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크게 휘며 헛스윙 유도… 오타니표 ‘스위퍼’ 유행 탔다

임보미 기자 2023. 4.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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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24·키움)은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안방경기에서 KT 타선을 상대하며 '기타'로 분류된 공 6개를 던졌다.

김경태 LG 투수코치는 "슬라이더는 대체로 검지와 중지를 붙여 던지는데 스위퍼는 손가락을 실밥 두 개에 각각 걸쳐 던진다"며 "옆으로 회전하는 스핀을 많이 만들어야 공 끝이 빠르게 휘는 위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던진 공도 슬라이더와 스위퍼로 다시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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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레이트 쓸듯 움직이는 폭 커
타자들 예상과 달라 헛스윙 일쑤
국내에도 바람… 안우진 등 열공
“기존 구종이 다시 뜰 뿐” 의견도
스위퍼(왼쪽 사진)는 투심 패스트볼을 던질 때처럼 검지와 중지를 각각 다른 실밥에 걸치는 반면 슬라이더는 손가락을 모은 형태로 공을 잡는 게 일반적이다. 타임·드라이브라인베이스볼 유튜브 영상 캡처
안우진(24·키움)은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안방경기에서 KT 타선을 상대하며 ‘기타’로 분류된 공 6개를 던졌다. 기존에 던지던 슬라이더보다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3∼5cm 더 미끄러져 들어간 공이었다. 키움 전력분석팀에서는 이 공을 ‘스위퍼’로 분류했다. 반면 안우진은 “스위퍼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아직은 각이 큰 슬라이더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세계 야구계에서 가장 ‘핫한’ 변화구라고 할 수 있는 스위퍼(sweeper)는 기본적으로 ‘변형 슬라이더’다. 슬라이더는 좌우로 미끄러지는(slide) 만큼이나 아래로도 많이 떨어진다. 반면 스위퍼는 홈 플레이트를 쓸고(sweep) 지나가듯이 옆으로 움직이는 폭이 더 크다.

김경태 LG 투수코치는 “슬라이더는 대체로 검지와 중지를 붙여 던지는데 스위퍼는 손가락을 실밥 두 개에 각각 걸쳐 던진다”며 “옆으로 회전하는 스핀을 많이 만들어야 공 끝이 빠르게 휘는 위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옆으로 회전을 걸려면 투수들은 평소보다 팔 각도를 내려 공을 던져야 한다. 이 때문에 상대 타자도 투수가 변화구를 던진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그러나 공이 예상보다 더 많이 휘기 때문에 타자들이 헛스윙으로 물러나기 일쑤다.

사실 스위퍼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부터 헛스윙 때문이었다. 오타니 쇼헤이(29·일본)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소속 팀 LA 에인절스 동료인 마이크 트라우트(32·미국)에게 스위퍼를 던졌다. 트라우트가 이 공에 헛스윙을 하면서 일본의 우승이 확정됐다.

‘세기의 대결’ 승부구는 스위퍼 오타니 쇼헤이(일본)가 지난달 22일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마이크 트라우트(미국)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한 스위퍼. 트라우트가 타격 준비를 하고 있을 때만 해도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에 있던 공은 점점 바깥쪽으로 빠지더니 결국 보더라인을 살짝 넘긴 지점에서 포수 미트에 꽂혔다. 이 공의 좌우 이동 폭은 17인치(약 43.2cm)에 달했다. MLB 영상 캡처
오타니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스위퍼를 가장 많이 쓰는 투수이기도 하다. MLB 투구 분석 시스템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오타니가 22일 경기까지 올 시즌 던진 공 429구 가운데 49%(210구)가 스위퍼였다. 오타니의 스위퍼는 헛스윙 비율이 34%에 달한다.

사실 스탯캐스트도 지난해까지는 슬라이더와 스위퍼를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부터 스위퍼를 구종 리스트에 추가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던진 공도 슬라이더와 스위퍼로 다시 나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쓰는 ‘투구 추적 시스템(PTS)’은 아직 스위퍼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NC 투수 페디(30)는 스스로 “스위퍼를 던진다”고 이야기하지만 PTS는 이 공을 ‘커브’로 분류한다. 슬라이더와 커브 등을 묶어 ‘브레이킹 볼’이라고 부르기도 하기 때문에 아주 이상한 분류법은 아니다.

같은 이유로 슬라이더와 스위퍼를 따로 구분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용어가 새로 붙어서 그렇지 사실 새로운 구종은 아니다. 원래 사람마다 던지는 방법, 그립이 다 달라 같은 구종도 움직임이 다 다르다”며 “오타니가 워낙 신적 존재이다 보니 사실상 오타니를 계기로 만들어진 용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과거에는 슬라이더 자체가 원래 횡적인 움직임이 강조된 구종이었다. 유행이 돌고 돈다는 느낌이다. 타자들 사이에 어퍼스윙이 유행하면서 다시 스위퍼도 유행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확실한 건 안우진뿐 아니라 프로야구 투수 대부분이 이 공을 배우려 ‘열공’ 중이라는 사실이다. 김수경 NC 투수코치는 “우리 투수들이 페디에게 그립이나 투구 요령을 많이 물어보더라”라며 “스위퍼를 (반대 방향으로 휘는) 투심이나 서클 체인지업과 같이 쓰면 타자들은 시선이 좌우로 흔들려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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