다.
과거 운전자가 차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차량 속도, 남은 연료량 등 아날로그 계기판 위의 몇 가지가 전부였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IT 기기가 된 지금은 내비게이션으로 길을 찾거나 음악을 듣는 건 물론이고, 운전을 하며 날씨나 뉴스까지 검색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기능과 정보를 운전자가 간편하게 다룰 수 있게 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은 수단이 터치 방식의 대형 디스플레이다. 스마트폰 쓰듯 쉽게 차량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디스플레이는 제어판 역할뿐만 아니라 운전석 주변을 화려한 화면으로 차별화하면서 대형화 고급화하고 있다.
◇10인치 넘는 화면만 기본 3~4개
벤츠의 대형 전기 세단 EQS는 운전석과 조수석 앞이 길이 141cm짜리 디스플레이(54인치)로 덮여 있다. 총 3개의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하이퍼 스크린’이다. 운전자는 이 화면으로 차량의 각종 기능을 제어하고, 조수석에선 사진이나 영상을 보거나 스도쿠 같은 간단한 게임도 할 수 있다. 벤츠는 26일 공개한 신형 E클래스에는 운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기록하는 기술이 들어간 ‘수퍼스크린’을 탑재했다. 운전자가 운전 중에 조수석 쪽으로 한눈을 팔면 이를 감지해 경고의 의미로 조수석 앞 화면이 어두워지도록 했다.
BMW 대형 세단인 7시리즈는 뒷좌석 천장에 31인치 화면을 달았다. 게임을 하거나 온라인에 연결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움직이는 대형 TV인 셈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운행 중에 영화를 보고 회사 업무를 하고 화상회의를 하는 데 첨단 디스플레이는 필수품이다.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을 만드는 일본 소니도 혼다와 협력해 올해 1월 전기 자율주행차를 ‘달리는 게임기’처럼 만들겠다고 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차량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자동차에도 OLED 고급화 경쟁
이런 추세는 대형·고급 차뿐만 아니라 낮은 차급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디지털 계기판과 차량 내 공조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화면이 가로 약 70㎝로 연결된 ‘파노라믹 커브드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중형 세단인 신형 쏘나타, 소형 SUV 코나 등에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니아는 전 세계 차량용 디스플레이 생산량이 작년 1억9311만대였는데, 2026년에는 2억3728만대로 2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디스플레이 종류도 LCD에서 OLED로 고급화하는 추세라, 업체들은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수익성 높은 신사업으로 보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벤츠에 공급한 ‘하이퍼 스크린’ 역시 OLED이고,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 11일 수퍼카 브랜드 페라리와 OLED 공급 계약을 맺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같은 크기로 따졌을 때 OLED가 LCD보다 3~5배가량 비싸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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