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비판은 나를 키운다
습작 기간, 대부분 거치는 관문이 바로 합평이다. 합평은 합동 비평의 줄인말이다. 첫 합평 시간, 나는 필기로 새까매진 노트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노트에 적힌 말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기차 안에서 한참 울적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습작생이든 마침표를 찍은 작품은 소중하다. 자기가 쓴 글에 비판이 가해지면, 아무리 부드러운 말이더라도 상처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일단 무조건 듣는 편이다. 어떤 조언이라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바쁜 시대에 원고지 100장 가까운 분량의 글을 읽는 것은 품이 꽤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비판의 경우, 글이 아닌 작가 개인을 향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편이지만, 드물게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나는 합평 시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말 때문에 서로 상처 입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그런 순간에는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다른 사람들까지 난감한 마음이 된다. 비록 자신에 대한 비판이 아니더라도, 듣고 있는 동안 글쓰기에 회의가 든다는 사람도 만난 적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판을 들은 적은 없는 듯하다. 그리고 합평이라는 형식이 무척 익숙해져서, 쉽게 상처받지 않는다. 몇 년간 합평을 하면서, 비판을 구분하여 받아들일 수 있는 시야가 확보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내가 만난 문우들은 모두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좀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었다. 문우들의 의견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확인했다. 나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들의 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인다. 소설 쓰는 일이 외롭지 않은 이유는 언제나 성실히 내 초고를 읽어주는 문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글쓰기는 혼자 하는 일이라고 여기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에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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